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무대 데뷔 35돌을 맞은 소프라노 인물의 전국공연을 지켜본다
"팬데믹 위로" 바로크 음악으로 돌아온 조수미
임석규 입력 2021. 12. 17. 05:06 수정 2021. 12. 17. 08:36 댓글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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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라노 조수미가 국제 무대 데뷔 35돌을 맞아 오는 18일부터 전국 8개 도시를 찾는다.
세계 무대 데뷔는 1986년 이탈리아 명문 극장 트리에스테 베르디 극장에서 이뤄졌다.
제목은 조수미 데뷔 35년과 이무지치 창단 70년을 뜻한다.
조수미는 데뷔 20돌에도 바로크 앨범을 발매했다.
이탈리아 실내악단 '이무지치'와
18일 부산부터 전국 순회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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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라노 조수미가 국제 무대 데뷔 35돌을 맞아 오는 18일부터 전국 8개 도시를 찾는다.
비발디의 ‘사계’를 ‘세계인의 애청곡’으로 만든 이탈리아 실내악단 ‘이무지치’와 함께하는 공연이다.
지난 7일 입국해 자가격리 중인 그를 이메일로 만났다.
“그냥 세월이 너무 빠르다. 실감이 안 난다.
입국하기 직전에 지금까지 썼던 일기장을 봤는데, ‘정말 열심히 살았다. 그리고 굉장히 운이 좋았다’, 이런 느낌을 받았다.”
세계 무대 데뷔는 1986년 이탈리아 명문 극장 트리에스테 베르디 극장에서 이뤄졌다.
오페라 <리골레토>의 주인공 역이었다. 24살, 드물게 어린 나이의 프리마돈나 데뷔였다.
곧이어 거장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이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오페라 무대에 그를 주역으로 세웠다.
이후 세계 주요 오페라극장 무대에 차례로 올랐고, 게오르그 숄티, 주빈 메타 등 거장들과 수많은 음반을 냈다.
35년을 돌이키며 그가 선택한 프로그램은 ‘바로크 음악’이다.
최근엔 이무지치와 바로크 곡을 연주한 앨범 도 발매했다.
제목은 조수미 데뷔 35년과 이무지치 창단 70년을 뜻한다.
조수미는 데뷔 20돌에도 바로크 앨범을 발매했다. “바로크 음악은 아무래도 종교와 관련이 많다.
성찰과 기도와 닿아 있는 음악이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팬데믹을 지나가고 있는데, 바로크 음악은 우리를 위로해주고 마음을 안정되게 해준다.”
그는 ‘본질만 남겨놓고 주변을 둘러싼 많은 것을 걷어낸 음악’이라고 바로크 음악을 표현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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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거의 다 했구나’ 이런 느낌은 전혀 아니다.
아직도 똑같이 하루하루가 너무 재미있다.
할 수 있는 날까지 계획을 짜고 또 실천하면서 그대로 그냥 꾸준하게 갈 것 같다.
화롯불에 불이 확 붙지 않고 잔잔하게, 계속 꺼지지 않는 열정으로 가는 것처럼 가는 거다.
호기심과 궁금함이 언제나 내 안에 있으니까.”
그는 정통 성악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드라마 <명성황후> 주제가를 불렀고, 영화음악도 했다. 늘 대중과 가까이서 호흡하려 했다.
“내가 좀 욕심이 많다.
‘한국인이 제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예술인’, 이렇게 기억되고 싶은 마음이 있다.
‘한국을 빛낸 아티스트’ 이런 거보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예술가’면 좋겠다.
이게 나한테는 제일 소중하다.” 나중에 어떤 예술가로 기억되고 싶으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조수미만큼 여러 층위의 대중에게 고루 사랑받는 예술인도 드물 것이다.
서울 예술의전당은 지난 9월부터 콘서트홀 지하에 ‘조수미 홀로그램 미니 콘서트’를 상시 운영하고 있는데, 찾는 이들이 제법 많다.
내년엔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초빙석학교수로 임용돼 학생들을 만난다.
성악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예술과 문화에 대해 강의한다. “과학기술을 공부하는 이들에게 감성적이고 문화적인 부분에 도움을 주고 싶다”는 뜻에서다. 2023년부터는 프랑스 파리 부근에서 그의 이름을 딴 ‘조수미 국제 성악 콩쿠르’가 첫발을 내디딘다.
코로나19로 이번 공연도 일정이 바뀌는 등 곡절을 겪어야 했다.
“무대를 잃고 생활이 어려워 악기를 버리고 다른 일을 찾는 음악인들을 보는 게 안타깝다.
그분들이 음악을 포기하지 않고 음악을 통해 희망과 위로를 전하는 일을 계속할 수 있어야 한다.”
그는 “예술인들을 위해 국가가 좀 더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공연은 오는 18일 부산을 시작으로 세종, 음성, 성남, 천안, 익산, 인천에 이어 25~26일엔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다.
25일 공연은 네이버티브이(TV) 크레디아 채널에서 오후 5시부터 유료로 생중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