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점검하라

신오덕 2018. 5. 30. 08:50

"그래서 내 월급은 얼마?" 아리송한 최저임금 문답 풀이

박정환 기자,김혜지 기자 입력 2018.05.30. 06:10

 

"연봉 2500만원 이하 노동자 보호..일부는 소득 감소"
"기숙사, 식사 등 현물은 제외..상여금 지급변경 의견청취"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세종=뉴스1) 박정환 기자,김혜지 기자 = 1988년 최저임금제가 도입된 이후 처음 확대된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대한 관심이 뜨겁게 일고 있다. 사업장에서는 달라진 산정 기준으로 월급을 계산하느라 당분간 혼란이 불가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최저임금 개정안에 대한 궁금점을 고용노동부 등의 자문을 통해 문답으로 풀어봤다.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어떻게 넓어진 것인가. ▶기존 최저임금은 기본급·직무수당·직책수당 등 매월 1회 이상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되는 임금만 산입된다. 상여금이나 연장·야간·휴일 수당, 복리후생 임금 등은 포함하지 않는다.

지난 28일 국회를 통과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에 따르면 매월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상여금과 현금으로 지급하는 복리후생적 임금(식대·숙박비·교통비 등)이 해당연도 월 최저임금액의 각각 25%와 7%를 초과할 경우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한다.

올해 최저임금(월 157만원) 기준으로 매월 상여금이 39만3000여원이 넘거나 복리후생 수당이 11만원이 넘으면 그 초과분이 최저임금에 포함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월급 150만원을 받고 매월 상여금을 50만원, 복리후생 수당을 15만원을 받는다면 기존에는 최저임금(157만원)을 위반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개편에 따라 상여금 10만7000원, 복리후생 수당 4만원은 최저임금으로 간주해 계산하므로, 총 164만7000원을 월급으로 받는 셈이기 때문에 최저임금을 준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개정안은 내년 1월부터 적용된다. 산입범위는 매년 단계적으로 확대돼 2024년에는 월별 상여금과 복리후생 수당 모두를 포함한다.

-정기상여금 25%, 복리후생 수당 7% 기준이 무엇인가. ▶상여금 25% 기준이 나오게 된 배경은 연 소득 2500만원 이하의 노동자를 최저임금의 혜택을 받는 노동자로 봤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기준(월 157만원, 연 1884만원)으로 봤을 때 연 300%의 상여금(471만원) 지급 정도까지가 해당한다. 300%를 월로 나누면 25%다. 즉 1년에 최저임금 월급 기준에 300% 상여금을 받는 노동자까지는 산입범위 대상자가 아닌 셈이다.

여기에 여야 간 협상 과정에서 상여금뿐만 아니라 복리후생비도 다뤄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고, 중식비 비과세소득(10만원) 등을 감안해 7%로 결정됐다.

-회사에서 기숙사를 운영하거나 점심식사를 제공하는 등 현물로 주는 복리후생비도 최저임금에 포함되나? ▶기숙사, 점심식사 등 현물급여는 최저임금 산입범위에서 제외된다. 즉 '통화'만 적용된다.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산입범위를 대체 왜 넓힌건가. ▶그동안 경영계는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너무 협소하다며 상여금과 각종 수당을 포함해야 한다고 줄기차게 주장했다. 산입범위가 넓어지면 사용자 입장에서는 최저임금 지급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반면 노동계는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가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떨어트리고, 노동자에게 불리할 수 있다며 반대했다.

올해 최저임금이 급속하게 상승(16.4%)함에 따라 산입범위 개편에 대한 목소리는 더욱 강해졌다. 최저임금위원회에서는 지난해 9월 전문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산입범위 개편안 등을 만들었고, 올해 1~3월 위원회에서 합의를 하려고 했으나 결국 실패해 정부와 국회로 결정을 넘겼다.

TF안에서 전문가들은 월 상여금은 최저임금으로 포함해야 한다고 다수 의견을 남겼다. 정부와 국회는 이를 감안해 복리후생비까지 포함하는 방향으로 산입범위를 확대한 것이다.

정부는 외국 사례를 들기도 한다. 최저임금위에 따르면 영국, 아일랜드, 프랑스는 상여금 및 숙식비를 최저임금에 포함한다. 미국, 일본은 상여금은 제외하지만 숙식비는 포함한다.

