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나이를 먹고 지식과 경험을 한다

[인사이드칼럼] `꼴통`이 되지 않으려면

잘 알려진 수필 중에 두 개의 `예찬`이 있다. `청춘예찬`과 `신록예찬`. 둘은 사실 같은 것을 예찬하고 있다. 청춘(靑春)은 말 그대로 푸른 봄이다. 봄에 푸르러지는 모든 초록 중에서 특히 신록이 칭송의 대상이 된 것은 그것이 청춘이기 때문이다. 처음 태양의 세례를 받고 마음을 열어 변화에 응하니 제일 아름답다고 한다. 누구나 청춘이 있듯이 누구나 나이를 먹고, 지식과 경험을 축적하며, 자기만의 원칙 법칙 룰이 생긴다. 자신만의 고집과 아집이 자리 잡고, 고지식이 융통성을 대체하게 된다. 청춘에서 꼴통이 되어가는 과정이다. 또 가진 것이 많아질수록, 지키고 싶은 것이 늘어날수록 변화를 두려워하며 타협하지 않는 성향으로 무장된다. 보수꼴통의 탄생이다. 나이가 들면서 꼴통이 되지 않으려면, 가진 게 늘어나며 보수꼴통이 되지 않으려 한다면 방법이 있다. IT를 가까이 하면 된다. 스마트폰을 자유자재로 사용하고 있는가? SNS를 제대로 사용하고 있는가? 빅데이터, IoT, 클라우드를 간략히 설명할 수 있는가? 나와 상관없다고? 그렇지 않다. 직업과 업무와는 무관하다. 지금까지 없던 세상에서는 이들을 무조건 이해하고 활용해야 한다. IT는 근원적으로 진보다. 참신한 변화를 바란다. 개방과 참여는 기본이고, 연결과 공유가 핵심이다. IT를 받아들이고, IT로 사고하고, IT로 소통하고, IT와 함께 트렌드를 익히는 사람이 꼴통이 되기는 어렵다. IT는 태생적으로 `을`이다. 새로운 질서를 원한다. 주력산업의 그늘 아래 잉태했고, 전통산업의 대체재로 성장했으며, 기존 산업과 융합해 확장됐다. IT로 부를 거머쥔 사람들 중에는 보수꼴통이 드문 이유이다. 경제도 나라도 마찬가지이다. IT 산업이 발전하는 경제에는 역동성이 있다. 신산업이 등장하고 신사업이 출몰한다. 없던 시도로 없던 시장이 만들어지니 꼴통스러운 기업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 한편 IT 강국에는 구태의연한 스테레오 타입 국민은 어울리지 않는다. 나이와 재산을 가졌다고 득세하는 보수꼴통의 나라가 될 리 만무하다. 그래서 IT가 중요한 것이다. 문제는 IT의 진정한 가치, 진실한 품격을 모르는 사람들이다. IT를 하나의 기업 자원으로 치부하는 경영자가 문제이고, 일부의 과학기술, 일개의 산업으로 한정 짓는 정치가가 문제이다. 꼴통 되지 않게 해주는 IT를 멀리하는 꼴통들이 문제이다. IT에 의지해야 한다. IT 인재를 중용하고, IT 기업을 중시하며, IT 산업을 육성하고 그리고 IT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 지금보다 훨씬 더 말이다. 근자의 미국 대선을 지켜보면 보수의 위기를 실감하게 된다. 이 위기를 기회로 만든 도널드 트럼프는 철저히 백인 주류 위주의 정치를 표방하고 있다. 백인 유권자들이 결집되는 양상은 그들의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처절한 몸짓이다. 일본도 그렇다. 선거 때마다 낙승 행진하는 아베 신조 정권과 아베노믹스도 결국은 속 좁은 일본 이기주의이다. 보수꼴통 일본의 모습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가. 미국이나 일본 보수들의 굳센 결집과 힘찬 행진과는 사뭇 판도가 다르다. 오히려 창조경제로 변화를 주창하고 복지사회로 분배를 주장했다. 시도는 좋았다. 창조경제는 성과 없는 미래창조로, 복지사회는 대책 없는 포퓰리즘으로 퇴색됐지만 노력은 가상했다. 그러나 놓쳤다. 어정쩡한 스탠스로, `일 잘하고 경제 살리는 보수`라는 자랑스러운 버팀목마저 놓쳐버렸다. 어찌하면 보수꼴통의 길을 피할 수 있을 것인가. 꼴통이 되지 않으려면, 무엇보다도 먼저 꼴통이 되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눈을 씻고, 머리를 씻고, 가슴을 씻고, 마음의 구석구석을 하나하나 씻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Youth is not a time of life, it is a state of mind.", 청춘은 인생의 어느 기간이 아니라 그러한 마음가짐을 말한다는 시 구절도 되새겨보고. [임춘성 객원논설위원·연세대 정보산업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