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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철과 신념
동반성장이 안되는 기업을 확인하라 본문
오리온만 바라봤는데..어느 협력업체의 '눈물'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입력 2013.10.24 08:19
[머니투데이 반준환기자]오리온만 믿고 거래를 해온 오리온 협력업체들이 최근 수난을 겪고 있다. 오리온은 식품 대기업 중 협력업체가 적기로 소문이 나 있는데 그나마 있는 협력업체들도 적자에 허덕이거나 신규사업 진출에 애를 먹고 있다.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갑'인 오리온 눈치를 봐야 하는 것이 크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이 때문에 갑을 관계 개선이나 협력업체와의 동반성장이 사회적 화두가 된 상황인데도 오리온은 되레 역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오리온에 과자 등을 납품하는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의 협력업체는 2000년대 초만 해도 20여개사에 달했지만 현재는 2~3개사로 급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아직까지 30개사가 넘는 협력업체들과 공생하는 롯데제과나 중소기업과 동반성장 활동 지원을 대폭 늘리고 있는 크라운-해태제과 사례와 비교할 때 대조를 이룬다.
오리온의 협력업체가 급감하기 시작한 것은 1989년 동양제과(현 오리온) 사장에 부임한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의 행보가 빨라지기 시작한 이후부터다.
담 회장은 당시 "경쟁력 있는 핵심제품만 생산하고, 수익성이 떨어지는 나머지 제품군은 정리해야 한다"는 이른바 '코어(Core) 전략'을 들고 나왔고, 이때부터 협력업체를 통해 생산하는 품목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
특히 1987년 설립한 오리온스낵인터내셔널로 일감이 몰리며 오리온이 협력업체 수익도 상당부분 거둬들인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협력업체들 "오리온과 거래하기 정말 힘듭니다"=그나마 아직까지 오리온과 거래를 유지하는 협력업체들은 대부분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오리온이 오리온스낵인터내셔널에는 알짜 제품 생산을 몰아주고 있지만 외부 협력업체에는 수익이 신통치 않은 제품 생산만 맡기기 때문이다.
실제 외주 협력업체가 생산하는 대표적인 품목은 '캬라멜'과 '웨하스' 등으로 주력제품에서 밀려난 지 오래다. 반면 수익성이 좋은 포카칩이나 오감자 같은 제품은 오리온 계열사인 오리온스낵인터내셔널이 생산하는 모양새다.
이렇다보니 마케팅 정책에서도 협력업체 차별을 볼 수 있다. 오리온스낵인터내셔널에서 생산한 제품군은 CF 광고를 비롯해 적극적으로 마케팅 지원을 해주지만, 외부 협력업체가 생산한 OEM 제품은 마케팅 자체가 없다 시피하다.
◇오리온 협력업체, 실적도 '곤두박질'=이런 차별화 정책은 협력업체 실적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년정도 오리온에 OEM 방식으로 제품을 납품해온 협력업체 A사는 2001년만해도 매출액 30억원, 순이익 7000만원을 올렸다. 그러나 이후 실적에 굴곡을 보였는데 급기야 지난해에는 매출 23억원, 순손실 9억6000만원으로 심각한 실적악화에 빠졌다.
A사는 10여년전 공장화재가 발생한 적이 있고, 오리온 이외 다른 제과업체와 OEM 납품계약을 맺기도 했지만 소비자 반응이 좋지 않아 공급이 중단되는 등 자체적인 문제들도 경영난을 부추겼다는 평이다. 하지만 매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던 오리온과의 거래에서 더 이상 수익을 내지 못한 것이 적자 경영의 시발점이라는 지적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A사는 오리온 제품라인을 넘겨받아 OEM 생산을 오랫동안 해온 업체"라며 "OEM 생산제품이 사실상 오리온에서는 포기한 제품들이어서 물량 뿐 아니라 수익성도 갈수록 줄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협력업체의 경영 실패를 대기업 책임으로 몰기는 어렵지만 납품단가가 도저히 수익성을 올릴 수 없을 정도라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오리온 협력업체, 타사 납품도 자진 철회하기도=특히 오리온이 협력업체들의 새로운 판로 개척 의지에 은근히 압력을 행사한 정황도 엿보인다. 오리온과 20년 이상 거래해온 협력업체 B사는 올해 초 롯데마트의 제안을 받아들여 롯데마트 자체브랜드로 제품을 납품했다가 큰 위기를 맞을 뻔 했다.
