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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자리 대신 게임과 영화를 즐기는 직장인은 누구인가?

신오덕 2006. 11. 25. 16:55

 

 

‘사무실 혁명’ 이룬 어제의 백수들

 

강해진 'IMF 취업세대'
 
<하>한국경제 짊어질 대리·과장들
 

IMF 위기때 바늘구멍 취업문
 
을 뚫은 ‘IMF세대’
 
(1998~2000년 대학 졸업세
 
대)는 이제 한국 경제의 ‘허
 
리’가 됐다.

 

취재팀이 대우건설·삼성SDI·

 

하나은행·한진해운·㈜한화의 5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 1998~2000년 입사한 IMF세대는 1215명으

 

로, 이 중 714명(59%)이 대리·과장이었다(대리

 

501명, 과장 213명). IMF 세대가 중간 관리자층의

 

주력 부대로 등장한 것이다.

 

이념에서 결별한 ‘포스트386’의 첫 세대. 이들이

 

진입하면서 기업 문화는 확 바뀌었다. 상명하복의

 

업무 방식이 쌍방향·수평형으로 바뀌었고, ‘취할

 

때까지 마신다’던 음주 문화는 뒤로 밀려났다.

 

 

이들 세대는 치열한 경쟁의식을 확산시키면서 자

 

기 계발과 재테크를 기업내 최대의 화두로 끌어올

 

렸다.

 

상명하복·회식강요 등 직장 문화도 바꿔

 

“선배들처럼 잘리지 말자” 경쟁력 키워

“정치엔 관심 없지만 부동산 失政 불만”

 

 

◆술자리 대신 게임과 영화

㈜한화 천안공장 생산부에 근무하는 정기철(32)

 

대리는 후배사원 5~6명과 함께 한 달에 3~4번

 

퇴근 후 들르는 곳이 있다.

 

회사 근처 PC방이다.

 

팀을 짜 2시간 동안 맥주 내기 스타크래프트 게임

 

을 벌인다.

 

선배 세대는 회식과 ‘술자리 군기(軍紀)’로 부하

 

직원을 다잡았지만, 정 대리는 게임을 통해 팀워

 

크를 다지고 대화한다.

 

점심 시간도 바쁘다.

 

일주일에 3~4번은 후배들을 이끌고 다른 부서와

 

음료수 내기 농구시합을 하기 때문이다.

 

정 대리는 “우리 세대가 중간관리자가 되면서 조

 

직내 의사결정 과정이 과거의 하향전달식에서 쌍

 

방향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강렬한 경쟁의식과 적극성으로 무장한 IMF세대는

 

연공서열과 상명하복의 한국형 기업문화를 뒤바

 

꿔 놓았다.

 

종이 서류로 진행되던 회의 방식도 인터넷 첫 세

 

대인 IMF세대가 들어오면서 파워포인트 등을 활

 

용한 화상(畵像) 회의로 바뀌었다.

 

1998년 대우건설에 입사한 손영진(34) 대리는 “입

 

사하자마자 40~50대 대선배들이 줄줄이 정리해

 

고 당하는 것을 보면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위기감이 더욱 커졌다”고 말했다.

 

같은 해 입사한 신연선(36) 대리는 “우리 입사 기

 

수부터 영어공부며 각종 자격증 취득 등 자기계발

 

을 하려는 노력이 본격화됐고, 그런 위기감이 선

 

배들에게도 강하게 전달된 것 같다”고 했다.

 

IMF 당시 정리해고로 인력공백이 생긴 데다 2~3

 

년간 신입사원 채용도 급감하면서 이들 세대는 주

 

말 가릴 것 없이 일주일에 3~4번은 야근을 하며

 

실무를 익혔다.

 

 

회식 자리에선 침체된 회사 분위기를 띄우는 역할

 

이 맡겨져 온갖 장기로 선배들을 위로했으며, 3년

 

가까이 후배 없는 막내로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았

 

다.


 


 

 

◆“우리가 회사를 바꿨다”

취재팀은 1998~2000년 대우건설·삼성SDI·하나은

 

행·한진해운·㈜한화 등 5개 대기업에 입사한 대리

 

·과장 94명을 대상으로 IMF 취업세대의 생각을 들

 

어보았다.

