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투입한 돈의 흐름을 알고 확인한다

신오덕 2018. 10. 19. 07:10

8조 투입결정 5개월만에.. 다시 비상등 켠 GM

류정 기자 입력 2018.10.19. 03:17


연구개발 법인 신설에 産銀·노조 반발.. "한국 철수 위한 사전작업"

한국GM 노조가 18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이번 갈등의 발단은 한국GM이 추진하는 '연구개발 법인 설립'을 둘러싼 것이다. 19일 한국GM이 주주총회를 통해 법인을 설립하겠다고 선언했고, 이에 노조는 "한국 탈출을 위한 수순"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GM은 실적 부진을 이어가던 호주에서 공장을 폐쇄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갈등엔 2대 주주인 산업은행까지 가세하면서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산은 역시 "법인 설립이 납득되지 않는다"면서 취소 소송까지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안 그래도 경영난이 심각한 한국GM이 노사 갈등에 대주주 간 갈등까지 더해지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김현국

◇눈덩이 적자… 한국GM 앞길 험난


한국GM의 가장 큰 문제는 갈수록 악화되는 경영난이다. 2012년부터 수천억원대 적자가 계속되고 있고, 올해는 사상 최악의 1조원대 적자가 예상된다.


2013년 반짝 흑자를 냈던 것을 빼면, 5년간(2012, 2014~2017) 누적 적자가 2조5246억원에 이르고, 올해까지 합치면 3조5000억원에 달한다. 지난 5월 가동률이 20%대에 머물던 군산공장이 폐쇄되고, 정부와 GM본사는 7조7000억원(70억5000만달러)를 투입해 회사를 살리기로 했지만, 판매 실적 회복은 요원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GM은 "경영 정상화를 위한 것"이라며 지난 7월 연구개발 법인 신설을 발표했다. 1만여 명의 직원 중 디자인센터·기술연구소 등 연구·개발 인력 3000여 명을 분리해 'GM 테크니컬센터 코리아'라는 법인을 설립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한국GM은 국내 판매용 경차·소형 SUV 개발만 해왔지만, 이번엔 글로벌 시장에 내놓는 콤팩트 SUV(이쿼녹스의 후속 모델) 개발을 맡기겠다는 계획이다. 한국GM은 "미국 본사와 유기적으로 소통하며 본사 지휘를 받기 때문에 한국GM 산하에 둘 이유가 없어 별도 법인을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노조는 "생산 공장 철수를 위한 사전 작업 아니냐"며 반발했다. 지난 15~16일 조합원 파업 찬반투표를 벌여 78%의 동의를 얻었고, 22일 중앙노동위원회가 쟁의 조정 중단 결정을 내릴 경우 곧바로 총파업 일정을 잡는다는 방침이다. 산업은행도 앞서 인천지법에 19일 예정된 주총을 금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으나, 지난 17일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이번엔 산은이 주총에서 "법인 설립은 17%의 지분을 가진 산은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한국 철수와 관련된 특별 결의 사항'임"을 주장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법인 설립 무효화 소송이라도 하겠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산은 관계자는 "우리 측 질의서에 제대로 답변도 하지 않으면서 밀어붙이는 무책임한 GM의 행태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8000억원 투입한 산은은 뭐했나


한국GM은 법인 설립이 한국GM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동안 국내에서 개발·생산해온 경차의 생산을 2022년 중단할 예정이고, 경차 개발을 담당해온 연구 인력에 새로운 일거리를 제공하기 위한 대책이라는 것이다. 본사 조직인 GM 테크니컬 센터의 한국 법인으로 키워 글로벌 전략 차종을 개발을 맡긴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노조의 반발이 법인 설립으로 인해 1만여 명의 조합원 중 3000여 명이 감소함으로써 세력이 약화되는 데 대한 우려가 반영돼 있다"는 시선도 있다. 한국 GM은 지난 5월 산은과 정상화 계획을 마련할 때 '10년간 공장 유지를 약속'했다는 점을 들어, 철수설은 노조 측의 억측에 불과하다고 반박한다.

특히 중국에선 법인이 분리돼 있지만 철수설이 나오지 않는다는 사례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노조는 "법인이 설립되면 생산직 구조조정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GM 본사는 "강성 노조 산하에 연구개발 조직이 있으면 글로벌 차종 개발이 파업으로 차질을 빚을 수 있어 곤란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GM이 이런 갈등 상황을 빌미로 한국에서의 철수 명분을 만들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한다. 지난 5월 산은·정부와 협의할 때 없던 연구개발 법인 계획을 갑자기 꺼내 들었기 때문이다. GM은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지난해 호주 홀덴공장을 폐쇄하는 등 2013년부터 지금까지 인도네시아·태국·유럽 등지에서 공장과 내수 사업을 철수하고 있다.


지난 5월 한국GM 정상화를 위해 8000억원의 자금을 지원키로 한 산업은행에 대한 무용론도 나온다. GM이 산은 협의 없이 법인 설립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지만, 마땅한 해결책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법인이 설립된 뒤에 무효화 소송을 한다고 해도, 소송 결과가 나오려면 1~2년이 걸려 실효성이 없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GM 본사 입장에서는 내수 판매가 계속 부진한 한국 공장이 매력적이지 않다"며 "지난 5월 문제를 임시로 봉합했을 뿐 한국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 갈등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