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철과 신념

새로운 시도를 하고 경험에서 배워라 본문

성공

새로운 시도를 하고 경험에서 배워라

신오덕 2014. 12. 10. 12:55

[인사이드칼럼] 경험으로 배우기
기사입력 2014.12.09 17:08:06 | 최종수정 2014.12.09 17:10:44
보내기

 

몇 년 전 한 오락 프로그램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는 요즘 젊은이들 모습을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것을 보았다. “범인이 도망가면 한번 쫓아가보기도 하고, 쫓아가다가 넘어져 다리도 부러져 보고, 다리가 부러지면 깁스도 해보고, 깁스한 다리에 친구를 불러서 낙서도 해보고, 깁스를 일찍 풀어보고, 풀었다가 안 붙었으면 다시 깁스를 또 해보기도 하고….” 그 후로 수업이든 강의든 이 프로그램을 언급한다.

그런데 최근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몇 가지 사건들은 우리가 과연 이런 사람을 키우고 있는가에 대해 의문을 가지게 만든다.

하나. 2주 전 우리 대학 지원자 면접 때 오전 일정을 마치고 내려오면서 우연히 출입을 봉쇄한 입구를 봤다. 추운 날씨에 손발을 비비며 자녀를 기다리고 있는 부모님이 꽤 많이 보였다. 모든 지원자의 입실 시간이 같았기에 그분들은 적어도 3시간은 밖에서 기다린 셈이다.

둘. 지난주에 있었던 특목고 면접 때 심사를 했던 지인이 한 말이다. 면접에서 어려운 질문을 받고 제대로 답하지 못해 얼굴이 하얗게 질린 지원 학생이 면접실을 나오자마자 면접을 망쳤다고 울면서 간절하게 엄마에게 전화 좀 하게 해달라고 부탁을 하더란다.

셋. 몇 학기 전에 기대보다 낮은 점수를 받은 학생의 부모가 며칠씩 찾아와 점수 조정을 애원하면서 따지고 협박한 일이 있었다. 넷. 어떤 부모는 자식이 회사에 결근한다고 대신 전화를 걸어준다고 한다. 다섯. 최근 서울에 있는 영재고에 떨어지고 대전에 있는 영재고에 아들이 붙었다고, 일이 이렇게 안 풀린(?) 것이 자기 탓이라며 급성우울증으로 정신과를 찾아간 엄마를 보았다.

이미 산전수전을 겪은 우리 기성세대는 세상은 계획한 대로 흘러가지 않으며 우리네 인생은 생각하지도 못한 일들로 영향을 받고, 알지 못하는 여러 상황에 의해 결정되기도 한다는 것을 몸으로 배워왔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겪는 고통과 스트레스를 잘 알고 있기에 우리는 자녀가 상처를 받지 않게 해주고 싶고, 가능한 한 보호해주고 편한 길로 인도해주고 싶어한다. 그래서 내 몸이 부서져라 자녀를 위해 기꺼이 전 세계 어디서도 찾아보기 힘든, 무지 든든하고 견고한 방패막이가 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한편으로 이런 중요한 순간에 스스로 결정을 내리고, 좋든 나쁘든 그 결정에 대해 겸허히 결과를 받아들이면서 조금씩 단단해지고 견고해지고 그리고 세련되어 온 세상을 아는 인재를 두 손 들어 환영한다.

 

상황에 따라 다른 잣대를 들이대는 우리 모습이 모순된다는 것도 알고 이 과정이 비이성적인 것도 알지만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는 이를 애써 무시해왔다.

 

거친 세상 때문이라는 핑계로 우리의 잘못된 판단을 숨겨왔다. 가장 좋은 길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당장 보이는 그들의 고통이 너무 안쓰러워 매번 마지막이라는 이름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

우리는 우리가 지금 이 세상을 크게 두려워하지 않고 자녀를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이 된 것이 무수한 시행착오 덕분이었음을 알고 있다.

 

우리 부모도 우리가 상처받는 모습에 마음이 아팠으리라. 그러나 우리네 부모는 그들의 현명함으로 혹은 그 시대의 요구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우리를 세상으로 내보내 주셨다.

그리고 이제 우리 차례다. 그리고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어쩌면 피해야 할 것 같은 이 고통도 멀리 보면 꼭 필요한 성장의 경험이라는 믿음으로. 자녀들이 힘들고 어려운 인생을 힘내서 살아가기에 꼭 필요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확신으로. 그리고, 우리보다 가진 것이 많은 자녀들은 우리보다 더 현명함으로 세상을 이기는 법을 찾고 말리라는 기대로.

[정경미 객원논설위원·연세대 심리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