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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증후군을 점검하라

신오덕 2015. 7. 15. 12:51
[매경춘추] 살 깎기 교훈
기사입력 2015.07.14 17:39:17 | 최종수정 2015.07.14 17:3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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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 어느 날 TV 광고에 나온 `호리낭창`한 금발 외국 여배우의 예쁜 모습에 완전히 매료되었다. 통통한 사람들은 결코 입어 볼 수 없는 베이지색 니트가 참 잘 어울렸다. 아무리 애써도 미모는 못 따라가겠지만 체중을 좀 줄여는 봐야겠다는 각오가 다시 용솟음쳤다. 사실 그때까지 체중조절에 아주 무신경하게 살아온 건 아니었다. 흰쌀밥을 칠곡밥으로 바꿔보기도 하고 아침을 거르기도 하고 물을 많이 마셔보기도 하고 양배추로 저녁을 대신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때 그 순간, 반세기를 훌쩍 넘게 살아오면서 똑같은 문제에 매번 시달리는 게 싫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하지만 나잇살이라는 미명하에 아랫배는 점점 불러만 오고 누구나 다 그러려니 하며 세월 따라 내 몸의 상태를 인정하게 되었다.

비만과 더불어 대사증후군이라는 별명이 붙은 각종 질병이 같이 살자고 찾아왔다. 중년 이상의 많은 사람들이 겪는 세월병이려니 생각하고 약 먹으며 받아들이라는 남편 말을 위안 삼으며 지내고 있었다.

그런데 그 순간만은 아니었다. 내 몸의 주인은 나였다. 그때까지 가짜 식욕에 속아 일과가 끝난 후에 억눌린 감정을 삭이느라 ○○깡을 비롯한 주전부리 유혹을 뿌리칠 수 없었다. 그간 같이 일하는 직원들에겐 실행력 중요성을 강조하며 각종 미사여구와 인류 역사상 위대한 성공사를 들이대며 행동하라고 격려하고 있었지만 돌아보면 정작 제 몸 하나 뜻대로 조절하지 못한 거였다.

어쨌든 그런 돈키호테 같은 생각을 시작으로 살 깎기 작전은 시작되었고, 어느 정도 성공하였다. 물론 아직 베이지색 니트가 어울릴 정도로 `호리낭창`해지지도 않았고 사람들이 몰라볼 정도로 체형이 바뀐 것은 아니나, 그래도 스스로 만족한다. 수개월이 지난 지금 너무 커져 버린 옷들을 수선하러 다니느라 힘들지만 `적어도 체중에 관한 한 내 몸의 주인이 나다`라는 생각에 자신 있게 박수를 칠 수 있다.

여러분~. 수십 년 묵은 살도 결국 마음먹기에 따라 조절 가능한 `살` 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살 깎기를 통해서 여러분도 실행해 보십시오. 배부름을 즐겼듯이 배고픔도 즐겨 보십시오. 할 만합니다.

요즈음 생각한다. 오랫동안 아무렇지도 않게 느꼈던 낡은 금융 관행도 마음먹기에 따라서 얼마든지 개선할 수 있음을 함께 배우는 기회였다는 것을.

[오순명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