롯데마트에 연간 20억원 규모의 PB브랜드 에너지바를 납품하기로 한 것인데 B사가 거래하는 오리온에 '닥터유 에너지바'라는 동일 제품이 있었기 때문이다. 프리미엄 과자 브랜드인 닥터유 매출이 갈수록 부진해지는 상황에서 롯데마트로 에너지바를 납품한다는 소식은 오리온을 자극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롯데마트 통큰 에너지바 제조소식을 접한 오리온에서 B사의 거래를 중단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강경 반응이 흘러나온 것으로 안다"며 "위기감을 느낀 B사가 긴급회의를 열어 롯데마트 납품중단을 결정할 정도로 당시 상황이 심각했다"고 말했다. B사는 올 1월 롯데마트에 초도물량만 공급한 후 더 이상 생산하지 않았다.
이는 연간 매출액 2조원을 넘는 오리온이 협력업체의 20억원 매출에 얼굴을 붉힌 셈이다. 오리온과 B사의 거래관계는 아직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으나, 앞으로 상황은 두고 봐야 한다는 후문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통큰 에너지바라는 제품명이 당사 제품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지적이 일부 있긴 했다"며 "그러나 롯데마트 혹은 협력업체와의 관계에 영향을 준 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오리온과 협력업체 간 공정거래법이나 하도급법 위반여부가 포착되면 곧바로 정식 조사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다른 업체들에 비해 오리온은 협력사와 관계가 그리 끈끈하지 않은 편"이라며 "오리온이 자체 마케팅을 강화하고 닥터유 브랜드를 론칭하면서 이런 경향이 더욱 강해졌다"고 말했다.
◇다른 제과업체는 상생에 앞장서 대조도=오리온에 비해 다른 제과업체들은 협력사와 함께 제품을 개발하고, 기술개발 노하우도 공유하는 등 동반성장에 적극적인 편이다.
롯데제과는 외주 협력업체들과 동반성장 노력이 활발한 곳으로, 현재 30여곳의 협력업체가 있고 이들의 생산규모만 4000억원이 넘는다. 롯데제과는 또 100% 현금결제 뿐 아니라 상생협력펀드 조성을 통해 협력사 대출이자 경감에도 나서고 있다.
해태제과 역시 올 8월 협력사들과 상생발전·사회공헌 협약식을 갖는 등 적극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오리온은 아직까지 특별한 상생프로그램을 운영하진 않고 있다.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갑'인 오리온 눈치를 봐야 하는 것이 크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이 때문에 갑을 관계 개선이나 협력업체와의 동반성장이 사회적 화두가 된 상황인데도 오리온은 되레 역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오리온에 과자 등을 납품하는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의 협력업체는 2000년대 초만 해도 20여개사에 달했지만 현재는 2~3개사로 급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아직까지 30개사가 넘는 협력업체들과 공생하는 롯데제과나 중소기업과 동반성장 활동 지원을 대폭 늘리고 있는 크라운-해태제과 사례와 비교할 때 대조를 이룬다.
오리온의 협력업체가 급감하기 시작한 것은 1989년 동양제과(현 오리온) 사장에 부임한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의 행보가 빨라지기 시작한 이후부터다.
담 회장은 당시 "경쟁력 있는 핵심제품만 생산하고, 수익성이 떨어지는 나머지 제품군은 정리해야 한다"는 이른바 '코어(Core) 전략'을 들고 나왔고, 이때부터 협력업체를 통해 생산하는 품목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
특히 1987년 설립한 오리온스낵인터내셔널로 일감이 몰리며 오리온이 협력업체 수익도 상당부분 거둬들인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협력업체들 "오리온과 거래하기 정말 힘듭니다"=그나마 아직까지 오리온과 거래를 유지하는 협력업체들은 대부분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오리온이 오리온스낵인터내셔널에는 알짜 제품 생산을 몰아주고 있지만 외부 협력업체에는 수익이 신통치 않은 제품 생산만 맡기기 때문이다.
실제 외주 협력업체가 생산하는 대표적인 품목은 '캬라멜'과 '웨하스' 등으로 주력제품에서 밀려난 지 오래다. 반면 수익성이 좋은 포카칩이나 오감자 같은 제품은 오리온 계열사인 오리온스낵인터내셔널이 생산하는 모양새다.
