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구조의 변화로 투자가 늘어나고 있다
[아시아초대석]"단단해진 자본시장..모험자본 공급으로 시장혁신 힘쓸때"
이민지 입력 2021. 11. 15. 11:50 댓글 0개
젊은세대 유입으로 자본시장 한층 견고해져
연금자산 끌어들여 모험자본 공급 힘써야
국내 증시 선진시장으로 발전시키는 것도 중요
개인들 레버리지·가상자산에 몰빵 투자 경계해야

[아시아경제 이민지 기자] 오랜 기간 국내 증권업계의 성장을 지켜본 신진영 자본시장연구원 원장은 지금이 모험자본 공급 혁신에 힘쓸 수 있는 적기라고 주장했다.
신 원장은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나라 자본시장 규모는 더 커졌고 증권사들도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며 "무엇보다 젊은 세대들이 자본시장에 일찍 눈을 뜨고 관심을 키우고 있어 모험자본 공급 규모를 늘릴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신 원장은 한층 견고해진 자본시장을 통해 모험자본 공급이 이뤄지고 이 수익이 개인에게 다시 돌아가는 사이클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구조가 빠르게 바뀌는 상황에서 환경, IT 등 모험자본 공급이 필요한 곳도 늘어나고 있어 이러한 선순환 사이클 구축이 더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이다.
이를 위해선 연금자산이 자본시장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의 도입이 그 첫걸음이 될 수 있다. 신 원장은 "국회에서 논의 중인 디폴트옵션이 통과돼야 모험자본 공급에도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증시가 선진 시장으로 크기 위한 노력도 필수적이다.
신 원장은 "우리나라는 지정학적 위치도 좋고 경제 규모도 커 홍콩의 금융 허브 지위가 약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안으로 부상할 수 있는 곳"이라며 "경제규모에 맞게 금융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에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정부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MSCI 선진시장 지수 편입을 재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에 대해선 "선진지수에 편입이 된다 해서 지수가 갑자기 높아지는 등의 큰 변화가 나타나기는 힘들지만, 자금의 안정성은 확보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지금 신흥국지수에서 높은 비중으로 편입돼 있기 때문에 선진지수로 들어간다 해서 외국인이나 기관의 투자 규모가 급작스레 늘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이러한 발전을 꾀하기 위해선 젊은 세대들의 주식투자가 좋은 방향으로 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국내 증시가 올해 들어 1%가량 상승하는데 그치면서 지난해 상승장을 맛봤던 투자자들은 더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레버리지, 가상자산 투자에 적극 뛰어들고 있는 모습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신 원장은 이러한 투자행태에 대해 "상방 하방이 크게 열린 곳에 개인들이 투자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신호등 없어도 알아서 피해가면 되지 않겠느냐고도 물을 수 있지만, 개인의 상대는 기관"이라며 "추종매매를 주로 하는 개인 처지에서 장기적으론 손해를 볼 수 밖에 없으므로 연금자산에 빚까지 끌어서 투자하는 것은 절대 금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상자산 투자에서도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한 분산투자가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ETF 출시를 비롯해 기관들도 가상자산을 조금씩 편입하고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자산으로 인정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아졌지만, 변동성을 고려하면 포트폴리오에서 의미 있는 비중을 두는 것은 위험하다는 판단에서다.
신 원장은 "개인들은 분산투자를 통해 접근해야 한다"며 "기관이 들어와 장기적으로 자산의 가격 안정성을 뒷받침한 뒤 개인의 투자가 확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단기간에 3000선으로 몸집을 키운 코스피가 최근엔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를 반영해 2900선 마저 위협받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내외 투자은행(IB)에선 인플레 우려가 상당 부분 걷히고 나면 최대 3500선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다만 신 원장은 지켜봐야 할 요소들이 많아 마냥 낙관적으로만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틀어졌던 공급만 문제가 어떻게 조정이 되고 완만하게 정상단계에 도달할 수 있는지 겨울 동안 살펴봐야 한다"며 "인플레이션 압력이 앞으로 더 커졌을 때 중앙은행의 금리 정책과 이를 시장이 어떻게 받아들여 가는지도 중요한 요소"라고 언급했다.

◆ 신진영 자본시장연구원 원장은 =1962년생으로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90년엔 카네기멜론대에서 재무학을 전공해 박사과정을 끝마쳤다.
1999년엔 아주대 부교수를 거쳐 2002년 연세대 경영대 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2019년 2월에는 한국증권학회 회장, 2019년 6월에는 한국기업지배구조연구원 원장에 올랐으며 올해 9월엔 자본시장연구원 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