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채무때문에 공장 가동이 어려운 상황이다
"공장 가동률 60%..외환위기 때보다 더 어려워"
입력 2019.10.07. 11:37
최저임금 인상·주 52시간 타격
올해 조합 회원사 237개로 급감
소규모 업체들 폐업 고려중이지만
채권채무 때문에 이마저도 힘들어
업체들 "탄력근로 6개월이상 확대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시행 시급"
경기도 포천, 동두천, 양주는 국내 최대 섬유업체 밀집지역. 편직·염색·봉제(완제품) 관련 1000여개 업체가 가동 중이며, 공장등록 기업만 400여개에 달한다.
최근 2년 새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근로시간 단축으로 두 번의 연이은 타격을 받았다.
사정이 비교적 낫다는 환편업종 뿐 아니라 섬유산업 전 분야의 경쟁력이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는 아우성이 곳곳에서 들린다.
7일 중소기업중앙회 경기북부본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포천·동두천·양주 섬유업체의 평균 가동률은 60% 남짓. 이마저도 점점 하락, 하반기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환편(丸編)은 섬유산업 중 부가가치가 비교적 높은 업종이다. 직물과 달리 중국이 아직 지배하지 못하는 분야 중 하나이기도 하다. 높은 기술력이 요구되는 데다 다품종 소량생산형 업종이기 때문. 환편은 편직물을 짜는 방법 중 하나로, 그나마 기술집약적이고 편직 중 생산량도 가장 많다.
김병균 경기북부환편조합 이사장(에스케이니트 대표)은 “올해부터 조합원사가 줄기 시작했다. 폐업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제의 영향이 가장 크다”며 “규모가 작은 영세업체들부터 사업을 접겠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고 전했다.
또 “현재 우리 회사 포함 포천지역 환편·경편 등 편직기업들 평균가동률은 많아야 60%다. 20여년 전 IMF 때보다 어려운 최악 경기라고들 한다”고도 했다.
북부환편조합 회원사는 2007년 설립 당시 68개에서 2017년 260여곳까지 늘었다. 올해 237개로 감소했다.
섬유업종 중 인력수요가 많은 염색업체는 사정이 더 어렵다. 생산인력만 업체당 평균 50∼120명으로 규모가 커 주 52시간제로 직격탄을 맞게 됐다. 현행 1일 2교대로 운영 중인데, 내년부터 당장 3교대로 돌려야 하기 때문.
경기북부지역 염색업체 분포는 신평단지내 21개, 동두천 25개, 포천 양문공단 45개 사 등이다. 신평단지는 그 중에서도 규모가 비교적 큰 업체들이 입주해 있다.
포천 신평염색사업조합 장용준 이사장(세방섬유 대표)은 “염색업체들은 인력수요는 많은데 구인난이 심각하다. 그렇다고 외국인근로자 쿼터를 늘려주는 것도 아니다.
대형 업체들 빼곤 지역 염색업체들 가동률은 60%에도 못 미친다고 보면 된다”며 “규모가 작은 업체들이 폐업을 고려하고 있지만 채권채무 정리가 어려워 이마저도 쉽지 않다. 망할 때까지 공장을 돌려보자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밝혔다.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으로 수요부진까지 덮쳤다. 그나마 국내에 일부 남아 있던 대형 벤더들이 연관사업을 베트남 등 동남아로 전부 이전해버린 탓이다.
심지어 동남아 이전 뒤 싼 인건비 덕에 섬유 전 스트림을 아우르는 일관생산으로 전환, 국내 협력업체들에 주던 주문도 끊기고 있다.
또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제로 임금소득이 감소, 근로자들의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 비용부담으로 기업들이 잔업은 물론 특근을 거의 없앴기 때문이다.
또 주 52시간제로 내년부터 전 사업장이 현행 1일 2교대(12시간씩 2번)에서 3교대제(8시간씩 3번)로 전환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근무시간이 줄어 임금과 수당이 감소된다.
섬유업체들은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 적용을 간절히 요구하고 있다.
근로형태, 작업시간에 따른 차등화 없이 일률 적용은 너무 불합리하단 것이다.
또 탄력근로 기간 확대로 인건비 상승과 인력난을 덜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장 이사장은 “근로자들은 차라리 지금과 같은 2교대가 낫다고들 한다.
주 52시간제나 최저임금 인상을 근로자들이 반기지 않는 상황”이라며 “탄력근로 기간을 최소 6개월로 확대하고 최저임금 문제도 전향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섬유업체들은 개성공단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다. 김 이사장은 “현재로선 개성공단이 유일한 돌파구다. 개성이 열리면 한국 섬유산업 부활 가능하다. 특히, 봉제를 기반으로 해서 다른 분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