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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품송 대잇기

신오덕 2006. 11. 4. 16:32

 

 

[만물상] 정이품송 代잇기


“정이품송이 연세가 많으시니까 여
 
러 가지로 힘드신 거죠.”
 
강전유 나무종합병원 원장은 속리산
 
정이품송을 말할 때 높임말을 쓴다.
 
16년간 정이품송을 돌본 강 원장은
 
71세, 정이품송의 추정 수령(樹齡)은
 
600세다.
 
정이품송은 천연기념물 103호다.
 
지금까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소나무 42종 중에서도 으뜸으로 꼽힌다.
 
세조 행차 때 가지를 들어올려 가마를 지나가게 한 공으로 정이품이 됐다
 
지만 남겨진 기록은 없다.

 

 

▶정이품송을 에워싸고 있던 자목(子木) 다섯 그루 중 발육이 부진한 한

 

그루를 뺀 네 그루가 내년 3월 분가(分家)한다.

 

1980년 정이품송의 솔방울에서 딴 씨앗을 묘목으로 키워 심은 뒤 키

 

4~5m로 훌쩍 자란 청년들이다.

 

이들은 암수한몸인 정이품송 슬하를 벗어나 천연기념물보호센터와 속리

 

산 솔향공원으로 간다.

 

부모의 웅장한 모습을 가리는 데다 부모 뿌리에 지장을 줄 만큼 무성하게

 

뿌리를 뻗은 탓이다.

 

 

▶병충해를 입지 않으면 소나무 평균 수령은 600세쯤이라고 한다.

 

정이품송이 이미 그 나이 안팎에 이르러 산림청과 충북산림환경연구소는

 

몇 해 전부터 대를 잇게 하려고 애써 왔다.

 

2001년엔 전국 최고 미인송으로 간택된 강원도 준경릉 소나무와 인공교

 

배해 자목 90그루를 두었다.

 

정이품송의 수꽃 가루를 준경릉 소나무의 암꽃에 주사기로 넣어준 뒤 1년

 

반을 기다려 열린 솔방울들의 씨가 자란 것이다.

 

 

▶정이품송에겐 ‘정실(正室)’로 불려 온 ‘정부인송’이 있다.

 

7㎞ 떨어진 보은 서원리에 웅장하지는 않아도 넉넉하고 소담한 자태로 서

 

있는 600세 소나무를 주민들이 배필로 짝 지워 준 것이다.

 

주민들이 “정이품송이 정실은 놔두고 강원도까지 가서 ‘외도’하게 하느

 

냐”고 항의해 부부는 2002년에야 합방(合房)했다.

 

거기서 태어난 자목 600여 그루도 무럭무럭 커가고 있다.

 

자목들은 여러 곳에 흩어져 있지만 하나같이 정이품송을 쏙 빼닮았다고

 

한다.

 

▶정이품송을 각별히 보살피는 것은 거기 깃든 충절(忠節)의 사연을 귀하

 

게 여기기 때문이다.

 

그 바탕엔 민족의 면면한 소나무 사랑이 흐른다.

 

그러나 다른 천연기념물 소나무 중엔 주변 개발이나 관리 소홀로 말라 죽

 

는 예가 적지 않다.

 

여느 소나무는 말할 것도 없다.

 

3년 새 ‘소나무 에이즈’ 재선충으로만 53개 시·군·구에서 86만 그루가 속

 

절없이 죽었다.

 

정이품송 사랑, 고루 널리 퍼졌으면 좋겠다.

주용중 논설위원 midway@chosun.com
입력 : 2006.11.02 22:03 59' / 수정 : 2006.1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