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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오덕 2006. 8. 15. 16:37

원앙에 대한 오해


기고 / 글, 사진 = 최병성 목사

자연과 조화로운 삶을 살았던 선조들은 일상생활용품 문양 하나하나에 의미와 상징

 

을 담아 표현하였습니다. 물고기는 기쁨을 의미하는 것으로 백일에 사용하였고, 회갑에는 장수를 바라는 수복

 

(壽福)문자, 많은 자녀의 출산을 바라는 마음은 석류나 포도문양 등이 사용되었습니다. 특히 결혼에는 부부금

 

실을 상징하는 원앙이 항상 등장합니다.

많은 동식물들 중에 우리 삶과 문화에 가장 밀접한 한 가지를 고르라면 원앙을 말할 수 있습니다. 물 속에서

 

원앙 한 쌍이 노는 것을 바라보면 정말 어느 사랑스런 연인보다 정겹기 그지없는 모습입니다. 세상에 그 누구

 

보다 더 멋을 부릴 수 없는 것처럼 알록달록 온갖 화려한 빛깔의 깃털로 장식한 수컷원앙은 암컷의 마음을 사

 

로잡는 것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눈길을 빼앗곤 합니다. 그러나 아름다운 것이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지요. 예

 

쁜 날개를 소유하고픈 사람들이 수컷원앙을 박제로 만들기 때문입니다.

이제 막 혼인 예식을 치르는 신랑신부에게 근엄한 목소리의 주례자가 '원앙처럼 금실 좋게 살라'고 한마디 빼

 

놓지 않고 신신당부하곤 합니다. 요즘은 많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아직도 신혼부부에게 나무로 만든 원앙 한

 

쌍이 선물로 주어지는 것도 볼 수 있습니다. 원앙처럼 사이좋은 부부로 오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겠지요. 어디 이뿐인가요. 원앙금(鴛鴦衾)이라는 원앙을 수놓은 이불과, 원앙침(鴛鴦枕)이라는 베갯모에

 

원앙을 수놓은 베개는 신혼부부의 행복을 위해 당연히 주어지는 필수품이었습니다.


원앙이 시대와 역사를 통해 부부 금실의 상징으로 우리 삶 속에 깊이 들어와 있지만, 요즘 원앙에 대한 과학적

 

인 조사가 이루어지면서 전혀 다른 원앙의 모습이 알려지고 있습니다. 언제나 함께 하는 부부 금실이 좋은 새

 

라는 우리 바람과는 달리, 수컷은 암컷이 임신을 하게 되면 새로운 짝을 찾아 미련 없이 둥지를 떠나는 바람기

 

많은 무책임한 녀석이라는 사실입니다. 기차놀이 하듯 10여 마리의 새끼들을 홀로 힘겹게 키우는 암컷원앙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이는 떠나버린 무정한 수컷을 여실히 증명하는 것이지요.

그러나 반대로 생각해보면 자신이 너무 화려해서 적의 눈에 잘 띄기 때문에 새끼들의 안전을 위해 떠난 것이

 

라고 원앙수컷이 항변할 것 같기도 합니다. 어느 것이 맞는 것일까요? 아마 정답은 원앙들만이 알고 있겠지요.



이제 신랑신부에게 '원앙처럼 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생태적으로 볼 때 조금만 살다가 이혼하라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될 것 같습니다. 아무튼 금실 좋은 사랑의 상징으로 원앙이 등장했던 것은 그동안 원

 

앙의 습성을 잘 몰랐던 우리의 무지 일 수도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사랑이 지속되길 바라는 우리의 마음이 원

 

앙에게 투영된 것일 수도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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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앙의사랑 - 암컷은 물에서 머리만 내밀고 수컷이 암컷 위에 올라가 머리를 물고 있다.


원앙은 오리과에 속하는 새이지만, 다른 오리들이 하지 못하는 것을 하나 할 수 있습니다. 다른 물오리들은 수

 

영을 하기에 알맞은 넓적한 오리발을 지니고 있어 하늘을 날다가 바로 나뭇가지에 앉지 못합니다. 그러나 원

 

앙은 오리발을 지닌 오리이면서도, 특이하게도 높은 나무 가지에 앉아있는 모습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특

 

히 원앙은 도토리 열매를 즐겨먹기에 참나무 구멍에 둥지를 틀기를 좋아한답니다.

요즘 길을 나서면 잔잔하게 물이 흐르는 강가나, 작은 계곡이나 심지어 모내기가 끝난 논에서도 짝을 이뤄 정

 

답게 사랑을 나누는 원앙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따사한 햇살 아래 오붓한 데이트를 즐기고 있는

 

중입니다. 그런데 모든 원앙이 이렇게 행복한 모습은 아니랍니다. 짝을 찾지 못한 수컷 원앙들의 쓸쓸하고 외

 

로운 모습들도 쉽게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원앙에게 짝을 선택하는 결정권은 암컷에게 있습니다. 수컷들이 암컷에게 간택을 받기 위해 화려한 깃털을 펼

 

치고, 짧은 목을 삐쭉삐쭉 올려 요란스레 날갯짓을 하며 온갖 재롱을 떱니다. 때때론 이미 짝을 만나 정답게

 

노닐고 있는 암컷에게 다가가 혹시나 하는 맘으로 아양을 떨고 있는 짝 없는 수컷의 안타까운 모습도 종종 보

 

입니다. 그러나 이미 결정된 암컷의 마음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이지요. 괜히 찝쩍거리다가 임자 있는 수컷한테

 

쫓겨나고 맙니다.

화려한 수컷에 비한다면 암컷은 밭일 나온 시골 아낙네의 수수함 그 자체입니다. 그러나 암컷원앙의 다소곳한

 

모습과 맑은 눈망울이 제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원앙을 바라보며 참 사랑에 대해 생각해보는 하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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