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철과 신념

3성을 아는 사람은 성공한다 본문

성공

3성을 아는 사람은 성공한다

신오덕 2007. 10. 28. 00:47

 

 

삼성 계열사 CEO 성적표…

 

주류 지고 비주류 떴다

 

 


대폭적인 물갈이가 예상되면서 자연스럽게 CEO들의 성적표에 관심이 쏠린다.
 
실적만이 인사 평가의 기준이 될 수는 없지만, 그래도 현재로서 물갈이 대상자가 누가 될 것인지를 가늠할 수 있는 유일한 잣대는 역시 실적이다.


올 한 해 삼성그룹은
삼성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 삼성물산과 같은 굴뚝기업들이 성장을 주도했다.
 
 
IT 경기 부진으로 인해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전기 등 IT 관련 계열사들의 실적이 부진했던 반면 삼성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 삼성물산 등 범(汎) 인프라 관련 기업들은 최고의 경영 실적은 물론 주식시장에서도 최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3조2000억원 규모의 삼성그룹주 펀드를 운용하는 백재열 한국운용 팀장은 “IT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부진한 실적을 내고 있지만 굴뚝기업을 중심으로 그룹 성장세가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백 팀장은 “CEO 실적에 대한 평가도 주식시장의 평가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인프라 관련 CEO’ 두각 ■

올 삼성그룹 계열사 CEO들의 성적표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비주류의 반란’으로 요약할 수 있다.
 
삼성그룹 제조 부문의 주류라고 할 수 있는 IT와 금융 부문의 주류라고 할 수 있는 보험이 주춤한 사이에 ‘비주류’로 통했던 굴뚝기업과 카드, 증권 등 비보험 금융사들은 사상 최고의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친 CEO들로는 김징완 삼성중공업 사장, 정연주 삼성엔지니어링 사장, 이상대 삼성물산 사장 등 ‘인프라 CEO’들이 꼽힌다.

유석렬 삼성카드 사장, 배호원 삼성증권 사장 등 그동안 삼성 금융 사업부문 내에서 ‘소외’돼왔던 비보험 부문 CEO들도 실적 개선, 주가 상승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반면
김순택 삼성SDI 사장, 강호문 삼성전기 사장, 김인 삼성SDS 사장 등 IT계열 회사들의 CEO들은 실적 악화로 고전하고 있다.

특히 PDP 사업의 부진으로 2분기에만 1000억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한 삼성SDI의 부진이 눈에 띈다.

삼성전자 경영진 역시 예년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저조한 이익을 내면서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특히
황창규 사장이 맡고 있는 반도체 총괄, 그 가운데서도 메모리사업부의 성과가 미진한 편. 반면 이상완 사장이 책임진 LCD 부문은 최악의 성적을 거뒀던 지난해와 비교해 보면 성과가 좋아졌다.
 
 
 최지성 사장이 맡고 있는 휴대폰 총괄은 평년 수준의 성과를 내고 있다는 시장의 평가다.
 
 
비IT 기업 가운데는 김낙회 제일기획 사장, 제진훈 제일모직 사장의 경영 성과가 다른 계열사 CEO들이나 업황에 비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활약을 하고 있다.

이수창 삼성생명 사장, 황태선 삼성화재 사장, 성영목
호텔신라 사장 등은 예년 수준의 무난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는 평이다.
 
 
 
다른 계열사들에 비해 경영 환경의 부침이 심하지 않고, 이미 지배적인 시장 지위를 확보하고 있어 경영 실적에도 변화가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의 최고 의사결정 기관으로 통하는 9인회 멤버 가운데 계열사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 중에는 김징완 사장, 이상대 사장, 유석렬 사장의 성과가 눈에 띈다.
 
 
 
반면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 김순택 삼성SDI 사장의 성적은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 김징완·정연주 전성시대 ■

김징완 사장은 CEO로서 전성기를 맞고 있다.

조선 경기의 초호황과 맞물려 삼성중공업은 사상 최대의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2분기까지 3조9021억원의 매출액에 226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 지난해와 비교해 300%가 넘는 이익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특히 삼성중공업의 약진은 컨테이너시장에서 두드러진다.
 
