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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린 소나타 연주를 듣고 생각한다

신오덕 2022. 1. 27. 11:16

"바흐 다음은 그다" 우리가 몰랐던 작곡가 프랑크

김호정 입력 2022. 01. 27. 00:03 수정 2022. 01. 27. 06:25 댓글 0

 

세자르 프랑크

“2022년에는 이 작곡가 작품이 세계 곳곳에서 연주되겠죠.”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지난달 30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하던 중 청중에게 건넨 말이다.

이날 연주 예정 곡목에는 세자르 프랑크(1822~90)의 바이올린 소나타가 포함돼 있었다.

 

벨기에에서 태어나 프랑스에 귀화한, 올해 탄생 200주년의 작곡가다.

 

무대 위에는 피아노를 둘러싸고 의자 네 개가 놓였다.

 

“바이올린 소나타에 왜 이렇게 의자가 많은지 궁금하실 텐데, 네 종류 악기로 한 악장씩 나눠 연주하기로 했습니다.”

 

이날 출연한 플루티스트 조성현, 첼리스트 한재민, 오보이스트 함경, 바이올리니스트 스베틀린루세프가 각각 1~4악장을 손열음과 함께 연주했다.

 

2020년의 작곡가는 루트비히 판 베토벤(탄생 250년)이었고, 올해는 프랑크다. 그는 프랑스 음악사의 큰 산맥이다.

 

파리 음악원 교수로 재직하면서 에르네스트 쇼송, 뱅상 당디 등 당대 인기 작곡가를 길러냈다.

 

프랑크에게 배운 젊고 트렌디한 작곡가는 ‘프랑키스트(Frankist)’, 즉 ‘프랑크 패거리’로 불렸다.

 

프랑크는 이론적으로 완벽한 화음, 깊이를 갖춘 멜로디, 20세기를 예고하는 현대성 등을 갖췄고 영향력도 컸다.

 

미국 음악평론가 해럴드 숀버그는 “제자들은 프랑크 머리 뒤에 후광을 그리면서 예배하는 것만 빼고는 뭐든지 했다”고 썼다.

 

다만 프랑크의 프랑스 밖 인지도는 베토벤에 못 미친다. 당대 명성에 비하면 이름이 멀리 뻗어 나가지 못했다.

 

200주년 기념공연도 베토벤 250주년 때만큼 떠들썩하진 않다.

 

다만 최고 히트작인 바이올린 소나타는 손열음 공연처럼 여러 악기로 편곡됐을 만큼 인기다.

 

프랑크가 1886년 발표한 이 작품은 바이올리니스트의 필수이자 단골 연주곡이다.

 

바이올리니스트 백주영(서울대 교수)은 “노래로 치면 수십 년 동안 차트에서 내려오지 않은 인기곡이다.

 

연주하지 않은 바이올리니스트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올리니스트 외젠 이자이(1858~1931)의 결혼식 연주를 위해 만든 로맨틱한 작품이다.

 

바이올린 소나타를 제외하면, 프랑크를 기리는 일은 대부분 오르간 연주자 몫이다.

 

오르가니스트 김희성(이화여대 교수)은 “오르간 연주자에게는 바흐 다음이 프랑크다.

 

그가 발전시킨 오르간 음악을 이해하지 않고는 이 악기를 제대로 연주할 수 없다”고 했다.

 

프랑크는 36세부터 30년 동안 파리의 생 클로틸드 성당에서 오르가니스트로 활약했다.

 

오르가니스트 신동일(연세대 교수)은 오는 11월 프랑크 작품으로만 독주회를 연다.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25분짜리 걸작인 ‘교향적 대곡’을 비롯한 프랑크 작품을 90여분간 연주한다.

 

신동일은 “당시 획기적으로 발전한 오르간 기술을 받아들여 음악도 진보시킨 작곡가”라며 “이전에 불가능하던 셈여림, 교향곡에 필적하는 규모의 사운드가 프랑크 작품부터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대형 프로젝트가 아니어도, 프랑크 200주년 기념공연은 이어진다.

 

바이올리니스트 백주영도 3월 7일 앙상블 오푸스와 함께 프랑크의 피아노 5중주, 그리고 19세기 프랑스 음악의 끝자락에 있는 드뷔시의 피아노 3중주를 연주한다.

 

5월 22일엔 심포니 송 오케스트라와 지휘자 함신익이 롯데콘서트홀에서 프랑크의 라단조 교향곡을 연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