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미국 경기부양책을 알고 확인한다

신오덕 2020. 3. 19. 08:49

팬데믹 공포에 얼어붙은 경제, '재난기본소득' 카드가 녹일까 [뉴스+]

우상규 입력 2020.03.19. 06:05


경기부양 카드로 각국 도입 / 경제 살리고 취약계층 지원 효과 /

美·日 등 주요국가 현금 지급 추진 / 국내선 서울·경기·강원 등서 시행 /

기재부선 재정건전성 악화 우려 / 포퓰리즘 논란에 실효성도 의문
18일 서울 동대문 시장에서 오토바이 배달 기사들이 일감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공포로 세계 경제가 꽁꽁 얼어붙자 각국에서 온기를 불어넣을 카드로 ‘재난기본소득’이 급부상하고 있다.

재난기본소득으로 현금을 지급하면 소비가 늘어 경기부양 효과가 나타나고, 생계에 위협을 느끼는 취약계층을 도울 수 있다.

그러나 재정건전성 악화가 불가피하고 포퓰리즘 논란도 인다. 치밀하게 설계하지 않으면 실효를 거두지 못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여당은 재난기본소득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 위원장은 18일 국회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당·정·청 회의 후 브리핑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재난기본소득 지원정책을) 하는 것이 중앙정부가 준비하는 데 필요한 시범 실시 과정의 의미도 있어 바람직하다”며 “그런 점에서 지자체의 결단에 저희는 환영하며, 내일(19일) 대통령 주재 비상경제회의가 열리면 거기서 많은 논의가 이뤄지고 결정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의 위원장과 이인영 원내대표가 18일 오전 국회 더불어민주당 회의실에서 열린 제3차 코로나19 대응 당정청 회의에 참석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재난기본소득이 화두로 떠오른 것은 지난달 이재웅 당시 쏘카 대표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재난기본소득 50만원’을 제안하면서다.

여기에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경기지사, 김경수 경남지사가 가세했다.

이후 강원도가 광역단체 중 처음으로 소상공인·실직자 30만명에게 40만원씩을 주기로 했고, 전주시는 실업자와 비정규직 5만여명에게 52만7000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주요 국가들도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재난기본소득 지급에 나서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1조달러(약 1240조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준비 중이며, 이 가운데 2500억달러는 1인당 1000달러 이상을 나눠주기 위해 책정됐다.

일본은 2009년 리먼 브러더스 파산 사태의 충격에 대응할 때 배포했던 1인당 1만2000엔(약 13만9200원)보다 많은 금액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이날 마이니치신문이 보도했다. 홍콩은 모든 국민에게 1만 홍콩달러(약 155만원)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우리나라 살림을 책임지는 기획재정부는 재정건전성 악화를 우려해 모든 국민에게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것에는 부정적 입장이다. 재난기본소득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면 총선을 겨냥한 포퓰리즘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본은 1990년대 후반 경기부양을 위해 1인당 2만엔의 상품권을 무료로 배포했지만 상품권을 할인해 현금으로 바꿔 저축해 소비진작 효과를 전혀 못 거둔 사례도 있다.

전문가들은 “현금으로 줄 경우 소비하지 않고 저축하는 문제가 있고 상품권으로 줘도 할인해 현금화해서 저축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다가 경제 회복이 더뎌질 경우 판단 실패에 관한 책임 문제가 거론될 게 뻔하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전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서 “재난기본소득을 전 국민을 대상으로 주는 게 효율성이 있는지 짚어봐야 하고 재원 문제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며 “재원에 한계성도 있고 국민의 공감대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원이 절실한 계층에 한정해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방안에 무게가 실린다. 다만 이 경우 경기부양 효과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


이필상 서울대 경제학부 초빙교수는 “최대한 기존 제도를 이용하는 것이 좋겠지만 비상사태이다 보니 재난기본소득 논의가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며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한다면 어떤 사람에게 얼마나 주는지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퍼주기식이나 또 다른 제도로 정착되면 곤란하다”며 “무엇보다 전제조건으로 경제를 제대로 살릴 수 있는 정책 전환이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비심리 살리는 데 즉효”… 美, 1인당 1000달러씩 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대응을 위해 1조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추진하면서 국민 1인당 1000달러 이상의 현금을 지급하기로 해 주목된다.


