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철과 신념

서울 안국동에서 펼쳐지는 음악회를 듣고 움직인다 본문

행복

서울 안국동에서 펼쳐지는 음악회를 듣고 움직인다

신오덕 2022. 4. 26. 09:37

윤보선 고택에 울려퍼진 실내악

김성현 기자 입력 2022. 04. 26. 03:04 댓글 1

 

 

 

25일 서울 안국동 윤보선(1897~1990) 전 대통령 고택(사적 제438호).

플루트 최나경, 기타 박규희, 바이올린 김다미 서울대 교수 등 한국의 대표적 여성 연주자들이 나란히 안뜰 야외 무대에 올랐다.

 

이들이 함께 연주한 곡은 요제프 크로이처의 3중주 2번. 피아노·바이올린·첼로 같은 일반적인 조합이 아니라 플루트와 기타가 어우러진 이색 편성이 이채로웠다.

 

 
25일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의 윤보선 고택 음악회에서 플루티스트 최나경(왼쪽부터), 기타리스트 박규희, 바이올리니스트 김다미가 함께 연주하고 있다. /이태경 기자

실내악은 본래 유럽 궁정 문화의 산물.

 

하지만 한옥 기와 아래서 울려 퍼지는 실내악이 호젓하면서도 운치 있었다.

 

안뜰 소나무 위로 날아오르는 까치 소리가 자연스럽게 이들의 연주에도 스며들었다.

 

윤 전 대통령의 장남인 윤상구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집행위원장은 “가끔은 길 건너편의 교회 종소리가 협연하기도 한다”면서 웃었다.

 

매년 서울의 봄을 수놓는 대표적 음악제가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다.

 

윤보선 고택 음악회는 2006년 시작한 이 음악제의 ‘히트 상품’이다. 축제 초기에는 후원 회원들만 초대하다가 호응이 높아지자 2015년부터 일반 관객들을 대상으로 별도의 음악회도 열고 있다.

 

코로나 기간에도 고택 음악회는 취소되지 않았다. 올해는 당초 두 차례 열릴 예정이었지만 가장 먼저 매진되자 한 차례 연주회를 추가했다. 5월 1~2일에도 고택 음악회는 열린다.

 

야외 연주회다 보니 언제나 변수는 날씨다. 비가 오면 건너편 안동장로교회로 무대를 옮기거나 날짜를 연기하기도 한다.

 

피아노 이중주 ‘신박 듀오’의 피아니스트 박상욱씨는 “바람이 세게 불면 종이 악보가 날리기도 하고, 햇볕이 쨍쨍 내리쬐면 전자 악보의 음표가 안 보이기도 한다. 연주할 때는 조마조마하지만 마치고 나면 그만큼 추억거리가 많아지는 음악회”라고 말했다.

 

다양한 편성과 장르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실내악 축제는 클래식 음악의 ‘모둠 요리’와도 같다.

 

이날도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출신의 호른 연주자 에르베 줄랭이 문지영의 피아노 반주로 베토벤의 호른 소나타를 들려주고, 노부스 4중주단은 드보르자크의 현악 4중주 ‘아메리카’를 연주했다.

 

줄랭은 연주 직전 “여기 근처에 살고 싶은 심경”이라고 말해 객석에 웃음을 선사했다.

 

17회째를 맞은 올해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의 주인공은 첼로. 그래서 페스티벌의 제목도 ‘첼리시모(Cellissimo)’다. 첼로와 강조를 뜻하는 ‘시모(ssimo)’를 결합해 만들었다.

 

축제 기간에 열리는 모든 공연에 첼로가 포함되어 있다.

 

17년째 예술감독으로 축제를 이끌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은 “첼리스트들은 다른 악기 연주자들에 비해 특별한 면모를 지니고 있는데, 바로 협동을 잘하는 뛰어난 팀 플레이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올해 축제에는 강승민·김민지·박진영·심준호·이강호·이상은·이정란·조영창·주연선 등 첼리스트 9명을 비롯해 연주자 58명이 참여한다.

 

5월 1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가족 음악회에는 5명의 첼리스트가 출연해 2중주부터 4중주까지 첼로만으로 이뤄진 앙상블을 선보인다.

 

올해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는 5월 4일까지 예술의전당과 세종체임버홀 등에서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