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하고 새로운 신혼을 맞이하라

 

결혼은 꿈도 못꾸고… ‘동거 계약서’ 쓰는 연인들

동거계약서 불티나게 팔려… “경제난에 인간관계 문서화” 문화일보 | 인지현기자 | 입력 2012.08.29 12:11 | 수정 2012.08.29 12:21

 

경제난으로 결혼 대신 동거를 선택하는 커플이나 원룸·자취방을 함께 쓰는 대학생들이 늘어나면서 재산관리나 생활비 분담 등의 내용을 담은 이른바 '동거계약서'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직장인 윤모(여·26) 씨는 지난해 취직하면서 3년간 사귄 남자친구와 동거를 시작했다. 둘 다 직장생활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일단 동거를 하면서 자금을 모아 결혼하기로 한 것이다. 윤 씨는 남자친구와 헤어지는 등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어떻게 돈을 모으고 재산을 관리할지에 대한 내용의 동거계약서를 인쇄해 벽에 붙여놓았다.

최근 동거인구가 늘면서 문서서식 판매 사이트 등에 동거계약서 조회 및 판매건수가 급증하고 무료 다운로드 가능한 계약서 서식들도 인기를 끌고 있다. 29일 문서서식 판매 사이트 비즈폼에 따르면 현재 10여 종에 이르는 동거계약서가 판매되고 있으며 지난 2002년 이후 지난해까지 누적조회수 18만 건, 유료 다운로드수 4만 건을 웃돌았다.

손언영 기획마케팅팀장은 "문서서식 판매 사이트가 20여 개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판매되는 동거계약서는 몇 배나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동거계약서는 공동 관리 재산 목록, 생활비 및 관리비 분할, 물품 사용 범위, 사생활 보호 등 5~10개가량의 기본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이성 간 동거의 경우에는 정조 지키기, 동성 간에는 생활시간 조정 등에 대한 내용이 추가된다.

이들 계약서는 법적 효력이 없어 각서 수준에 머무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불안한 마음에 작성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동거계약서까지 작성한 계약 동거가 늘어나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문조(사회학) 고려대 교수는 "경제난이 심각해지면서 최소 비용으로 독립 생활을 하기 위한 현대적 계약 동거가 늘고 있다"며 "함께 살면서 인간적 교류 대신 필요에 따라 이익과 정보를 공유하는 계약 관계가 성행하는 것이 바람직한지는 의문"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