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사업보고서 결과를 알고 확인한다
평균 연봉 1억원 시대?..웃지못하는 은행권
황두현 입력 2021. 03. 26. 08:33 수정 2021. 03. 26. 08:52 댓글 4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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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요약
국내 4대 은행의 평균 연봉이 1억원에 육박했다.
비대면 금융 서비스의 확산으로 은행 점포와 직원수가 급속도로 줄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의아한 결과다.
최근 비대면 금융 서비스가 보편화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은행 직원의 연봉 고공행진은 시대 흐름에 맞지 않는다는 시각도 있다.
금융권의 연봉이 타 산업군 대비 상대적으로 높아 고급인력 수급이 용이하지만, 은행권 특유의 안정적인 조직 문화를 지향하는 분위기로 직원들의 보신주의가 확대된다는 것이다.
지난해 4대 은행 평균 연봉 9800만원
과장급 직장인 평균연봉 2배 훌쩍
직원 "마흔부터 퇴직시점 고민해야"
은행 "고임금 걸맞는 효율 의문"
시중은행 상담 창구 (연합뉴스 제공)
국내 4대 은행의 평균 연봉이 1억원에 육박했다.
비대면 금융 서비스의 확산으로 은행 점포와 직원수가 급속도로 줄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의아한 결과다.
은행권 일부 퇴직자는 10억원이 넘는 퇴직금을 받아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다만 은행원의 속을 들여다보면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구조조정의 흐름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 역시 고액 연봉을 제시해 직원들의 사기를 북돋울 수 있으면 좋으련만 실상이 그렇지도 않다.
임직원과 은행 모두 웃지 못하는 고임금 릴레이를 이어가는 게 현실이다.
최근 각 은행이 공개한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 4대 시중은행 직원 1명의 연평균 급여는 9800만원으로 1억원에 육박했다. 지난 2017년 9025만에서 3년 동안 775만원(8.6%) 뛰었다.
연평균 급여가 가장 많은 곳은 국민은행으로 1억400만원이었고, 하나은행이 9700만원으로 뒤를 이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9600만원, 9500만원을 기록했다. 지난 3년 동안 증가액으로 보면 국민은행(1300만원), 우리은행(800만원), 그리고 신한·하나은행(500만원) 순이었다.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이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평균 연봉이 4817만원(과장급 기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시중은행원들은 2배가 넘는 임금을 받고 있는 셈이다.
부장급 직원이 받는 6372만원과 비교해도 꽤 높은 수치다.
최근 비대면 금융 서비스가 보편화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은행 직원의 연봉 고공행진은 시대 흐름에 맞지 않는다는 시각도 있다.
실제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국내 지급결제 동향 통계에 따르면 하루 평균 비대면 결제 규모는 1년 전보다 17%가량 늘었다. 반면 대면 결제 규모는 같은 기간 5.6% 감소했다. 전체 결제 중 비대면 결제 비중도 지난해 4분기 기준 39.6%까지 늘어나 국내에서 발생하는 결제 10건 중 4건은 비대면으로 이뤄졌다.
이러한 흐름때문에 은행 점포를 비롯해 직원 수도 급격하게 줄고 있다.
4대 은행의 전체 직원은 지난해말 기준 5만7896명으로 2017년보다 2561명(4.2%) 감소했다. 점포 수 역시 지난해말 3303개로 2018년 이후 260개 줄었다.
하지만 정작 1억원의 임금을 받는 은행원들이라고 마냥 웃음만 나는 건 아니다.
점포 통폐합과 디지털 전환에서 비롯된 구조조정의 파도가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퇴직 시기는 빨라지고, 승진 문턱은 높아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실제 은행권의 퇴직연령은 매년 낮아지는 추세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만 40세 이상인 직원에게 월평균 임금 20개월치를 지급하는 특별퇴직을 진행했다.
하나은행도 만 40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특별퇴직을 실시했다.
40세는 과·차장급에 불과한 데 말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은퇴 시점이 늦을수록 퇴직금을 적게 주는 하후상박의 구조로 바뀌는 추세다.
시중은행 한 직원은 "퇴직시기를 잘 맞추면 수억원의 퇴직금을 수령할 수 있는 만큼 향후 커리어 등을 고려해 퇴직시점을 고민하는 은행원이 늘어난 게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고임금을 제공하는 은행의 고민 역시 깊다.
금융권의 연봉이 타 산업군 대비 상대적으로 높아 고급인력 수급이 용이하지만, 은행권 특유의 안정적인 조직 문화를 지향하는 분위기로 직원들의 보신주의가 확대된다는 것이다.
물론 이전보다 퇴직연령이 빨라진 영향도 있다.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금융권 연봉 수준은 다른 산업에 비해 결코 낮지 않은 수준이지만 그에 맞는 효율을 내는지는 의문"이라며 "최근 빅테크의 금융권 진출이 속도를 내면서 조직 혁신 방안을 고민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