개개인이 코로나19로 인한 피해의 급한 불을 끌 수 있도록 현금을 지급한다는 것인데, 가장 신속하게 시행하고 체감도를 높일 수 있는 수단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급속하게 위축된 소비심리를 살리는 한편 사재기로 표면화한 공포심리가 민심 이탈로 이어지는 것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17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경기부양책 중 하나로 국민에게 직접 현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인들에게 즉각 수표를 보낼 것이고, 앞으로 2주 안에 그 수표를 받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 성인 1명당 1000달러의 현금보조 가능성을 거론한 보도를 의식한 듯 “언론에 보도된 것보다 조금 더 클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다만 부자들은 수혜 대상에서 제외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의회의 협의 절차 등을 거쳐야 하기에 현실적으로 4월 말이 데드라인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 정부는 각 가정에 우편으로 수표를 보내거나, 은행 계좌에 직접 송금하는 형식으로 현금을 나눠줄 전망이다.
        

대부분의 경제학자와 정치인들이 현금 지급 방식을 선호하는 이유는 신속하고, 절차가 단순하기 때문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는 지적했다.


정부가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실업 보험금이나 복지 또는 푸드 스탬프 등을 제공할 수 있으나 이를 실행하려면 정부가 신청서를 받아서 지급 대상자를 선별하는 과정을 거쳐야 해서 시간이 오래 걸리고, 절차도 까다롭다.

미국 정부가 현금을 지급하는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2001년에 개인당 300달러의 현금을 줬고,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성인에게는 300∼600달러, 아동에게는 300달러를 지급한 바 있다.


그러나 백만장자 등 부유층은 대상에서 제외했다. 트럼프 정부는 이번에도 정부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수혜 대상자의 소득 기준을 정할 예정이다. 지난 금융위기 당시에는 연간 소득이 7만5000달러 미만이면 정부 지원금을 전액 받도록 했고, 그 이상의 소득자에 대한 지원금은 소득 수준에 따라 줄였었다.


정부가 제공하는 1000달러가량의 돈이 경제를 살리는 데 결정적인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경제난에 처한 사람들이 이 돈으로 주택 임대료를 내거나 식료품을 구입할 수 있어 첫 단계 지원책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WP는 설명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미국에서 풀타임 노동자의 일주일 중간 소득이 936달러다.

미국 정부가 제공하는 1000달러가 일주일 소득을 보전할 수 있는 셈이다.

과거의 예를 보면 미국에서 소득이 상대적으로 높으면 정부의 지원금을 곧바로 사용하지 않고 저축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저소득층은 이 돈으로 생필품을 사거나 주택 임대료를 내는 데 즉각 사용했다.

2001년과 2008년에 정부가 가계에 지원금을 제공했을 때 3분의 2가량의 수령자가 이 돈을 받은 지 6개월 이내에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정부는 일단 현금 지급을 위해 2500억달러의 예산을 경기부양책의 일부로 책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급여세를 연말까지 면제하는 등 감세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인해 실업자가 급증하고, 자영업의 연쇄 폐업 등이 속출할 수 있어 즉각적인 지원 효과를 낼 수 있는 수단으로 정부의 현금지급 방식이 부상했다.


2012년 대통령 선거 당시에 공화당 후보로 출마했던 밋 롬니 상원의원이 16일 1000달러씩을 미국인들에게 나눠주자고 제안했고, 바로 다음 날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전격적으로 받아들였다.

미국 정치권은 현금 지급 방식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미국 정부와 경기 부양책을 종합적인 패키지 형식으로 논의할 것이고, 현금 지급 여부는 그 협상의 일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공화당 내에서도 현금 지급에 대한 이견이 있다.

그렇지만 과감한 재정 정책과 통화 정책을 동원해 미국 경제의 추락을 막아야 한다는 데 정치권에서 대체적인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