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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서 배우고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라

신오덕 2013. 2. 5. 15:55

 

[매경춘추] 슬림 정부와 `번역청`

기사입력 2013.02.04 17:37:12 | 최종수정 2013.02.04 17:49:00  

1998년 한국유네스코 부탁으로 국가기관 영어 발행물과 홈피 오류를 분석했다. 청와대 웹페이지 애국가 가사 가운데 `만세`가 `manse`라고 번역되어 있었는데, 이것은 `목사관`이란 뜻의 영어 단어다. 발음도 `만세`가 아닌 `만스`다. 2007년 한국문학번역원 의뢰로 `국가 번역 시스템 구축 기초연구`를 실시했다. 먹는 김치가 `무형문화재`로, 경기도 포천 이동 지역의 `이동갈비`가 `살아 움직이는 갈비`로 둔갑해 있었다. 2011년 한ㆍ미 FTA 협정문 한글본 오류가 296군데로 최종 확인되었고, 한ㆍEU FTA 협정의 국회 비준을 위해 제출된 동의안이 오류투성이로 밝혀져 수정 후 다시 제출되는 촌극을 빚었다.

그뿐이랴. 세계 각국 교과서 543권 중 한국 관련 오류가 602건이고, 500여 건은 여전히 고쳐지지 않고 있단다. 일본ㆍ중국의 역사 왜곡은 자국 역사 미화를 노린 탓이라지만 아프리카 등 제3세계 교과서 오류는 유리한 역사자료를 영어 등으로 미리 배포한 일본의 자료 공세 때문에 일본 시각을 우선 반영하기 때문이란다.

미국 교과서마저 오류청정지대가 아니다. 세계지리교과서에 언제부턴가 `동해` 표기가 빠지고 `일본해`만 남았다. 위안부를 다룬 교과서조차 위안부들이 한가로이 마작을 즐기는 사진을 실어 문제를 왜곡하고 있다.

역사로부터 배우지 못하는 사람은 발전이 없다고 했다. 되풀이되는 문제의 해결 방안은 단일 정부 전문부처가 공공번역만이라도 제대로 책임관리하는 것이다.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고도 했다. 외국교과서 왜곡을 차단하고 나아가 긍정적 국가 이미지를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잘못된 부분에 사후 시정을 요구하는 대신 우리 문화ㆍ역사 전통을 알리는 자료를 영어 등으로 선제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해외홍보기능 강화나 `번역청` 신설 이야기가 간간이 있었지만 번번이 `작은 정부론`에 밀려 불발되었다. 유럽연합 직속번역기구(Directorate-General for Translation), 캐나다 번역국(Translation Bureau)처럼 책임 있는 국가기관이 공공번역 전체를 총괄하거나 호주의 NAATI처럼 번역사 인증ㆍ등급 관리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절실히 필요하다. 작은 정부라는 명분을 위해 또다시 `효율`을 포기할 것인가 새로이 반문할 시점이다.

[정호정 한국외대 영어통번역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