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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철과 신념
정이품송 대잇기 본문
[만물상] 정이품송 代잇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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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품송을 에워싸고 있던 자목(子木) 다섯 그루 중 발육이 부진한 한
그루를 뺀 네 그루가 내년 3월 분가(分家)한다.
1980년 정이품송의 솔방울에서 딴 씨앗을 묘목으로 키워 심은 뒤 키
4~5m로 훌쩍 자란 청년들이다.
이들은 암수한몸인 정이품송 슬하를 벗어나 천연기념물보호센터와 속리
산 솔향공원으로 간다.
부모의 웅장한 모습을 가리는 데다 부모 뿌리에 지장을 줄 만큼 무성하게
뿌리를 뻗은 탓이다.
▶병충해를 입지 않으면 소나무 평균 수령은 600세쯤이라고 한다.
정이품송이 이미 그 나이 안팎에 이르러 산림청과 충북산림환경연구소는
몇 해 전부터 대를 잇게 하려고 애써 왔다.
2001년엔 전국 최고 미인송으로 간택된 강원도 준경릉 소나무와 인공교
배해 자목 90그루를 두었다.
정이품송의 수꽃 가루를 준경릉 소나무의 암꽃에 주사기로 넣어준 뒤 1년
반을 기다려 열린 솔방울들의 씨가 자란 것이다.
▶정이품송에겐 ‘정실(正室)’로 불려 온 ‘정부인송’이 있다.
7㎞ 떨어진 보은 서원리에 웅장하지는 않아도 넉넉하고 소담한 자태로 서
있는 600세 소나무를 주민들이 배필로 짝 지워 준 것이다.
주민들이 “정이품송이 정실은 놔두고 강원도까지 가서 ‘외도’하게 하느
냐”고 항의해 부부는 2002년에야 합방(合房)했다.
거기서 태어난 자목 600여 그루도 무럭무럭 커가고 있다.
자목들은 여러 곳에 흩어져 있지만 하나같이 정이품송을 쏙 빼닮았다고
한다.
▶정이품송을 각별히 보살피는 것은 거기 깃든 충절(忠節)의 사연을 귀하
게 여기기 때문이다.
그 바탕엔 민족의 면면한 소나무 사랑이 흐른다.
그러나 다른 천연기념물 소나무 중엔 주변 개발이나 관리 소홀로 말라 죽
는 예가 적지 않다.
여느 소나무는 말할 것도 없다.
3년 새 ‘소나무 에이즈’ 재선충으로만 53개 시·군·구에서 86만 그루가 속
절없이 죽었다.
정이품송 사랑, 고루 널리 퍼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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