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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용과 주역의 지혜를 배워라

신오덕 2006. 10. 1. 19:03

 

 

 

[이덕일 사랑] 정약용과 주역(周易)

 

 

 


희대의 천재였던 이가
 
환(李家煥)은 정약용
 
(丁若鏞)이 ‘주역(周
 
 
易)’에 대해서 묻자 “역학(易學)이란
 
반드시 흐릿한 사람이 하는 건데, 자
 
네는 명쾌한 사람이니 결코 역학은
 
할 수 없을 걸세”라고 충고했다.
 
 
 
 
그러나 정약용은 유배지에서 윤영희
 
(尹永僖)에게 보낸 편지에서 “오로지
 
주역 한 부만을 가져다 책상 위에 놓
 
고 마음을 가다듬고 깊이 생각하며
 
밤을 낮으로 삼아 보냈습니다”라고
 
쓸 정도로 주역에 몰두했다.
 

 

 

‘주역’은 흔히 점치는 책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정약용은 문왕(文王)·주공(周

 

公)·공자(孔子) 같은 성인(聖人)들이

 

개인의 길흉화복(吉凶禍福)을 미리

 

알게 하기 위해 주역을 지었을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주역에 몰두한 정약용은 그 해설서

 

인 ‘주역사전(周易四箋)’을 지었다.

 

 

 

그는 ‘두 아들에게 내려주는 가계(示

 

二子家誡)’에서 “주역사전은 내가 하

 

늘의 도움으로 얻은 문자들이다.

 

 

 

결코 사람의 힘으로 통하고 지혜로

 

도달할 수 있는 바가 아니었다”라며

 

주역에 통달했다고 자부했다.

 

 

 

정약용의 결론은 “성인이 천명(天命)

 

에 청하여 그의 뜻에 순응하고자 하

 

기 위해서 성인들이 주역을 지었

 

다”는 것이다.

 

 

 

천명에 청할 일이란 국사(國事)를 뜻

 

하는데, 어떤 정책이 공정한 선의에

 

서 나왔고, 그 결과도 좋을 일은 천

 

명에 청하지 않으며, 선의에서 나왔

 

지만 시세가 불리하여 실패로 끝날

 

일도 청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약용은 “오직 일은 공정한 선의에

 

서 나왔지만 그 일의 성패 화복은 역

 

도(逆睹·사물의 결말을 미리 내다봄)

 

하여 헤아릴 수 없는 것이니 이에 비

 

로소 천명에 청하는 것[‘역론(易

 

論)’]”이라고 보았다.

 

 

 

선의의 정책이지만 그 성패가 불분

 

명할 때 천명에 청해 하늘의 뜻에 부

 

합하면 비로소 추진토록 하기 위한

 

목적으로 ‘주역’을 저술했다는 뜻이

 

다.

 

 

 

주역은 점복서(占卜書)가 아니라 국

 

가정책 결정 참고서라는 말이다.

 

 

선의의 정책도 결과가 우려될 경우

 

천명에 청한다는 정약용의 정치관인

 

데, 결과가 우려되는 정책일수록 밀

 

어붙이기 일쑤인 현 정권에 귀감이

 

아닐 수 없다.

 

 

 

시작 자체가 선의가 아니라 현실에

 

대한 그릇된 인식에서 나왔다면 더

 

말할 나위도 없지만.

 
 
이덕일·역사평론가
 
 
 
입력 : 2006.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