 

‘본인이 소속된 입사 기수들이 들어와 바뀐 사내

 

분위기가 뭐냐’고 묻자, 응답자의 16%가 “자기계

 

발 및 경쟁 의식이 확산됐다”고 답했다.

 

개인존중(15%), 강요하지 않는 회식문화(7%), 합

 

리적인 일처리(4%) 등도 꼽혔다.

 

㈜한화 손모(33) 대리는 “회식도 윗세대들처럼 일

 

방적으로 통보하는 것이 아니라 개별 사원의 스케

 

줄을 모두 고려해 짠다”며 “입사 초만 해도 ‘죽을

 

때까지 마시자’는 분위기였는데, 요즘은 피자를

 

먹거나 영화를 보기도 한다”고 했다.

 

94명 중 51%는 스스로 회사의 ‘중요 인력’이라고

 

답할 만큼 자신감에 차 있었다.

 

회계법인에 다니는 최모(33) 과장은 “기업인수합

 

병(M&A) 실무에서는 내가 없으면 회사가 안 돌아

 

간다”며 자신있게 답했다.

 

 

◆이념보다는 재테크

 

IMF세대에게 정치는 관심 밖이었다.

 

정치에 ‘관심이 없다’는 응답자(46.8%)가 ‘관심이

 

많다’는 사람(10.6%)의 4배에 달했다.

 

이들의 주요 관심사는 재테크와 자녀 교육, 내집

 

마련 등 현실적인 생활이슈들이었다.

 

86%가 “현재 재테크를 하고 있다”고 답했고, 재

 

태크 수단은 예금·주식·부동산 순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37%는 부동산 거품, 내수경기 침체 등을

 

이유로 ‘제2의 IMF’가 올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설혹 ‘제2의 IMF’가 와도 “새로운 기회”라

 

는 반응을 보였다.

 

한진해운에 다니는 김모 대리는 “동산과 부동산에

 

대한 분산 투자를 통해 제2의 재산증식 기회로 삼

 

는 동시에 새로운 산업에 대한 기회를 포착해 제2

 

의 인생 도약을 모색하겠다”고 했다.

 

9년 전 경험을 교훈 삼아 재테크 전략을 세우겠다

 

는 의견이 다수였다.

 

◆“부동산 정책이 가장 큰 문제”

 

IMF세대는 정부 경제 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

 

까.

“서민들 잘 살게 해주겠다고 해놓고 세금·공공요

 

금 모두 끌어올리기만 했어요.

 

부동산값 잡는다고 큰소리 쳤지만, 주변 시세까지

 

끌어올렸고 점점 살기 힘들어집니다.”

 

대우건설 신모(36) 대리는 현 정부 경제정책에 대

 

해 “매우 잘못하고 있다”며 최악의 점수를 줬다.

 

같은 회사 김모(35) 대리는 “샐러리맨은 아무리

 

열심히 저축해도 10년 안에 집 한 채 사는 것이

 

불가능해졌다”며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부동산

 

값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94명의 대리·과장 중 67%는 현 정부의 경제정책

 

에 대해 ‘잘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잘하고 있다’는 응답자는 한 명도 없었다.

 

정부 정책의 문제점으로 부동산 정책 실패(35%)

 

를 꼽았고, 일관성 없는 정부정책(30%), 과도한

 

세금정책(12%)이 뒤를 이었다.

 

◆전투력을 키워라

 

20대 초반 취업난을 겪고 있는 후배들에게 한마디

 

를 부탁하자 이들의 공통된 대답은 “최대한 전투

 

력을 키우라”는 것이었다.

 

삼성SDI의 김모(34) 대리는 “끊임없이 자기 스스

 

로를 계발하고 값어치를 올리는 방법만이 ‘제2의

 

IMF’가 와도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라고 조언했

 

다.

 

㈜한화 황모(35) 대리는 “취업 문제로 마음 고생

 

만 하지 말고 기업이 자신을 모셔갈 수 있도록 스

 

스로를 단련시켜야 한다”며 “궂은일이나 하찮은

 

일도 앞으로 큰 일을 하기 위한 연단이라고 생각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자료 : 조선일보 2006년 11월 25일
 
         특별취재팀·정혜전기자·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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