-상여금을 연 단위로 받는데, 이 경우에는 산입범위에 포함되지 않나. ▶개정안에선 월 단위 상여금, 복리후생 수당을 최저임금으로 간주한다. 정기적·일률적인 성격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연 단위 상여금을 최저임금에 포함시키려면 지급주기를 월별로 바꿔야 한다.

개정안에는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금지' 원칙 예외조항이 담겼다. 사업주가 상여금 총액의 변함 없이 월 단위로 쪼개서 지급하기 위해 취업규칙을 변경할 때는 노동자 과반수의 '동의'가 아니라 '의견'만 청취해도 가능하도록 했다. 취업규칙 변경 시에 의견을 듣지 않으면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충북지역본부가 25일 청주 상당공원에서국회의 최저임금법 개정안 처리에 반발하며 총파업에 돌입, 집회를 열고 있다. (민주노총 충북본부 제공) 2018.5.28/뉴스1 © News1 김용빈 기자

-연 단위 상여금을 계속 받겠다고 반대했는데, 사업주가 의견청취를 했다고 일방적으로 지급주기를 월 단위로 바꿨다. 문제가 안되나. ▶이 부분이 노동계에서 극심하게 반발하는 사안이다. 사업주의 일방적 '상여금 쪼개기'라는 편법을 남발할 수 있다는 비판이다.

정부는 상여금 총액의 변동이 없으면 기간을 나눠서 줘도 불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이같은 예외조항을 뒀다. 대신 의견을 충분히 청취하라고 했다. 의견 청취의 기준은 아직 명확히 마련되지 않았다.

정부는 일단 법 적용 후 사업주가 극심한 반대에도 일방적으로 지급주기를 변경하는 경우에는 사업장 지도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제보를 통해 개선할 부분을 검토하겠다고도 했다.

한편 경영계 역시 노조가 있는 기업은 취업규칙보다 단체협약이 우선해 상여금 지급주기를 바꾸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하는 등 불만을 갖고 있다. 정부는 단협 사업장은 규모도 크고 최저임금에 있어 우위에 있는 기업이기 때문에 노사 간 노력으로 풀어가야 한다는 판단이다.

-산입범위 확대로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못보는 것 아닌가. 부작용은 없을까. ▶정부와 노동계의 의견이 갈린다. 정부는 저임금 노동자를 보호하고 중소기업·소상공인의 부담 완화도 함께 고려했다고 하지만, 노동계는 최저임금 인상을 무력화시키는 개악이라고 반발한다.

각자의 연구도 다르다. 민주노총은 저임금 조합원 602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진행해 연봉 2500만원 미만 저임금 노동자 10명 중 3명(30%)은 불이익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정부는 산입범위 확대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기대수익이 줄어드는 연소득 2500만원 이하 저소득 근로자를 최대 21만6000명으로 추정했다. 이는 2500만원 이하 노동자로서 최저임금 영향을 받는 324만명의 6.7% 정도다. 학교비정규직이 성과급이나 복리후생 수당을 상대적으로 많기 받기 때문에 여기에 해당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김성호 최저임금위 상임위원이 1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18.5.17/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학교비정규직 등 최저임금 기대이익이 줄어드는 것에 대한 대안은 없나. ▶정부는 최저임금 제도를 근로장려세제(EITC)와 연계하는 방안 등에 대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조만간 결과가 나올 것이다.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에 어떤 영향이 있을까. ▶법적으로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은 한달여 남았다. 최저임금위는 이번 산입범위 개편을 심의에 감안한다는 입장이다.

노동계는 최저임금 인상 효과가 반감된다며 올해 인상률보다 더욱 큰 요구를 할 공산이 크고, 경영계는 여전히 소상공인 중심으로 피해가 우려된다는 논리로 맞설 것으로 보인다.

산입범위 확대가 경영계의 요구였던만큼 정부 입장에서는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이라는 핵심공약을 달성할 여건이 나아졌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가 '반쪽'이 될 우려도 있다. 한국노총은 산입범위 개편에 반발해 29일 최저임금위 소속 위원 5명이 전원 사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