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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철과 신념
적선지가 필유여경의 지혜를 배워라 본문
- 조용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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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도에서 자식교육 잘 시킨 집으로 인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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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자되는 집안이 있다. 이상훈(73) 전 국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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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의 집안이다. 이상훈 장관은 노태우 정부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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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을 지냈고, 그 동생이 김대중 정부 때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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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신부 장관을 지낸 이상철 장관이다. 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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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이 모두 공부도 잘했다. 이상훈 장관을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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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서 6남 1녀인데, 6남이 모두 경기고를 나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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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 장관만 빼고 나머지 형제는 모두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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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를 졸업하였다. 이 장관은 육군사관학교 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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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다. 1녀도 서울대를 나왔다. 이 장관의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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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인 이창우(李昶雨)도 머리가 좋은 신동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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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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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살 때 서당에서 ‘천자문’의 한래서왕(寒來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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往) 대목을 배우다가 동짓날이 됐다. 팥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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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우니까 수저를 저어 “한(寒)은 오고 서(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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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가라”고 중얼거리며 식혔다는 일화가 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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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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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유서깊은 집안들을 조사해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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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만 좋다고 해서 그 집안이 잘 풀리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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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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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대에 적선(積善)이 있어야 잘 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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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선이 부족하면 이상하게 어떤 변수가 생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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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일이 꼬이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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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보다도 적선이 더 우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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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 집안이 선대에 어떤 적선을 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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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사람들에게 물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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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이씨 국당공파(菊堂公派)인 이 집안은 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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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청원군 강내면 저산리(猪山里)에서 40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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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안 뿌리를 내리고 살아온 집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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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관의 증조모인 ‘마장(馬場)할머니’가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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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난 덕인(德人)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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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 옆에 쌀을 담은 큰 항아리를 놓고 바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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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넣어 놓았다가 거지들이 오면 쌀을 퍼 주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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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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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은 거지에게 밥상을 차려 줬는데 밥을 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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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도중 놋쇠 밥그릇을 훔쳐서 달아났다고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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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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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슴이 마장할머니에게 이 사실을 고하니, “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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른 뛰어가서 밥그릇 뚜껑까지 마저 갔다 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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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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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왕에 팔아먹으려면 뚜껑이 있어야 제값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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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을 것 아니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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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관의 백부인 이봉우(李鳳雨)도 덕인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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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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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들에게 동네 앞의 텃논을 못 사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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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논은 동네의 소나 닭들이 와서 나락을 뜯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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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기 마련이고, 이 과정에서 동네 사람과 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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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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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안을 보니 ‘적선지가(積善之家) 필유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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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必有餘慶)’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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