이렇다보니 마케팅 정책에서도 협력업체 차별을 볼 수 있다. 오리온스낵인터내셔널에서 생산한 제품군은 CF 광고를 비롯해 적극적으로 마케팅 지원을 해주지만, 외부 협력업체가 생산한 OEM 제품은 마케팅 자체가 없다 시피하다.
◇오리온 협력업체, 실적도 '곤두박질'=이런 차별화 정책은 협력업체 실적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년정도 오리온에 OEM 방식으로 제품을 납품해온 협력업체 A사는 2001년만해도 매출액 30억원, 순이익 7000만원을 올렸다. 그러나 이후 실적에 굴곡을 보였는데 급기야 지난해에는 매출 23억원, 순손실 9억6000만원으로 심각한 실적악화에 빠졌다.
A사는 10여년전 공장화재가 발생한 적이 있고, 오리온 이외 다른 제과업체와 OEM 납품계약을 맺기도 했지만 소비자 반응이 좋지 않아 공급이 중단되는 등 자체적인 문제들도 경영난을 부추겼다는 평이다. 하지만 매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던 오리온과의 거래에서 더 이상 수익을 내지 못한 것이 적자 경영의 시발점이라는 지적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A사는 오리온 제품라인을 넘겨받아 OEM 생산을 오랫동안 해온 업체"라며 "OEM 생산제품이 사실상 오리온에서는 포기한 제품들이어서 물량 뿐 아니라 수익성도 갈수록 줄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협력업체의 경영 실패를 대기업 책임으로 몰기는 어렵지만 납품단가가 도저히 수익성을 올릴 수 없을 정도라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오리온 협력업체, 타사 납품도 자진 철회하기도=특히 오리온이 협력업체들의 새로운 판로 개척 의지에 은근히 압력을 행사한 정황도 엿보인다. 오리온과 20년 이상 거래해온 협력업체 B사는 올해 초 롯데마트의 제안을 받아들여 롯데마트 자체브랜드로 제품을 납품했다가 큰 위기를 맞을 뻔 했다.
롯데마트에 연간 20억원 규모의 PB브랜드 에너지바를 납품하기로 한 것인데 B사가 거래하는 오리온에 '닥터유 에너지바'라는 동일 제품이 있었기 때문이다. 프리미엄 과자 브랜드인 닥터유 매출이 갈수록 부진해지는 상황에서 롯데마트로 에너지바를 납품한다는 소식은 오리온을 자극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롯데마트 통큰 에너지바 제조소식을 접한 오리온에서 B사의 거래를 중단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강경 반응이 흘러나온 것으로 안다"며 "위기감을 느낀 B사가 긴급회의를 열어 롯데마트 납품중단을 결정할 정도로 당시 상황이 심각했다"고 말했다. B사는 올 1월 롯데마트에 초도물량만 공급한 후 더 이상 생산하지 않았다.
이는 연간 매출액 2조원을 넘는 오리온이 협력업체의 20억원 매출에 얼굴을 붉힌 셈이다. 오리온과 B사의 거래관계는 아직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으나, 앞으로 상황은 두고 봐야 한다는 후문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통큰 에너지바라는 제품명이 당사 제품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지적이 일부 있긴 했다"며 "그러나 롯데마트 혹은 협력업체와의 관계에 영향을 준 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오리온과 협력업체 간 공정거래법이나 하도급법 위반여부가 포착되면 곧바로 정식 조사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다른 업체들에 비해 오리온은 협력사와 관계가 그리 끈끈하지 않은 편"이라며 "오리온이 자체 마케팅을 강화하고 닥터유 브랜드를 론칭하면서 이런 경향이 더욱 강해졌다"고 말했다.
◇다른 제과업체는 상생에 앞장서 대조도=오리온에 비해 다른 제과업체들은 협력사와 함께 제품을 개발하고, 기술개발 노하우도 공유하는 등 동반성장에 적극적인 편이다.
롯데제과는 외주 협력업체들과 동반성장 노력이 활발한 곳으로, 현재 30여곳의 협력업체가 있고 이들의 생산규모만 4000억원이 넘는다. 롯데제과는 또 100% 현금결제 뿐 아니라 상생협력펀드 조성을 통해 협력사 대출이자 경감에도 나서고 있다.
해태제과 역시 올 8월 협력사들과 상생발전·사회공헌 협약식을 갖는 등 적극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오리온은 아직까지 특별한 상생프로그램을 운영하진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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