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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력의 힘으로 성공하라

신오덕 2014. 6. 30. 13:25

[세상사는 이야기] 1승만 하면 돼
기사입력 2014.06.27 16:14:50 | 최종수정 2014.06.27 16: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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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에서 박사과정을 마친 후 몇 년간 시간강사를 하며 지쳐가던 여제자 한 명이 "선생님, 저 1승 했어요!" 하며 연락을 해 왔다. 아직도 여성 교수를 선호하지 않는 대학이 많아서인지, 해당 전공영역 자리가 이미 꽉 채워져서인지, 아니면 국내 박사는 외국 박사에게 밀려 최종 심사에서 탈락하는 일이 많기 때문인지 여러 번 좌절을 겪었던 제자였다. 그가 힘들어할 때마다 내 예전 경험을 떠올리며 "1승만 하면 돼. 일단 1승만 하면 그때까지 모든 패배가 다 잊힐 거야"라고 이야기했다. 그래서 취업이 되자마자 `1승 했다`는 기쁜 소식을 내게 알려왔던 거다.

취업이나 연애 때문에 힘들어하는 학생에게 내가 잘하는 말 중 하나는 `1승만 하면 돼`다. 최종 면접에서 탈락했다든지, 몇 군데 지원을 했는데 다 안 됐다든지,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은 다 떠난다든지 하는 이야기를 들으면, 나는 그 학생에게 1승만 하면 된다고 이야기한다. "여러 곳에 붙어도 한 곳밖에 못 가잖아." "여러 명이 좋아해도 한 명밖에 못 택하잖아." 그러면 그 학생도 잠시나마 마음이 좀 편해지는 듯했다. 그래서 나는 학생이 마침내 원하던 것을 성취한 후에 1승 했다며 기뻐할 때 그 1승의 의미를 잘 안다.

1승의 중요성은 생각보다 크다. 한 번 성공한 경험이 학습된 무력감에서 탈출하게 하는 원동력이다. 지금은 긍정심리학(positive psychology) 확산에 몰두하고 있는 원로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먼은 1967년에 `학습된 무력감(learned helplessness)` 실험을 진행한 바 있다. 그 실험에서 그는 상자의 한쪽에 개를 넣어 두고 바닥에 전기충격을 가했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그 전기충격을 피할 수 없음을 경험한 개는 이후 안전한 곳으로 피할 수 있는 상황이 되어도 그런 시도를 하지 않았다. `아무리 해도 안 된다`는 무력감을 학습한 것이다.

지속되는 좌절 속에서 무력감을 느꼈다면 가장 좋은 탈출 방법은 `한 번의 성공`이다. 한 번이라도 성공하는 경험을 해 보면 `아, 이렇게 하면 되는구나!`라는 깊은 깨달음을 얻어 그 이후의 추진력에 든든한 발판이 된다. 비록 작은 일에서 성공하더라도 스스로 공을 들여 일구어낸 성공일 때 그 작은 성공의 경험은 이후 삶에 큰 자산이 된다.

대학생은 어찌 보면 그들이 지금까지 20여 년간 노력해 왔던 결실의 하나로 취업할 회사나 결혼할 대상이 생기는 것이겠지만, 사실 1승의 중요성은 어린 시절부터 학생들 삶에서 큰 역할을 해 왔을 것이다. 어린 시절 작은 일 하나를 해 냈을 때 자기만족과 어른들의 칭찬이 지금까지 그들의 성장에 밑거름이 되어 왔을 터다.

1승의 경험을 위해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실패를 두려워하는 마음을 없애는 것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아야 재미도 느끼고 도전할 의욕도 생긴다. 현실 속에서 작은 1승들을 쌓아 가려면 자기가 잘하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자기가 잘 못하는 것을 끌어올리려 에너지를 낭비하기보다 잘하는 한두 가지 재능을 집중적으로 키우는 것이 개인적으로도 행복하고 사회 전체에도 큰 기여를 할 수 있는 길이다.

단번에 큰 성취를 원하거나 일확천금을 꿈꾸는 이가 우리 사회에 생각보다 많은 것은 성급한 결과를 바라는 `빨리빨리` 성향 때문이거나, 장기간 계속되는 힘든 상황을 견뎌낼 수 있는 인내력 부족 때문이거나, 아니면 이 두 가지가 합쳐진 결과일 수 있다. 가정에서든 학교에서든 단계적으로 성장할 때의 기쁨, 어려움을 이겨내고 성취했을 때의 환희를 어렸을 때부터 조금씩 스스로 경험할 수 있도록 어느 정도 시행착오를 허용하는 교육이 필요해 보인다.

[나은영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