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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만의 리듬을 찾고 맞춰 살아야 한다

신오덕 2018. 5. 25. 11:56

짝·가족도 없지만 괜찮아!.. 나를 만나는 '기쁨'

엄주엽 기자 입력 2018.05.25. 11:10

 

- 혼자가 좋다 / 프란치스카 무리 지음, 유영미 옮김 / 심플라이프

‘혼자인 사람’ 안 놔두는 사회

못마땅하거나 동정어린 눈길

비정상이거나 과도기로 인식

혼자 사는 건 ‘일생일대 기회’

세상 틀 벗어나 내 리듬 찾고

동경해 온 일 하고 성장할 때

‘나의 본모습’ 찾고 사랑하면

다른 사람과 ‘더 새로운 관계’


국내에서 1인 가구 비중은 곧 전체 가구의 30%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나라도 비슷하지만, 1인 가구를 성별로 봤을 때 여성 비중이 좀 더 높다. 유럽의 경우 덴마크를 필두로 핀란드, 독일, 노르웨이의 1인 가구 비중이 이미 40%를 넘었다. 통계만으로도 1인 가구를 소위 ‘정상 가구’와 대비하는 건 옳지 않다.


유럽이라면 싱글 라이프에 관한 사회적 인식이 크게 나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다. 문화학자이며 출판 편집인,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는 이 책의 저자는 독일어를 쓰는 유럽 싱글 여성인데, 혼자 행복하게 사는 법을 ‘스스로를 위해’ 썼으니 말이다. 저자에 따르면, 유럽도 과거에 비해 싱글 라이프가 훨씬 용인되지만, 혼자 산다는 걸 여전히 일시적이라든가, 과도기적 상태로만 보려 한다. ‘정상’으로 가기 위한 ‘비정상’의 상태로 보는 것이다.


어른의 경우 혼자 사는 데, 곧 남과 함께하지 않아도 큰 불편함이 없다. 주변과 정신적 교감이 없는 것을 걱정하지만 인정과 조언, 위로와 관심 등 사람에게 필요한 정서적·정신적 나눔은 꼭 파트너 관계를 통해서만 채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혼자 사는 것을 힘들게 하는 것은 사회적 이미지다. 남성도 비슷하지만, 특히 싱글 여성에게 ‘너무 눈이 높다’든지, ‘너무 성격이 까다롭다’든지 등의 소리를 한다. 더 나가 뭔가 부족하며, 심지어 신체적·정신적 장애가 있는 게 아니냐는 눈길을 던진다. 당하는 입장에서는 ‘내가 뭔가 잘못 살아온 게 아닌가’ 하는 두려움에 빠지게 만든다. 이 같은 시선이 쉽게 바뀔 것 같진 않다.


혼자 사는 사람을 보는, 대개는 못마땅하거나 동정 어린 눈길은 사회적으로 만들어진 것들이다. 더욱이 노동력 재생산이 주요한 목표인 ‘체제’는 암암리에 혼자 사는 것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만든다. 파트너와 함께하고 ‘가족’을 이루는 것, 미국 영화에서 흔히 나오지만 ‘가족애’에 목숨을 거는 삶이 멋지다는 인식을 퍼뜨리고 개인에게 내면화시킨다. 싱글에 대한 여러 형태의 부정적인 규범과 인식도 상당 부분 여기에 기반한다. 어쩌면 혼자 산다는 건, 세상이 설정한 부정적인 선을 벗어나 그 바깥을 긍정하고, 힘들 수 있지만 자유로워지는 일이다.


원제목이 ‘혼자가 좋은 21가지 이유’인 이 책도 바로 “이런 선 위로 올라가는 길과 방법을 소개”한다. 그 자신이 싱글로 “혼자 있는 걸 좋아했지만, 외롭고 괴로웠던” 저자는 사회, 역사, 심리, 뇌과학, 철학을 비롯해 영적인 분야까지 공부하고 사색하는 과정을 통해 “홀로 있어도 혼자가 아님을 깨달았고, 내적인 힘을 신뢰하게 됐으며, 홀로 있음에 숨겨진 선물이 생명에 대한 더 깊은 사랑으로 인도해줬다”고 말한다. 책은 그 21가지 비결을 들려준다.


저자는 혼자 있든, 함께 있든, 이 둘 모두 ‘자연스러운 삶’이라는 걸 인정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한다. 혼자 사는 것이 오히려 자유롭고 성숙해지는 일생일대의 기회라는 것이다.


예컨대 싱글 라이프의 큰 난관은 외로움일 수 있다. 혼자 생존이 불가능했던 원시시대에 형성된 인간 두뇌의 오래된 영역은 주변에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게 한다. 또 인간은 그 유한성에서부터 나오는 실존적 고독도 있으며,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자신을 과시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홀로 있음을 더욱 못 견디게 한다. 이 같은 사실을 직시하고, “외로움을 느끼는 것은 이상한 일이고 잘못된 것이라는 생각과 결별하라”고 저자는 조언한다. 홀로 있음은 객관적 사실이고, 외로움은 감정이다. 혼자 있어도 괜찮다고 생각하면 외로운 마음이 사라지고 모든 것이 달라진다.

그 같은 생각에 그쳐선 안 되고 새롭고

발랄한 선을 만들어야 한다. 말하자면 ‘혼자여서 더 행복한’ 선을 만드는 팁을 저자는 들려준다. 세상이 강요하는 것을 벗어나 온전히 자신만의 리듬을 찾아 맞춰 살고, 동경하거나 미뤄뒀던 일을 하고, 언제 어디로든 원할 때 떠나고, 원하는 만큼 배우고 성장하며, 주어진 기회를 잃지 않고, 사랑하는 사람과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는 등의 조언이 그것이다.


저자가 싱글 라이프가 주는 선물로 ‘유대’와 ‘영성’을 강조하는 게 인상적이다. 그는 “이 책이 개별화를 미화하거나 개인주의, 자기애를 편드는 것이 아니다”며 “홀로 있는 시간을 통해 자기 본연의 모습을 발견하고 자신을 더 사랑하게 돼, 그 모습으로 당당하게 나아가면, 타자들과 더 새로운 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말한다.


내적인 힘을 신뢰하게 된다는 것이다.

원래 전인적인 치유와 영성에 관한 책을 냈던 저자는 “우리는 혼자 있을 때 순수한 존재에, 모든 것이 하나가 되는 존재에, 커다란 충만에 다가설 수 있다.… 홀로 있는 것에 익숙한 사람은 이런 숭고한 고요함에 이르기 쉽다”며 “형식에 구애됨이 없이 명상과 묵상의 시간을 매일 가질 것”을 조언한다. 지난해 유럽에서 출간된 이 책은 많은 전문가와 여성 독자들로부터 공감과 호응을 받았다. 292쪽, 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