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사평역 프로젝트를 보고 움직인다
'식물' 미술관과 지하철역 사이, 녹사평역의 변신
진달래 기자 입력 2018.07.30. 04:00
경리단길, 해방촌, 이태원.
젊은이들에게 인기인 서울의 ‘핫플레이스’다. 사람이 몰리면서 떠오른 또 다른 주인공이 있다. 바로 서울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이다. 서울지하철 역사 이용객이 감소하는 최근 5년간 오히려 이곳 이용객 수는 큰 폭으로 증가했다. 29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역사 일 평균 이용객 수가 5년 전보다 약 2% 감소한 반면 녹사평역은 40%가 증가했다. 특히 휴일이면 경리단길 등에 놀러 나온 이들로 북적인다.
이번에는 ‘서울에서 가장 아름다운 역사’가 될 전망이다.
서울시의 공공미술 프로젝트 ‘서울은 미술관’ 사업의 일환인 ‘단 한곳, 단 한점’이 녹사평역에서 시작한 탓이다. 의미 있는 장소 한 곳에 꼭 필요한 단 하나의 작품을 전시하자는 취지다.
녹사평역이 공공미술 사업 공간으로 선정된 또 다른 이유는 예술성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공간 구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녹사평역을 만들 당시 인근에 서울 시청사를 만들어 연결하고 여러 노선 환승역으로 활용할 것 등을 고려해 6611.5㎡(2000평) 이상 방대한 규모로 이색적인 구조의 역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각종 영화나 드라마 촬영지로 쓰이거나 결혼식장 등으로도 이용됐지만 100% 활용하지 못했다.
녹사평역의 가장 큰 특징은 대형 중정 아트리움이다. 정중앙 천장에 큰 유리돔(반지름 21m, 깊이 35m)이 설치돼 있고 지하 4층까지 중앙이 뚫려 있어 자연 빛이 승강장(지하 5층)을 제외한 모든 층을 비춘다. 기둥이 없는 지하 대합실과 원형 회랑 구조, 상하 방향이 대칭으로 만들어진 긴 에스컬레이터들 등은 어느 서울 지하철 역사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서울시는 ‘식물’을 주제로 녹사평역을 예술 공간으로 재탄생 시킬 계획이다. 식물은 ‘푸른 풀이 무성한 들판’이라는 녹사평의 본 뜻에서 영감을 얻은 주제다. 인근 용산 미군기지가 생태공원으로 바뀔 계획도 논의 중이기 때문에 지역적으로도 궁합이 맞다는 설명이다.
‘녹사평역 프로젝트’는 유리돔을 중심으로 계획됐다. 자연의 빛이 지하 공간에 투사 되는 점을 고려해 빛과 숲(식물), 땅을 주제로 각 층에 다른 예술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지하 1층은 빛의 형상을 주제로 한 미술 작품을 전시하기 위해 국제 지명 공모(세계적으로 활동하는 특정 작가들을 대상으로 작품을 모집해 선정하는 방식)을 진행 중이다.
지하 4층은 숲의 소리, 지하 5층은 땅의 온도를 주제로 작품을 전시한다. 조경 전문가의 조경 작품은 물론 조경에 영상, 소리가 결합된 중견 예술작가 5인의 콜라보레이션 작품도 전시된다. 날씨와 시간에 따라 변하는 조명 작품 등이 전시될 예정이다.
작품 전시 외에도 시민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지하철 공간을 식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지역 사랑방처럼 만들어 보자는 생각이다. 시민들이 공공미술에 공감할 수 있도록 출퇴근할 때 녹사평역을 이용하거나 주변에 사는 시민 등이 함께 식물을 분양 받아 가꿀 수 있는 ‘반짝 정원’과 같은 참여 프로그램을 추진한다.
본격적인 녹사평역 변신은 다음 달 말부터 시작된다. 서울시는 이번 녹사평역 프로젝트 성공 여부가 ‘서울은 미술관’을 중심으로 한 서울 공공미술 정책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본다. 일상적인 공간에서 시민들이 안정감과 친밀감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데 미술이 기여하는 방식으로 공공미술 정책을 끌고 가겠다는 생각이다.
김선수 서울시 디자인정책과장은 “서울 시민들이 일상 공간에서 예술 작품을 만나면서 자신이 사는 곳에 애정을 갖고 서울의 가치를 재발견 할 수 있도록 공공미술 사업을 구상한다”며 “녹사평역이 그런 공공 예술 공간으로 탈바꿈해 시민들이 자주 찾는, 서울에서 가장 아름다운 역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