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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난을 해소하는 시스템을 만들어라

신오덕 2014. 10. 31. 15:50

[테마진단] 청년고용 위한 일·학습 병행제
기사입력 2014.10.30 17:18:45 | 최종수정 2014.10.30 19: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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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층 취업난이 심각하다. 통계청의 지난달 15~29세 청년층 실업률은 8.5%다. 전체 실업률 3.2%의 두 배가 넘는다. 취업을 미루거나 사실상 포기한 경우는 포함되지 않고, 비정규직은 실업임에도 구직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으니 실제 청년실업률은 이보다 훨씬 높을 것이다.

청년실업 증가는 전 세계적 고민거리다. 유럽 선진국들도 마찬가지다. 지난 8월 이탈리아의 청년실업률이 44%, 스페인 53.7%, 프랑스가 24%를 기록했다. 반면 독일은 2004년 16%에 달하던 청년실업률이 지난해 7.9%로 떨어졌다. 세계 각국이 독일에 주목하는 이유다.

독일 직업교육훈련은 듀얼시스템이다. 16~18세 학생들은 2~3.5년 동안 기업 현장에서 주당 3~4일 기술교육을 받고, 직업학교에서 1~2일 정도 이론 수업을 받는다. 과정 이수 후에는 대부분 해당 기업에 바로 채용되거나 동종 업계 다른 기업에 취업해 실업률이 5%에 불과하다. 일반 학교 졸업생 실업률이 20%인 것과 대조된다. 훈련생들은 독일 직업훈련법에 따라 근로자로서 권리를 보호받는다.

기업도 적극적이다. 독일 기업의 약 30%가 듀얼시스템에 참여한다. 이 중 90%가 종업원 500명 이하인 중견ㆍ중소기업이다. 세계적인 명문 중소기업들도 청년들에게 기술을 전수한다. 훈련생이 생산성에 기여하는 비중이 크지 않음에도 참여도가 높은 이유는 기업에 필요한 숙련기술 인력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중세 도제 제도에서 유래한 독일 듀얼시스템은 오랜 시간에 걸쳐 완성됐다. 1964년 듀얼시스템이라는 용어가 처음 쓰인 이래 1969년 법제화를 거쳐 근대화된 직업교육훈련으로 체계가 잡히기 시작했다. 2005년 직업훈련법을 개정하고 훈련생 지원 및 보호를 위한 규정을 강화하는 등 최근까지도 계속 진화하고 있다.

우리도 도입을 몇 차례 시도한 바 있다. 전문학교 2년 수료 뒤 1년간 기업에서 실습하는 `2+1 제도`, 지난 정부에서 추진했던 `선취업 후진학` 등이 그것이다. 실패한 이유는 안정적인 고용으로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 정부는 한국형 듀얼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일ㆍ학습 병행제가 그것이다. 1년 새 1700개가 넘는 기업이 참여할 만큼 관심이 높다. 지난달 30일 입법 예고된 `산업 현장 일ㆍ학습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안`은 지난 28일 실시된 공청회를 거쳐 올해 안에 국회에 제출된다. 이 법이 시행되면 학습근로자는 주 40시간 이하의 근로 시간, 야간ㆍ휴일 근로 금지,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 등을 법적으로 보장받는다. 최종 평가에 합격한 학습근로자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해당 기업에 일반 근로자로 채용되고, 국가기술자격을 취득한다.

이번 제정안은 학습근로자 권리 보호뿐 아니라 산업계에 통용되는 커리어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 기업이 필요한 인력을 스스로 길러낼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 지속적으로 인재 충원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로써 한국형 일ㆍ학습 병행제의 성공을 위한 첫 단추는 끼운 셈이다. 아직도 갈 길이 멀다. 기술자격 표준화와 학력인증제 도입, 기업 내 능력 중심의 임금 체계 확립 등 일ㆍ학습 병행제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ㆍ사ㆍ정이 협력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

이번 법률 제정안 마련을 시작으로 일ㆍ학습 병행제의 지속성과 신뢰 확보를 위해 필요한 노력을 다해야 한다. 정부는 2017년까지 일ㆍ학습 병행 기업을 1만개로 확대해 7만명의 청년이 일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모든 청년 구직자에게 하나의 일ㆍ학습 병행 일자리를 보장할 수 있도록 인내심을 갖고 꾸준히 한국형 제도를 완성해간다면 진정한 청년 고용 정상화 길도 멀지 않을 것이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