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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확한 꿈을 펼쳐라

신오덕 2014. 10. 14. 09:17

 

[매경포럼] "왜 나만 갖고 그러세요"
기사입력 2014.10.13 17:29:43 | 최종수정 2014.10.13 17:5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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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줄 알았다. 언제고 터질 줄 알았다. 더 엄청난 규모의 비리가 잠복해 있다는 확신도 있다.

아들을 대입(大入) 입학사정관제 전형에 합격시키려고 교사를 매수한 학부모는 "왜 나만 갖고 그러세요"라며 억울해했다고 한다. 학부모로부터 돈을 받은 교사는 자신이 쓴 시를 아이에게 줘서 전국대회 최우수상을 받게 했고 다른 교사들까지 동원해 각종 수상 실적을 조작했다. 교사가 발표 자료를 만들어주고 발표 능력이 뛰어난 다른 아이들이 대신 하도록 했다고 하니 손가락 까딱 안 하고 학생부에 화려한 스펙을 써내려간 아이의 신경줄은 온전했을까 싶다. 돈 많은 부모를 둔 아이를 대신해 자신의 능력을 팔아먹은 아이들, 그런 불법과 비양심을 아무렇지도 않게 주선하는 선생님을 목격한 아이들은 또 얼마나 황폐해졌을까.

전국의 수많은 학부모들은 학생부 조작, 스펙 조작이 이렇게나 쉽고 적발도 안되며 걸려도 불구속 입건에 불과하다는 사실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을 법하다. 오전 7시면 집을 나가 학교, 학원을 전전하다 새벽 1~2시에야 돌아오는 아이를 대신해 온갖 학원 정보를 수집하고 학원장 앞에서 굽실대고 각종 대회, 봉사활동 챙기느라 발품 팔며 컴퓨터 자판 두드렸던 엄마들은 속에서 천불이 올라올 듯하다. 어차피 학교와 학원만 뺑뺑이 도는 아이들이 초등학생 때부터 명확한 꿈을 설정하고 수많은 대회에 나가 수상 실적을 쌓으며 틈틈이 봉사활동까지 했을 것이라고는 아무도 믿지 않는다. 아이 학생부에 적힌 `화려한 스펙` 대부분이 온전히 아이 실력일 수 없다는 것, 부모의 시간과 돈으로 쌓아올린 허울 좋은 탑이라는 것, 교사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아이도, 학부모도, 교사도, 입학사정관도 다 안다.

"저는 조작 안 했어요"라고 펄쩍 뛰는 부모들도 내심 뜨끔할 것이다. 아이가 직접 써야 할 자기소개서를 전문가한테 대필시키고 논술 답안지를 달달 외우게 하며 입시 컨설턴트를 붙여 부족한 스펙을 채워넣는 것…. 한 번뿐인 대입에 `올인`하다 보면 불가피한 조작이 수두룩하다. 아이가 고등학생이 되면 각종 컨설팅 비용으로만 최소 2000만~3000만원은 든다는 게 정설이다. 입학사정관제가 최악의 `등골 브레이커`로 변질된 지 오래다.

남다른 창의성을 가진 인재들의 비율은 어느 사회나 통상 5~10%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런데 대학의 수시 전형 비율은 평균 65%에 달한다. 서울대의 경우 무려 76%를 입학사정관제로 뽑으니 둔재를 천재로 둔갑시키기 위한 온갖 편법과 분칠이 횡행할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대입 전형 설명 자료가 100쪽이 넘고 수시 전형 가짓수가 3000개에 달하는 판국이다. 대학들은 원서 장사로 한 해 2000억원 넘는 돈을 벌어들이니 복잡한 입시를 개선할 이유가 없다. 입학사정관 한 명이 400~1000명씩 심사하는 마당에 창의성과 잠재력을 무슨 수로 가늠해낼까.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한 해 13만명(수능 지원자의 20%) 이상 재수, 삼수로 몰리는 이유다.

입학사정관제의 원조 격인 미국 아이비리그에서도 최근 거액 기부자, 동문 자녀 특혜 입학이 전체의 20%를 넘어서면서 공정성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남의 나라 제도를 얼렁뚱땅 베껴오고 대충 흉내 내다 문제가 불거지면 이리저리 덧대 누더기를 만드는 게 우리의 고질병이다. 입학사정관제를 포함한 수시 비중을 10~20%대로 낮추고 정시 비중을 80% 이상으로 대폭 높이는 방향으로 근본적인 수술을 해야 할 때다. 수시 비중을 낮추면 대입 전형 간소화는 저절로 따라온다. `새가슴` 교육부 관료들은 언감생심일 테니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직접 총대를 메고 `교육 백년대계`의 틀을 다시 짜기 바란다.

[채경옥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