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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철과 신념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 같이 돼버렸지만 성과는 없다 본문
[사설]성완종 리스트 수사, 결국 ‘권력실세 면죄부’로 끝냈다
동아일보
입력 2015-07-03 00:00:00 수정 2015-07-03 00:00:00
성 회장의 부재라는 수사 한계를 감안해도 검사 13명, 수사관 19명의 대규모 특별수사팀이 81일간 수사한 성과치고는 초라하다. 이번에도 검찰이 ‘살아 있는 권력’에 약한 모습을 보였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성 회장이 4월 9일 목숨을 끊으면서 남긴 메모에는 ‘김기춘(10만 달러) 허태열(7억) 홍준표(1억) 부산시장(2억) 홍문종(2억) 유정복(3억) 이병기 이완구’라고 적혀 있었다. 검찰은 “경남기업의 비자금 흐름을 샅샅이 훑고 성 회장의 동선을 일일이 대조했지만 성 회장이 (2012년) 대선자금을 제공한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며 이 전 총리와 홍 지사를 제외한 여권 핵심 인사 6명을 모두 불기소 처리했다.
검찰이 홍 의원만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조사했을 뿐 나머지는 서면질의로 끝내고도 샅샅이, 일일이 수사했다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깃털조차 뽑지 못한 부실 수사를 했다”며 특검을 촉구하고 나설 만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4·29 재·보선을 하루 앞두고 성완종 특별사면 의혹을 제기해 ‘가이드라인’ 논란을 빚기도 했다. 검찰은 고 노무현 대통령의 친형인 노건평 씨가 성완종 특사 대가로 5억 원 상당의 이익을 챙긴 정황을 포착했으나 공소시효 만료를 들어 불기소 처분했다.
따지고 보면 성완종 리스트 수사의 출발점은 해외 자원개발 비리 수사였다. 검찰이 이명박 정부를 겨냥한 듯 무리한 수사를 하는 바람에 성 회장은 돈 준 사람의 명단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이후 ‘부패 척결’을 강조했던 이완구 총리가 성 회장에게 3000만 원을 받은 의혹이 불거져 두 달여 만에 사퇴하는 등 정국 불안이 이어졌다. “정치개혁 차원에서 과거에서 현재까지 의혹을 낱낱이 밝혀내라”는 박 대통령의 주문과는 달리 검찰이 소극적 수사에 그침으로써 이번 일을 정치개혁의 단초로 삼겠다는 대통령의 구상은 물 건너간 셈이 됐다.
석 달 가까이 권력 핵심부를 뒤흔든 수사가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 같이 돼버렸지만 성과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금배지를 단 기업인들이 관련 상임위를 이용해 이익을 챙기고, 의원들은 특수활동비를 쌈짓돈으로 여기며, 기업 워크아웃 결정에 금융감독원이 개입해 좀비기업을 양산한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성완종 리스트의 진실은 비록 못 밝혔다 해도 국회의 부당한 특권과 ‘정치금융’의 폐해를 바로잡을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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