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리더의 자리를 내려놓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
두산 떠난 박용만 전 회장 첫 북토크.."솔직함이 내 정체성"
이세현 기자 입력 2022. 02. 25. 05:40 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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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그룹 회장,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직을 내려놓으며 인생 2막을 시작한 박용만 전 회장이 첫 북토크를 열고 소통에 나섰다.
박 전 회장은 전날(24일) 서울 종로구 역사책방에서 그의 저서인 '그늘까지도 인생이니까'와 관련한 북 토크를 진행했다.
'워라벨' 찾기 힘든 기업문화..공정하지 못한 평가제도 때문

(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두산그룹 회장,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직을 내려놓으며 인생 2막을 시작한 박용만 전 회장이 첫 북토크를 열고 소통에 나섰다.
그는 개인사를 소탈하게 나누고, 기업인으로서 느낀 '워라밸'이 없는 우리 기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향후 정계 진출 가능성에 대해서는 "생각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박 전 회장은 전날(24일) 서울 종로구 역사책방에서 그의 저서인 '그늘까지도 인생이니까'와 관련한 북 토크를 진행했다.
과거 할머니가 만들어 주셨던 만두의 맛, 평소 즐겨 찾는 치킨집 사장님 이야기로 북토크의 문을 연 박 전 회장은 자신의 정체성으로 '솔직함'을 꼽았다.
박 전 회장은 "진실과 팩트가 사람을 솔직하게 만든다고 생각한다"며 "제 정체성은 '솔직하게 사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세상에 보이고 싶은 면만 보이면, 제가 의도하지 않아도 거짓말하는 사람이 된다"며 "어디서 누가 봐도 괜찮게 사려면 삶이 솔직해야 한다. 그냥 있는대로 솔직하게 사는 것이 제 정체성"이라고 덧붙였다.
박 전 회장은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시절, 정부와 정치권에 거침없이 쓴 소리를 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2020년 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경제3법' 강행 처리를 시도했을 때는 "부작용이 생기면 의결하신 분들이 책임지시라"고 했고, 같은해 정치권을 향해 "경제에 눈과 귀를 닫고 자기 정치에 몰두하고 계신 거 아닌지 걱정된다"고 하기도 했다.
그는 이같은 쓴소리 역시 자신의 정체성과 같은 맥락이라고 했다.
박 전 회장은 "제가 쓴 소리를 해도 크게 공격받지 않았던 이유는 철저히 데이터와 정보에 근거한 것이었기 때문"이라며 "진실과 팩트가 사람을 솔직하게 만든다.
다른 사람들에게 논쟁적으로 무엇을 얘기할때는 철저히 팩트에 근거해서 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워라밸'을 찾기 힘든 우리나라 기업 문화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또 우리 기업의 문제점 중 하나로 '공정하지 못한 평가제도'를 꼽았다.
박 전 회장은 "평가 잣대가 과학적이지 못하면 근태나 근무시간, 명령이나 지시 복종여부, 학연·지연·혈연이 끼어들기 시작한다"면서 "그럼 그 자체가 구성원들의 혹사를 강요하게 되고 워라밸을 해치는 가장 큰 이유가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구성원들이 자기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없는 조직이라면, 목적이 훌륭해도 소용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재직시)평가제도를 바꾸고, (직원들) 휴가도 집중적으로 보내고 했지만 제가 경영한 30년은 그 사회의 정해진 룰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이었다"며 "워라밸이라는 단어는 저에게 자랑도 되고 회한도 남는 단어"라고 했다.
박 전 회장은 앞으로의 행보를 묻는 참석자의 질문에는 "지금이 좋다"고 답했다.
박 전 회장은 "다른 분들은 제 나이에 그만두면 여행도 다니시라고 그렇게 얘기하던데, 왜 저한테는 하나같이 뭐할거냐고 물어보냐"며 "이마에 머슴 팔자라고 써있냐"고 웃었다.
정계진출 가능성에 대해 그는 "우리 아이들이 그동안 박용만의 아이들로 살았다.
이제 제가 아이들의 아버지로 살고 싶다"며 "정치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는데 그러면 아이들이 또 박용만의 아들로 되돌아 가는 거 같아서 생각이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