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주거기간을 알고 나아간다
[단독]보증금 평균 3130만원에 월세는 34만원..반지하 3가구 중 1가구 "주거비 매우 부담"
이성희 기자 입력 2020.03.04. 06:01
[경향신문] ㆍ도시연구소, 서울 반지하 거주 22만1459가구 실태 분석
ㆍ10가구 중 9가구 전·월세 살고 보증부 월세가 54%로 가장 많아
ㆍ72%가 “햇볕 안 들어 고통스럽다” 호소…평균 거주기간 4.8년
ㆍ“공공임대 입주 희망” 69% 응답…“열악한 환경 철저 조사해야”
영화 <기생충>에서 빈부격차를 드러내는 장치 중 하나가 햇볕이다.
박 사장네 고급주택에는 거실 유리창을 통해 햇볕이 쏟아지지만, 반지하에 사는 기택네는 햇볕이 들지 않아 종일 어둡다. 창문이라고 해봐야 대로변과 맞닿아 있거나 화장실 변기 옆에 조그맣게 뚫려 있어 제역할을 하지 못한다.
폭우가 쏟아지는 날에는 집 안을 물에 잠기게 하는 위협요인으로 작용한다.
3일 한국도시연구소가 분석한 ‘반지하 거주 가구 주거실태’를 보면 반지하에 사는 10가구 중 7가구는 기택네처럼 집 안에 햇볕이 들지 않는 고통을 호소했다. 이 결과는 국토교통부 ‘2018 주거실태조사’에서 서울지역 반지하(지하 포함)에 거주하는 22만1459가구의 특성을 심층 분석한 것을 분석한 것이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반지하 주택의 불량상태(복수응답)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71.5%(15만8333가구)가 채광을 꼽았다. 변변치 않은 창문은 환기(58.6%)가 제대로 되지 않는 문제도 일으킨다.
여기에 반지하 주택에는 방수(46.2%), 위생(45.9%), 화재(36.4%), 단열(35.3%), 구조(35.1%) 등 각종 문제가 결합돼 있다. 이런 열악한 환경의 반지하 주택에는 어쩔 수 없이 살 수밖에 없는 도시 빈곤층들이 모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지하 거주 가구 중 10.9%(2만4145가구)는 기초생활수급을 받고 있다.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대상이 되는 기준 중위소득 50% 이하 가구는 23.6%(5만2346가구)나 됐다.
홍정훈 도시연구소 연구원은 “통상 중위소득 절반을 ‘상대적 빈곤선’으로 보는데, 이 이하에 해당하는 가구 중 절반 이상이 기초생활수급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2018년 기준 중위소득은 3인 가구 285만원(1인 가구는 167만원)이다.
반지하 10가구 중 9가구는 전·월세로 사는 세입자다.
그중에서도 보증금을 걸고 매월 임대료를 내는 보증부 월세가 53.6%(11만8609가구)로 가장 많았다. 보증부 월세는 목돈이 없어 전세를 얻지 못할 때 보증금 일부를 매달 내는 방식이라 주거비 부담이 가장 큰 주거형태다.
반지하 거주 가구의 전·월세 보증금은 평균 3130만원이었으며 월세는 평균 34만원이었다.
반지하 가구 중 33.5%는 주거비가 ‘매우 부담스럽다’고 답했는데, 이는 다른 주택유형을 포함한 전체 가구(17.1%)에서보다 2배가량 높은 비율이다. 하지만 평균 거주기간은 4.8년이었으며, 5년 이상 거주한 가구도 33.7%(7만4629가구)에 이르는 등 반지하에서 쉽게 떠나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반지하 가구 중 68.6%(15만1966가구)는 공공임대주택 입주를 희망하고 있었다.
공공임대 입주를 원하는 이유도 저렴한 임대료가 65.5%(9만9526가구)로 가장 높았다.
홍정훈 연구원은 “정부가 실시할 예정인 반지하 전수조사가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최저주거면적뿐 아니라 채광과 환기 등 주거환경에 대한 조사도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며 “상습 침수 지역에 있거나 거주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비적정 주택의 임대 금지 등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