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환자가 더 많은 이유는 있다
남성 잘걸리는 역류성 식도염, 속은 여성이 더 쓰리다
이에스더 입력 2018.07.05. 00:50 수정 2018.07.05. 07:36
남성에게 3배나 많이 발생하지만
뇌세포 많은 여성이 더 심하게 느껴
#직장인 이모(54·남)씨는 최근 건강검진에서 역류성 식도염 진단을 받았다. 병원에선 “위내시경 검사 결과 식도가 많이 헐어있다. 속이 쓰리거나 아프지 않으냐”고 물었다. 하지만 그런 증상이 없다. 그는 “신물 넘어오는 일이 없어서 역류성 식도염인줄 몰랐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교사 한모(45·여)씨는 지난해 갑자기 가슴이 조이고 뻐근하게 아팠다. 타는 듯한 통증이 이어졌다. 심장병이 걱정돼 급히 응급실을 찾았다. 역류성 식도염이었다. 한씨는 “협심증이라 생각할 정도로 가슴이 아팠다”라고 말했다.
같은 병이라도 남녀별로 양상이 다르다.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김나영 교수와 경상대 병원 김진주 교수 연구팀은 위·식도 역류성 질환 환자를 분석했더니 여성에게 가슴쓰림·목 이물감 등의 증상이 흔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4일 밝혔다.
위·식도 역류성 질환은 위액·위산이 식도로 역류하면서 식도에 손상을 주거나 가슴쓰림 등 불편을 야기한다.
그 결과 남성 역류성 식도염 환자는 건강한 남성에 비해 ‘밀착연접관련 단백질(세포와 세포 사이의 틈을 막아주는 것)’ 수치가 낮았다. 위액이 역류했을 때 식도 표면을 방어해주는 단백질 수치가 낮아 식도에 상처가 생긴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성 역류성 식도염 환자는 단백질 수치에 변화가 없었다. 김나영 교수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밀착연접관련 단백질이 올라가게 도와서 식도를 방어해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역류 질환이 있을 경우 여성의 86.4%는 증상을 느낀다. 남성은 56.5%에 불과하다. 여성은 세 가지 증상(가슴 쓰림, 위산 역류, 흉통)을 다 느끼는 사람이 많다. 특히 모든 여성이 목에 뭔가 걸린 것 같은 이물감을 호소했다. 남성은 28.6%에 지나지 않는다. 여성은 수면 장애, 식사 곤란을 겪는 경우가 많아 삶의 질이 크게 떨어졌다. 남성은 훨씬 덜하다.
김나영 교수는 “여성은 남성보다 뇌 신경세포가 11%나 많고 정서와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상융기도가 더 많다. 따라서 미세한 정서적 감정과 경험을 잘 표현하고 기억한다”며 “역류성식도염, 과민성 장증후군, 기능성 소화불량 등의 위장질환은 뇌장축(신경세포와 호르몬으로 이루어진 망)의 영향을 받아 스트레스가 큰 원인으로 작용한다. 여성에게 더 많이 발생하고, 증상을 민감하게 느끼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남성은 식도 손상이 심해서 ‘진짜 아프겠다’ 싶어도 증상이 없고, 여성은 식도 손상이 없는데도 증상을 심하게 느끼는 경우가 있다”라며 “성별 차이를 반영해 맞춤형 치료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