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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의 아픔을 달래라

신오덕 2014. 8. 18. 15:46

 

[초점]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세월호로 출발해 세월호로 마무리

뉴시스 | 유상우 | 입력 2014.08.18 13:30

 

【서울=뉴시스】유상우 기자 = 프란치스코(78) 교황이 방한 기간 각별한 관심을 보인 이들은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이다. 한국 땅을 밟을 때도, 떠날 때도 그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챙겼다.

서울공항에 도착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자신을 영접하기 위해 공항을 찾은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의 손을 잡아주며 "희생자들의 아픔을 마음속에 깊이 간직하고 있다"고 위로했다. 청와대 공직자들을 만날 때와는 분위기 자체가 달랐다.

15일 '성모승천대축일미사'가 열린 대전월드컵경기장, 16일 순교자 124위 시복식이 열린 광화문광장에서도 세월호 유가족에 관심을 쏟았다.

대전에서는 미사 직전 제의실 앞에서 세월호 유가족을 만나 아픔을 함께 나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미사를 마치기 전 삼종기도에서 "'세월호' 침몰 사건으로 생명을 잃은 모든 이들과 이 국가적인 대재난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성모님에게 의탁한다"며 위로했다.

시복식을 앞두고 카퍼레이드를 하던 도중 차를 세우게 하고 내리는 돌발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그리고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 중인 김영오(47)씨에게 다가가 손을 잡고 가슴 아파했다. 예정에 없던 행동이었다. 교황이 카퍼레이드 도중 차를 멈추고 내려와 특정인을 위로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 모습은 현장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을 통해 생중계됐다. 현장에 모인 신자와 시민 80만명은 이 모습을 보며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왼쪽 가슴에는 세월호 참사 추모 리본이 달려있었다.

"교황은 고통받는 사람들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그게 교황의 참 모습이다."(교황청 대변
인 페데리코 롬바르디 신부)

프란치스코 교황은 세월호 희생자 유족에게 세례도 줬다. 이 역시 계획에 없었던 일이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인 단원고 이승현(17)의 아버지 이호진(56)씨의 요청을 받아들인 것이다. 게다가 세례명을 자신과 같은 '프란치스코'로 했다.

세월호 유가족 챙기기는 방한 마지막까지 이어졌다. 18일 명동에서 열린 미사에 이들을 초대해 위로하며 기도했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이들을 위한 위로의 편지도 띄웠다는 점이다. 특히 실종자 10명의 이름을 열거하고 이들이 부모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보살펴 달라고 주님에게 기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방한 첫날부터 마지막까지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가슴에 품고 이날 오후 1시 대한항공 편으로 로마로 갔다. 유가족들은 교황의 방한을 계기로 세월호 특별법 통과를 기대하고 있다.

"(팽목항의) 세월호 참사 실종자 가족 여러분. 직접 찾아뵙고 위로의 마음 전하지 못함을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는 이번 한국 방문 기간 내내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과 실종자들, 그리고 그 가족들을 위한 기도를 잊지 않았습니다. 실종자 가족 여러분 힘내세요! 사랑합니다."(Servus Servorum 프란치스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