 
 
세계 최대 규모의 컨테이너선 개발에 성공한 데 이어 1만 2000TEU급 대형 컨테이너시장에서 전 세계 3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며 독주 태세를 굳혔다는 평가다.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 부사장을 끝으로 2001년부터 삼성중공업 경영을 책임져온 김 사장은 직접 해외 조선 발주시장을 누비며 수주 경쟁을 이끌었다.
 
 
 
 
또 조선시장의 블루오션이라고 할 수 있는 극지운항용 쇄빙유조선, 초대형 컨테이너선, 원유시추선 등을 적극 공략해 매출은 물론 수익성 개선에 성공했다.
 
 
이를 바탕으로 삼성중공업 주가는 올 들어서만 3배 가까이 상승하는 저력을 보였다.
 
 
그룹 내에서 김 사장의 ‘발언권’이 더욱 세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정연주 사장 역시 중동지역의 플랜트 시설 투자 확대를 계기로 최고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정 사장이 삼성엔지니어링을 처음 맡았던 2003년만 해도 연속 적자에 허덕이며 그룹 내 ‘골칫거리’로 분류됐지만 멋지게 재기에 성공한 셈.

삼성엔지니어링은 올 상반기에만 9006억원 매출에 779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2003년 연간 매출 1조1000억원, 895억원의 당기순손실과 비교해 보면 말 그대로
 
 
상전벽해(桑田碧海)’와 같은 변화다.
 
 
 
삼성SDI에서 오랫동안 임원 생활을 하다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정 사장 입장에서 보면, 삼성엔지니어링 발령이 오히려 새옹지마와 같은 기회가 됐다.

이 같은 삼성엔지니어링의 실적 개선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회사가 강점을 갖고 있는 석유화학 플랜트시장의 장기 호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유석렬 사장의 부활 역시 눈에 띈다.

2002년 카드대란 당시, 그룹 최대의 문제 회사로 지목됐던 삼성카드는 리스크 관리 강화에 따른 연체율 하락과 재무건전성 개선으로 흑자 기조를 굳혔다.
 
삼성카드는 올 상반기 코스피시장에 상장하며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LG카드와 신한카드의 합병으로 1위와의 격차가 크지만, 대규모 적자라는 ‘지옥’에서 귀환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올 초 연임에 성공한 배호원 사장 역시 주식시장의 초호황에 힘입어 승승장구하고 있다. 배 사장은 최근의 실적 개선에 자신감을 얻어 “2020년 자기자본 15조원, 매출 연 10조원 달성을 통한 글로벌 톱10에 도전하겠다”는 장기 비전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 같은 카드, 증권의 선전은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기존 삼성그룹 금융 부문의 주축 역할을 했던 보험사의 성장 정체와 비교해 봤을 때 더욱 눈에 띄는 대목이다.

■ 황창규·김순택·강호문 ‘위기의 계절’ ■

신상필벌의 인사 원칙이 어느 그룹보다 강한 삼성의 전례를 봤을 때, 최근의 경영 실적이 인사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올해 기대에 미치지 못한 성과를 낸 CEO들은 좌불안석이다.

일각에서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그룹 회장 취임 20년과 맞물려 예년에 비해 훨씬 큰 폭의 인사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지금까지 기대에 미치지 못한 실적을 내고 있는 주요 IT 계열사 사장단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2001년부터 삼성SDI 사장을 맡아온 김순택 사장, 2002년부터 삼성전기 경영을 책임져온 강호문 사장, 2003년부터 삼성SDS 사장으로 활약한 김인 사장 등이 대표적.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으로 있는 황창규 사장 역시 안심할 수준은 아니다.

IT 산업을 분석하는 증권사 애널리스트 A씨는 “IT 경기 부진이라는 외부적인 경영환경 악화가 원인이 됐다고는 하지만, 시장 환경 변화에 삼성이 조금 안일하게 대처한 측면도 있다”고 평가했다. 이건희 회장이 최근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부진에 대해 강하게 질책하고 나선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미 시장에서는 ‘실적이 저조한 기업들을 중심으로 CEO 재임 기간이 길었던 사람들을 대상으로 세대교체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요지의 풍문도 나온다.

‘삼성그룹 인사는 하늘도 모른다’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CEO들의 실적은 이미 삼성 사장단들을 웃고 울게 만들고 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428호(07.10.31일자)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