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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총회 시즌에서 배우고 나아가라

신오덕 2016. 3. 14. 10:46

수퍼주총데이와 전자주총시대

[the L]머니투데이|김승열 대한특허변호사회 회장|입력2016.03.14. 09:30

 

 

[머니투데이 김승열 대한특허변호사회 회장 ] [[the L]]

또 다시 주주총회 시즌이 도래했다. 올해는 3월25일이 수퍼 주총데이다. 상장사 826개사 중 44.4%인 367개사가 올해 3월25일에 주총을 연다. 연말 결산일로부터 90일 이내에 정기주총을 열어야 하니 3월의 일정한 날에 몰리는 현상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이러한 문제점 등으로 미국의 경우는 그 기간을 연장하고 있고 대만은 하루에 열 수 있는 주총을 200개로 제한하기도 한다고 한다. 어쨌든 정기주총이 주주들과의 의사소통의 장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요식행위에 그치는 현행 제도의 불합리한 점은 하루 빨리 개선돼야 한다.

지난해 7월17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삼성물산-제일모직 임시주주총회에서 참가자들이 신원확인을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사진제공=뉴스1
지난해 7월17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삼성물산-제일모직 임시주주총회에서 참가자들이 신원확인을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사진제공=뉴스1

이러한 관점에서 터키의 전자주총 시스템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터키는 사이버공간에서 주총을 개최하는 전자주총 시스템을 2012년 10월에 세계 최초로 도입했다. 이는 터키 신상법 1527조에 그 법적 근거를 가지고 있다.

이를 도입하게 된 배경은 이스탄불의 국제금융센터 프로젝트 계획이었다. 이스탄불 증권거래소 상장법인의 65%가 외국인 투자가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는 면이 있다.

 

회사법이 발달한 미국의 델라웨어주 회사법에서도 일찍부터 전자주총에 대한 근거법령은 마련돼 있었으나 그간 제대로 활용이 되지 못했다. 그런데 터키에서 외국자본을 유치하고 국제금융의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이를 실용화한 것이다.

그 구체적 운영형태를 살펴보자. 먼저 주총자료를 이메일이나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으로 주주들에게 통보하면 주주들은 디지털서명 등을 통해 전자주총 시스템에 접속을 하게 된다. 전자주총은 오프라인에서 현장주총과 병행적으로 이뤄지고 전자적 방법으로 의견을 개진하면서 전자투표를 하게 된다. 다만 전자투표는 우리와 달리 의무사항이다.

터키 전자주총 관계자에 따르면 그간 전자주총을 도입해 터키 상장기업의 지배구조가 선진화되고 나아가 합리적으로 개선됐으며 주주들의 주총참여도가 현저히 증가했다고 한다. 또 이같은 성공적인 전자주총 도입·운영 등으로 지금까지 세계 100여개 국가로부터 지속적 관심과 제도에 대한 자문 등을 요청받아왔다고 한다.

최근 국내에서도 모든 증권을 전자적 방식으로 발행·유통하는 전자증권법을 마침내 입법화했다. 이는 증권거래의 투명성 제고 뿐 아니라 자본시장에서 핀테크 생태계 조성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이에 발맞춰 이제는 전자주총 시스템의 도입 역시 신중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국제금융의 중심을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다국적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국제경쟁력 있는 사회지원 인프라의 구축이 절실히 필요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장내외 주식거래 등에 있어서도 블록체인 등 선진기법을 선제적으로 도입해 거래의 투명성을 높이고 나아가 저비용 고효율성을 도모해야 한다. 블록체인에서 보여주는 바와 같이 앞으로의 신뢰성과 경쟁력은 투명하고 공개적인 디지털화된 시스템에서부터 출발돼야 하기 때문이다.

주총시즌에 때마침 이뤄진 전자증권법의 국회통과 등에 힘입어 주총에서의 투명성과 합리성을 제고하기 위한 전자주총 시스템의 도입을 감히 기대해본다.

[Who is?]1961년생인 김승열 회장은 서울대 법과대학을 마치고 사법연수원 14기를 수료했다. 카이스트 지식재산대학원 겸직교수로서 대통령 소속 국가지식재산위원회 민간위원, 대한변협 소속 지식재산연수원 운영위원 등으로 활동했다. '지식재산금융과 법제도'라는 저서를 발간하는 등 학구파로서의 면모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