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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의 꿈의 지혜를 배워라

신오덕 2006. 12. 2. 21:52

 

 

[만물상] 논술 단골 '장자(莊子)'

 

 


 

화창한 봄날 장자(莊子)
 
가 잠이 들었다.
 
꿈 속에서 나비가 돼 꽃
 
밭을 날아다녔다.
 
깨어보니 다시 장자로 돌
 
아왔다.
 
“내가 나비가 된 것일까,
 
아니면 나비가 내가 된 것일까.”
 
장자는 꿈이 현실인지, 현실이 꿈인지 헷갈렸다.
 
‘나비의 꿈’(호접몽·胡蝶夢) 우화다.
 
 
장자는 인생이 한낱 꿈이라고 믿었다.
 
 
세상의 명예와 출세를 우습게 여겼다.

 

▶장자가 살았던 BC 4세기 전국시대는 난세(亂

 

世)였다.

 

재사(才士)들은 제후들에게 기용되길 바라며 천하

 

를 돌아다녔다.

 

어느날 초나라 왕이 장자에게 정치를 맡아달라고

 

청했다.

 

“나를 욕되게 하지 마시오. 차라리 더러운 개천에

 

서 놀며 군왕에게 구속당하지 않을 것이오”

 

(사기·史記).

 

‘자유인’ 장자는 공자를 비웃고 조롱했다.

 

유교의 ‘인의’(仁義)는 사람의 본성을 속박하니 옳

 

지 않다고 했다.

 

성리학에서 장자는 이단이었다.

 

 

 

▶‘우리는 꿈 속에서 스핑크스가 우리를 위협하기

 

때문에 두려움을 느끼는 게 아니라 우리가 느끼는

 

두려움을 표현하기 위해 스핑크스의 꿈을 꾸는 것

 

이다’(보르헤스·칼잡이들의 이야기).

 

‘호접몽’을 최고의 은유로 찬양한 아르헨티나 작

 

가 보르헤스는 작품 곳곳에 장자의 흔적을 남겼

 

다.

 

헤세도 ‘장자’를 “가장 매력적인 중국 사상서”라고

 

했다.

 

하이데거와 마르틴 부버, 헨리 소로우, 수행자 라

 

즈니쉬까지 장자에 매료됐다.

 

장자는 근대 서구에서 자유와 해방의 사상가로 각

 

광받았다.

 

 

▶우리 대학 논술시험에 가장 많이 등장한 고전도

 

‘장자’다.

 

2000년 이후 서울대 등 18개 대학 논술고사에서

 

아홉 번 인용되거나 거론됐다고 한다.

 

동아시아 최고 고전으로 꼽히는 ‘논어’(5회)까지

 

제쳤다.

 

저자로 따져도 장자가 아홉 번으로 가장 많았다.

 

논술 전문가들은 “장자에 현실비판적 내용이 많아

 

현대사회 부조리를 묻는 주제로 자주 인용되는 것

 

같다”고 말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4회),

 

에리히 프롬 ‘자유로부터의 도피’(3회), 아담 스미

 

스 ‘국부론’(2회)도 논술시험에 자주 등장한 고전

 

이다.

 

모두 고교생이 읽기엔 벅찬 책들이다.

 

‘천의 얼굴’을 가진 ‘장자’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삶의 지혜로 가득찬 우화집이자 은유로 가득한 문

 

학작품이다.

 

세상에 초연했던 장자가 자기 말과 생각을 헤아리

 

느라 골머리를 앓는 수험생들을 보며 빙그레 웃음

 

을 흘릴 것같다.

 
김기철 · 논설위원 kichul@chosun.com
입력 : 2006.11.29 19:05 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