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세계적 디바가 등장하는 공연을 본다

신오덕 2021. 12. 27. 09:52

[이 공연 Pick]조수미&이 무지치의 담백하고 우아한 바로크 음악 선물

강진아 입력 2021. 12. 27. 05:00 댓글 0

 

기사내용 요약


바흐·비발디·헨델 등 바로크 음악 향연


조수미 35주년·이 무지치 70주년 기념

 
[서울=뉴시스]지난 25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조수미와 이탈리아 실내악단 이 무지치의 공연.
 
이번 무대는 조수미의 세계 무대 데뷔 35주년과 이 무지치의 창단 70주년을 기념해 진행됐다.
 
(사진=크레디아 제공) 2021.12.26.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크리스마스인 25일 오후 5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디바 조수미의 등장에 박수 소리가 달라졌다.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갈채에는 설렘과 함께 기대감이 묻어났다.

 

이번 공연은 1986년 이탈리아 베르디 극장에서 오페라 '리골레토'의 '질다' 역으로 국제무대에 화려하게 데뷔한 조수미의 35주년을 기념한 무대다.

 

올해 창단 70주년을 맞은 이탈리아 실내악단 이 무지치(I Musici)와 함께 한국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공연을 앞두고 코로나19 확산세로 갑작스럽게 격리 방침이 강화되기도 했지만, 열흘 자가격리를 감수하고 무대에 섰다.

 

'신이 내린 목소리'라는 찬사를 받아온 조수미는 이번 무대에서 바흐, 비발디, 헨델 등 바로크 시대의 아름다운 아리아를 펼쳐냈다.

 
[서울=뉴시스]지난 25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조수미와 이탈리아 실내악단 이 무지치의 공연.
 
이번 무대는 조수미의 세계 무대 데뷔 35주년과 이 무지치의 창단 70주년을 기념해 진행됐다.
 
(사진=크레디아 제공) 2021.12.26.

남형주가 연주하는 리코더의 경쾌한 소리가 서문을 열고 이내 등장한 조수미는 서정적인 선율에 말을 건네듯 우아한 기교를 선보인다.

바로크 시대 이탈리아 대표 작곡가 스카를라티의 칸타타 '부정한 운명의 대상' 중 아리아 '나는 아직도 너를 보고 있다'로, 이번에 한국 초연이다.

 

서정적이면서 긴장감 있는 선율을 따라 연보라색 은빛 드레스에 신부처럼 베일을 쓴 조수미는 서글픈 여인의 탄식을 토해낸다.

 

비발디의 오페라 아리아 중 명곡으로 꼽히는 오페라 '바야제트' 중 '나는 멸시받는 아내라오'에서 약혼자인 왕의 변심으로 다른 이와 결혼할 위기에 처한 여인의 상실감과 고독을 고운 목소리로 호소한다.

 

 
[서울=뉴시스]지난 25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조수미와 이탈리아 실내악단 이 무지치의 공연.
 
이번 무대는 조수미의 세계 무대 데뷔 35주년과 이 무지치의 창단 70주년을 기념해 진행됐다. 


경쾌한 아리아와 재치 넘치는 퍼포먼스는 웃음을 안기며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었다.

 

바흐의 커피 칸타타 BWV211 중 '아, 커피는 얼마나 달콤한가'는 아버지가 커피 중독에 빠진 딸을 달래고 어르지만, 결국 딸의 승리로 끝난다는 내용이다.

 

발랄한 분위기로 "커피"를 노래하며 그 향에 취한 듯 달콤함을 보여주는 조수미의 사랑스러운 연기와 마지막 가벼운 발걸음의 승자의 브이(V)는 재미를 더한다.

 

영국 대표 작곡가 퍼셀의 오페라 '아서 왕' 중 '아름다운 섬'도 두 남자의 구애를 받는 듯한 상황으로 재미를 주며 화려한 가면 속에서 사랑의 승리를 찬미한다.

 

이집트의 여왕 클레오파트라와 로마의 영웅 줄리오 체사레의 러브 스토리를 담은 헨델의 오페라 '줄리오 체사레' 중 '저를 가엾게 여기지 않으신다면'에서는 가련하고 애처로운 아리아로 여운을 남긴다.

 

대미를 장식하는 노래는 헨델의 오페라 '알치나' 중 '내게 돌아와주오'다.

 

삼각관계 속에 자신의 사랑을 증명하고자 하는 여자 마법사 알치나의 소프라노 아리아다.

 

사랑을 노래하며 다채로운 음역은 물론 고음과 화려한 기교로 이날 무대의 정점을 찍는다.

[서울=뉴시스]지난 25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조수미와 이탈리아 실내악단 이 무지치의 공연.
 
이번 무대는 조수미의 세계 무대 데뷔 35주년과 이 무지치의 창단 70주년을 기념해 진행됐다.
 
(사진=크레디아 제공) 2021.12.26.


음악칼럼니스트인 이지영 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은 "화려함보다는 음악의 본질에 집중한 무대였다.

 

바로크 음악은 국내 대중들이 접할 기회가 많지 않은데, 조수미를 통해 바로크 음악을 즐기고 맛보기할 수 있는 공연이었다"며 "다채로운 선곡에 장면 이해를 돕고자 연출이나 연기도 많이 보였고, 담백한 바로크 음악이 낯설지 않도록 애쓴 흔적이 보였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실내악단 이 무지치의 담백하면서도 아름다운 연주는 귀를 호강시킨다.

 

한겨울이지만, 이곳에선 순수하고 매혹적인 사계절을 모두 만날 수 있다.

 

비발디의 '사계'를 가장 사랑받는 클래식 레퍼토리로 만든 이 무지치는 이번 무대에서 '사계'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차례로 선물한다. 익숙한 곡이지만, 이 무지치의 선율로 온전히 곡을 감상하며 또다른 색다름을 안긴다.

 

만물이 깨어나는 생동감과 싱그러움을 가진 봄, 청량하면서도 뜨거움을 가진 여름, 풍성한 계절을 보여주는 활기차고 풍요로운 가을, 역동적이고 매서운 바람과 화롯가 앞 따뜻함을 동시에 지닌 겨울까지 다채롭다.

 

특히 악장 바이올리니스트 마르코 피오리니의 빛나는 바이올린 솔로 연주는 관록과 열정을 보여주며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서울=뉴시스]지난 25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조수미와 이탈리아 실내악단 이 무지치의 공연.
 
이번 무대는 조수미의 세계 무대 데뷔 35주년과 이 무지치의 창단 70주년을 기념해 진행됐다.
 
(사진=크레디아 제공) 2021.12.26


이와 함께 서정적인 선율이 돋보이는 일명 'G선상의 아리아'로 불리는 바흐의 관현악 모음곡 제3번 BWV1068 중 제2곡 '아리아', 스승 코렐리의 곡을 편곡해 장대하면서도 춤곡의 자유로움을 보여주는 제미니아니의 합주협주곡 라단조 제12번 '라 폴리아'도 선사했다.

이날 공연의 끝엔 조수미의 크리스마스 캐럴 메들리, 리코더 연주와 함께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짤막 패러디 등 깜짝 이벤트로 관객들에게 축제 같은 즐거움을 안겼다.

 

조수미와 이 무지치는 26일 서울 예술의전당과 27일 천안예술의전당, 28일 익산예술의전당, 30일 아트센터인천에서 공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