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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빼앗기지 말아라

신오덕 2014. 1. 4. 13:53

[매경춘추] 반려고양이 묘조
기사입력 2014.01.03 16:05:31 | 최종수정 2014.01.03 17:19:09  

4년 전 겨울의 일이다. 등단 이후 처음 인터넷 매체에 장편소설을 연재하게 되었다. 과연 연재 마감의 스트레스는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여유분 원고는 어느새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다른 작가들에게 듣던 대로 초조함이 더해갈수록 엉뚱한 일에 마음을 빼앗기기 일쑤였다.

그 `엉뚱한 일`의 결과, 나는 길고양이를 입양했다. 우연인 듯 필연인 듯 그 과정은 애묘인들의 표현처럼 `묘연`이라 할 만했다. 유난히 폭설과 한파가 잦던 겨울이었다. 동물병원 수의사는 보호 중이던 생후 한 달의 새끼고양이를 내게 건넸다. 젖을 떼고 어미에게 버려진 듯하다고, 순찰을 돌던 경찰관이 얼어 죽을까 구조해 병원으로 데려왔다고 했다.

준비해 간 구두상자에 새끼고양이를 넣고 택시에 올랐다. 엉뚱한 일의 결과가 스스로 아연했음에도, 나는 이내 고양이 이름 짓기에 골몰하고 말았다. 이게 다 연재 때문이란 생각에 이름을 연재라 지을까도 했다. 그러나 집에 도착해 구두상자 밖으로 고개를 내민 고양이에게 나는 말했다. "네 이름은 묘조야. 고양이 묘에 이신조 조, 묘조! 이제부터 나랑 같이 사는 거다." 그 후, 4년이 흘렀다. 나는 반려고양이라는 단어를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숙련된 `집사`가 되었다. 묘조라는 이름은 지난 4년간 내가 가장 많이 부른 누군가의 이름이다.

고양이가 얼마나 매력적인 동물인지 `고양이 예찬론`을 펼 생각은 없다. 길고양이, 유기견, 감염동물 살처분 문제에 대해 전문적인 의견을 제시하려는 것도 아니다. 다만 나는 동물과 인간의 관계가 깊은 상호작용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그 관계가 다른 모든 사랑과 결코 다르지 않은 사랑임을 말하고 싶다. 당연히 사랑이니, 당연히 이런저런 문제가 따른다. 그러나 다른 모든 사랑과 마찬가지로 그 문제를 개선하려 노력하거나 크게 문제 삼지 않고 살아간다.

이 칼럼을 쓰고 있는 1월 1일은 묘조의 4번째 `추정 생일`이다. 생일선물은 새우맛 간식캔과 이 칼럼이다. 생일이니 거창하게 마하트마 간디를 인용해도 좋을 듯하다. "한 나라의 도덕적 수준은 그 나라의 동물들이 어떠한 취급을 받는지 보면 알 수 있다."

[이신조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