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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신오덕 2015. 8. 19. 15:42

[기자의 눈/정성택]병영 개혁하랬더니 인사 잡음내는 軍

정성택기자

입력 2014-08-19 03:00:00 수정 2014-08-19 03:00:00

 

 

 

인사참모부장 좌천인사 번복
‘제식구 챙기기’ 軍불신 자초


정성택·정치부

 

17일 저녁 무렵의 일이다. 류성식 육군 인사참모부장(소장)이 논산훈련소장으로 좌천된다는 얘기가 돌기 시작했다. 그는 이미 14일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의 보고 누락 책임으로 징계위원회 회부 결정을 받은 상태였다. 징계위원회 개최 날짜조차 정해지지 않은 15일, 광복절 휴일에 김요환 신임 육군참모총장은 그를 논산훈련소장으로 보내려고 했다. 김 총장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직신고를 한 지 4일 만에 벌어진 일이다.

18일 하루 종일 논란이 이어졌다. 육군 관계자는 “류 부장이 자진해서 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조직에 부담을 주기 싫다는 이유를 밝혔다는 것. 하지만 류 부장은 먼저 사의를 표명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다면 김 총장은 왜 류 부장이 징계 결정을 받자마자 하루 만에 다른 사람을 앉히려고 했을까. 신임 총장으로 내정된 지 겨우 일주일 지났을 뿐이다. 13일에는 박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주재한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가 열렸다. 수많은 현안을 앞두고 과연 인사 검증이라도 충분히 했을까. 무리한 인사라고 판단한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15일 김 총장을 만류했다고 한다. 류 부장은 논산훈련소장으로 가지는 않았지만 결국 임시직으로 육군본부 정책연구위원으로 발령 났다고 한다.

이런 결정은 김 총장이 연대장 시절 예하 대대장으로 같이 일했던 김규하 현 논산훈련소장(소장)과 맞물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직속 부하이던 후배를 핵심 보직인 인사참모부장에 앉히려다가 일이 커진 게 아닐까.

육사 34기인 김 총장은 1978년 소위로 임관했다. 군 생활 35년. 자신의 결정과 그 파장이 어떨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윤 일병 사건에 대한 국민의 공분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임명장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이런 인사 잡음이 나온 것이다. 다른 이유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 결과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육군이 여전히 ‘제 식구 감싸기’를 벌인다는 의혹과 불신을 자초했다는 사실이다.

“겉으로 쇄신을 외치면서 안에선 자리싸움이나 하고 있는 군에 과연 신뢰를 보낼 사람이 있을까.” 한 예비역 장성의 말이 예사롭지 않게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