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 순환을 세밀하게 살펴야 한다
가계가 빌린 돈 52조..'영끌' 로 주식·펀드 투자 '사상 최대'
윤상언 입력 2021. 07. 08. 12:07 댓글 0개
올해 1분기 가계가 금융권으로부터 끌어 쓴 돈이 5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전보다 약 36조원이 늘어난 규모다. 연합뉴스
올해 1분기 가계가 금융권에서 끌어 쓴 돈이 5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전보다 약 36조원이 늘어난 규모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빚투(빚내서 투자)’와 ‘영끌(영혼까지 끌어서 투자)’ 열풍이 불면서 가계가 주식과 펀드에 투자한 금액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2021년 1분기 자금순환(잠정)’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가계와 비영리단체 순자금운용은 44조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분기(65조9000억원)보다 21조9000억원이 감소했다.
순자금운용은 예금·보험·주식 등으로 굴리는 돈(운용자금)에서 빌린 돈(조달자금)을 뺀 금액으로 일종의 여유자금이다. 운용자금이 조달자금보다 많으면 ‘순자금운용’, 반대로 조달자금이 더 커지면 ‘순자금조달’이 된다. 일반적으로 가계는 운용자금이 더 많아 자금을 공급하는 주체로 여겨왔다.
이번에는 상황이 바뀌었다.
1분기 가계의 자금조달은 52조1000억원을 기록해 1년 전 같은 기간(15조2000억원)과 비교해 무려 36조9000억원이 증가했다.금융권으로부터 빌린 돈을 뜻하는 금융기관차입이 지난 1분기 52조8000억원으로 나타나 1년 전 같은 분기(15조2000억원)보다 37조6000억원이 늘어난 영향이 컸다.
가계가 빌린 돈이 굴리는 돈보다 더 많아졌다는 얘기다.
이렇게 가계가 빌린 돈은 대부분 ‘영끌’과 ‘빚투’ 열풍에 따라 주식과 펀드 등 투자로 흘러간 것으로 풀이된다.
1분기 가계의 자금운용은 96조1000억원을 기록해 1년 전(81조1000억원)보다 15조원이 늘었는데, 이 중 지분증권·투자펀드(2.3조원→39조원)가 16배 넘게 늘어나면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동시에 금융기관예치금(63조원→38.5조원)은 절반 수준으로 줄면서 은행 등에 쌓아둔 돈마저 투자에 사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자료:한국은행
실제로 1분기 가계의 전체 금융자산 중 주식과 투자펀드가 차지하는 비중(22.7%)도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1년 전(16.2%)보다 6.5%포인트가 늘어난 규모다.
1분기 중 가계가 취득한 거주자발행주식과 출자지분(36조5000억원)과 해외주식(12조5000억원)의 규모도 사상 최대치다. 반대로 예금의 비중은 1년 새 44.2%에서 41%로 3.2%포인트가 줄었다.
같은 기간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채권의 비중도 3.4%에서 2.9%로 0.5%포인트가 감소했다.
경기가 살아나며 기업(금융회사 제외)의 자금 수요는 줄어들었다.
기업의 순조달규모는 28조6000억원으로 1년 전 같은 분기(22조5000억원)보다 감소했다.
국제 경기가 살아나고 수출 호조세가 개선되면서 영업이익이 늘어난 영향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분기 상장기업(비연결 금융업 제외)의 순이익은 28조8000억원으로 1년 전 같은 분기(17조4000억원)보다 9조4000억원 증가했다.
정부의 여유자금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순자금조달은 4조3000억원으로 1년 전 같은 분기(-22조4000억원)보다 18조1000억원이 축소됐다.
이는 거둬들인 세금으로부터 나오는 수입이 많아지면서 곳간을 채웠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의 1분기 국세 수입은 88조5000억원으로 1년 전 같은 분기(69조5000억원)보다 19조원이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