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경영에서 완전히 물러난 인물을 확인한다

신오덕 2021. 3. 29. 11:16

'명예'만 남기고 셀트리온 떠난 서정진..'인생2막' 창업

김도윤 기자 입력 2021. 03. 29. 06:30 댓글 88

 

서정진 셀트리온 명예회장의 셀트리온 등기이사 임기가 만료됐고 무보수 명예회장이란 직함만 남았다. 약속대로 경영에서 확실하게 손을 뗐다.

 

서 명예회장은 지난 25일 개발 및 판매 직원들과 마지막 회의를 진행했다. 서 명예회장이 지휘한 셀트리온의 마지막 회의다. 이어 26일 주주총회에서 주주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눴고, 직원들에게도 안녕을 고했다. 이제 셀트리온에서 서 명예회장의 시간은 끝났다.

등기이사 임기 끝나 공식 은퇴…'무보수 명예회장'으로

셀트리온은 떠나지만 서 명예회장의 도전은 멈추지 않는다.

 

신체포기각서를 쓸 정도로 어려운 상황에서 셀트리온을 글로벌 바이오 기업으로 키워낸 승부사 자질을 앞세워 다시 스타트업으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서 명예회장은 한때 경영 성과 지연과 공매도 공격, 분식회계 논란 등으로 '사기꾼'이란 말을 듣기도 했다.

 

서 명예회장은 그동안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을 여러 차례 내비쳤다. 지난해 10월 한 행사에선 원격의료 스타트업을 창업하겠단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어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단 생각으로 읽힌다.

 

이는 서 명예회장의 철학과 일치한다.

 

서 명예회장은 제약회사라면, 또 기업가라면 국민의 건강 증진에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원격의료 스타트업 창업 계획 역시 국민 건강 증진 기여를 위한 선택일 가능성이 높다. 원격의료 시장 성장은 의료 복지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서 명예회장은 지난 26일 셀트리온 주총에서 "코로나19(COVID-19) 치료제를 원가에 공급하는 이유는 우리 국민 건강 지키는 게 회사의 가장 큰 이유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새 창업을 통해 국내 기업 환경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실천에 나서려는 의지도 엿보인다. 서 명예회장은 우리나라가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아니라고 아쉬워했고, 기업가도 변해야 한단 생각으로 은퇴를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투자를 통한 국내 제약 바이오 산업 성장, 궁극적으로 국가 경쟁력 강화에 힘을 보탤 수 있는 방안도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서 명예회장은 셀트리온 주주들과 마지막 대화에서 수차례 애국심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서 명예회장은 후배 양성을 위해 2조원을 투자하겠단 계획을 공개하기도 했다.

 

서 명예회장은 "기업은 이익을 보기 위해 사업을 하지만, 조국의 미래를 위해 책임을 다해야 한다"며 "진정한 기업가 정신은 무엇이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나선 이유에 대해선 "코로나19 빨리 퇴치 못하면 우리나라 중산층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라며 "잘사는 소수와 희망없는 다수가 있으면 사회질서를 유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3사 합병 측면지원 나설까

서 명예회장은 셀트리온의 주주로서 역할은 놓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셀트리온 3사(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 합병과 지배구조 개편, 궁극적으로 지주회사 체계 구축 등을 측면지원 할 것으로 관측된다.

 

서 명예회장은 "그룹 총수에서 내려와 이제 (주주 여러분과) 똑같은 주주"라며 "앞으로 나도 셀트리온 주주총회에서 기우성 부회장(셀트리온 대표) 공격하기도 하고 격려하기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셀트리온 소액주주들이 피해받을 수 있는 상황이 생기면 (도움이 될 만한) 액션을 망설이지 않고 하겠다"고 밝혔다.

셀트리온 3사 합병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서 명예회장은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의 합병은 100% 시너지가 난다"며 "종합제약회사로 도약하기 위해선 합병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셀트리온홀딩스(셀트리온 최대주주),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셀트리온헬스케어 최대주주)가 합병할 거고, 셀트리온스킨큐어까지 합병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서 명예회장은 또 "지금 당장 셀트리온홀딩스 상장 계획은 없다"며 "그런데 셀트리온홀딩스도 (언젠가) 상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주회사 체제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서 명예회장은 "지주회사법 때문에 불편한 게 많지만, 현행법이니 어쩌냐(따라야 한다)"며 "가급적 주식을 매각하지 않으면서 지주회사 여건 만들기 위해 불편해도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