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제철보국을 이룬 업적에서 배운다
쇳물 48년6개월 韓성장 이끌고..'歷史가 되다'
이정민 기자 입력 2021. 12. 29. 11:40 수정 2021. 12. 29. 12:00 댓글 18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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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제철소 1고로(高爐·용광로)가 1973년 6월 9일 첫 쇳물을 쏟아내자 현장에 있던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을 비롯한 회사 임직원들은 감격 어린 표정으로 손을 번쩍 들고 "만세"를 외쳤다.
이후 반세기 가까운 세월 동안 제철보국(製鐵報國)의 상징으로, 한국 경제발전의 초석이자 젖줄 역할을 해온 1고로가 29일 역사적인 퇴역을 했다.
1970년 4월 1일 착공한 포항제철소는 3년 2개월이 지난 1973년 6월 9일, 1고로에서 처음 쇳물을 쏟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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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이 1973년 6월 8일 포항1고로 화입식을 거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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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첫 용광로’ 포스코 1고로, 오늘 종풍식
1고로 건설한뒤 ‘철’ 자력생산
국내 제조업 비약적 성장 견인
공로 인정 ‘민족 고로’ 별칭도
반세기동안 생산량 ‘5520만t’
대형유조선 1380척 만들 규모
인천대교도 1623개 건설 가능
두차례 ‘개수’통해 버텨왔지만
탄소배출량 감축 흐름에 ‘은퇴’
뮤지엄으로 개조 일반공개할듯
포항제철소 1고로(高爐·용광로)가 1973년 6월 9일 첫 쇳물을 쏟아내자 현장에 있던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을 비롯한 회사 임직원들은 감격 어린 표정으로 손을 번쩍 들고 “만세”를 외쳤다.
이후 반세기 가까운 세월 동안 제철보국(製鐵報國)의 상징으로, 한국 경제발전의 초석이자 젖줄 역할을 해온 1고로가 29일 역사적인 퇴역을 했다.
포항 1고로가 생산한 쇳물의 양은 총 5520만t에 이른다.
이는 30만t급 초대형 유조선 1380척을 건조하거나, 중형 자동차 5520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또 인천대교 1623개를 건설할 수 있다. 포스코는 1고로의 역사적 가치와 의미를 기리기 위해 고로 내부를 완전히 냉각하고 철거 작업 등을 거쳐 ‘포항1고로 뮤지엄’으로 바꿔 일반에 공개할 계획이다.
포스코는 이날 오전 포항제철소에서 김학동 사장, 이시우 안전환경본부장, 양원준 경영지원본부장, 남수희 포항제철소장, 이덕락 기술연구원장, 포스코 노동조합 및 노경협의회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1고로 종풍(終風)식을 가졌다. 종풍이란 수명이 다한 고로의 불을 끄고 쇳물 생산을 중단한다는 뜻이다.
김 사장은 “첫 출선 당시 박 명예회장이 직원들과 함께 1고로 앞에서 만세를 외치며 눈물 흘리시던 모습이 아직도 선한데, 종풍을 맞았다니 실로 만감이 교차한다”며 “변변한 공장 하나 없었던 변방의 작은 국가가 짧은 기간 내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포항 1고로와 임직원들의 노고가 있었다”고 말했다.
1970년 4월 1일 착공한 포항제철소는 3년 2개월이 지난 1973년 6월 9일, 1고로에서 처음 쇳물을 쏟아 냈다. 포항제철소와 1고로 건설에는 대일(對日) 청구권 자금 8000억 원 중 1200억 원이 투입됐다. 박 명예회장은 제철소 건설 당시 “선조들의 피값으로 짓는 제철소인 만큼 실패하면 민족사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짓는 것이니 우향우해 영일만에 빠져 죽어 속죄해야 한다”고 말하며 임직원을 독려했다.
포항 1고로의 성공적인 준공으로 한국은 ‘산업의 쌀’로 불리는 철을 자력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조선, 자동차, 가전 등 국내 제조업은 단기간 내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포항 1고로는 국가 경제 성장을 뒷받침한 공로를 인정받아 ‘민족 고로’ ‘경제 고로’로 불려왔다.
철강협회는 국내 최초·최장수 고로로서 포항 1고로의 상징적 의미를 기념해 첫 출선일인 6월 9일을 ‘철의 날’로 제정했다.
포스코는 소형 고로인 포항 1고로가 최근 준공되는 초대형 고로와 견줘 생산성, 조업 안정성에 있어 불리한 측면이 있어 지난 2017년 종풍식을 하려 했다.
그러나 포스코는 역사적 상징성이 깊은 1고로의 생명을 계속해서 연장해 왔다.
1993년 2차 개수(改修)를 끝으로 48년 6개월간을 쉼 없이 달려온 포항 1고로는 이날 마지막 출선을 했다.
업계에서는 포스코가 1고로 은퇴를 결정한 것은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제로로 감축한다는 넷제로 정책과도 관련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통상 고로 수명은 15년 정도지만 포항 1고로는 두 차례 개수 작업을 통해 버텨왔기 때문에 언제 폐쇄해도 문제는 없었다”며
“가장 오래된 고로이다 보니 쇳물을 생산할수록 이산화탄소(CO2)도 많이 배출된다”고 말했다. ‘포항1고로 뮤지엄’의 일반 공개 시기 및 장소는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 관계자는 “1고로 종풍에 따라 연간 100만t가량 감소하는 출선량을 만회하기 위해 남아있는 8개 고로의 연원료 배합비 개선을 추진하는 등 효율적인 운영으로 연계 산업에서 철강 수급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응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