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개선계획을 알고 움직인다
'1조 수혈' 두산 "핵심 계열사 매각" 고강도 자구안 제출
나기천 입력 2020.04.14. 06:02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른 수주 감소 등으로 경영난에 봉착한 두산중공업에 국책은행에서 1조원을 수혈받는 두산그룹이 자구안을 제출했다.
업계에서는 두산이 두산솔루스 매각과 두산중공업·두산인프라코어 지배구조 개선 방안, 대주주 사재출연 계획 등을 자구안에 넣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밖에 두산중공업 자회사 네오트랜스와 두산메카텍, 석탄 사업부, 인도 법인 등의 매각방안도 협상테이블 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두산그룹은 13일 보도자료에서 채권단에 두산중공업 재무구조 개선계획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두산은 “두산그룹과 대주주는 책임경영을 이행하기 위해 뼈를 깎는 자세로 재무구조 개선계획을 마련했다”며 “두산중공업 경영정상화와 신속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매각 또는 유동화 가능한 모든 자산을 대상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계획을 성실히 이행해서 경영정상화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산은 이어 “재무구조 개선계획은 향후 채권단과의 협의와 이사회 결의 등을 거쳐 최종 확정할 예정”이라며 “그룹의 모든 계열사와 임직원이 확정되는 계획을 최대한 성실히 이행해 조기에 목표를 달성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두산은 그러면서도 “계획이 확정되면 추후 상세한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라며 자구안 세부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날 제출된 자구안은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서 1조원의 긴급자금을 지원받기 위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두산이 두산솔루스 매각과 두산중공업·두산인프라코어 지배구조 개선 방안, 대주주 사재출연 계획 등을 자구안에 넣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두산솔루스는 전지박·동박, 올레드(OLED) 소재를 만드는 두산의 차세대 성장동력 계열사다.
두산솔루스는 그룹 지주사 ㈜두산(17%)과 박정원 회장 등 주요 주주를 포함한 특수관계인(44%)이 모두 지분 61%를 보유하고 있다. 두산은 이 회사의 경영권을 넘기는 수준인 지분 51%를 매각할지, 보유지분 전량을 매각할지 등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한 많은 ‘실탄’을 확보하기 위해 지분 전체를 매각하는 방안에 힘이 쏠린다. 매각 가격은 6000억∼80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두산솔루스 매각 대금은 유상증자 형태로 두산중공업을 지원하는 데 쓰일 것으로 전망된다.
채권단이 ‘㈜두산→두산중공업→두산인프라코어→밥캣’으로 이어지는 수직계열 구조를 끊어내라고 요구하는 만큼 두산중공업의 분할 후 합병 방안도 자구안에 담겼을 것으로 추정된다.
두산중공업을 사업회사와 투자회사로 분리한 다음 두산중공업이 보유한 두산인프라코어·밥캣 지분을 투자회사에 두고 투자회사를 ㈜두산과 합병하는 방안이다.
이밖에 두산중공업 자회사 네오트랜스와 두산메카텍, 석탄 사업부, 인도 법인 등의 매각방안도 협상테이블 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직원 감축 등 구조조정과 임직원 임금삭감 등의 계획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채권단의 두산중공업 추가 지원 여부가 자구안 내용에 달려 있어 금호그룹의 아시아나항공 매각과 같은 고강도 자구안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