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종국 기자]한국이 유럽의 강호 크로아티아와의 평가전서 완패를 당했다.
한국은 6일 오후 영국 런던 크레이븐코티지서 열린 크로아티아와의 평가전서 0-4로 크게 졌다. 한국은 크로아티아전을 통해 다양한 공격 조합을 시험했지만 끝내 무득점으로 경기를 마쳤다. 한국은 크로아티아를 상대로 별다른 유효슈팅도 선보이지 못하는 무기력한 경기 내용을 보였다. 반면 크로아티아의 만주키치, 스르나, 옐라비치, 페트리치는 연속골을 터뜨리며 승리를 이끌었다. 한국은 올해 첫 A매치를 패배로 마친 가운데 다음달 카타르를 상대로 2014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5차전 홈경기를 치른다.
한국은 지동원이 공격수로 출전했고 손흥민과 이청용이 측면 공격을 이끌었다. 구자철 기성용 신형민은 중원을 구성했고 수비는 최재수 곽태휘 이정수 신광훈이 맡았다. 골문은 정성룡이 지켰다.
크로아티아는 만주키치와 크란차르가 공격수로 출전했고 올리치와 라키티치가 측면 공격을 이끌었다. 모드리치와 부코예비치는 허리진을 구축했고 수비는 스트리니치, 시무니치, 콜루카, 스르나가 맡았다. 골키퍼는 플레티코사가 출전했다.
크로아티아는 경기 초반 라키티치와 올리치의 슈팅으로 한국 골문을 두드렸다. 한국은 전반 7분 손흥민의 왼발 중거리 슈팅으로 크로아티아에 맞섰다. 한국은 전반 9분 이청용의 크로스에 이은 기성용의 슈팅이 골문 안으로 향했지만 크로아티아 수비수 콜루카가 골라인 위에서 걷어내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양팀이 전반전 중반 공방전을 펼치 가운데 한국은 전반 26분 신형민의 중거리 슈팅으로 크로아티아 골문을 노렸다.
크로아티아는 전반 31분 만주키치가 선제골을 터뜨려 경기를 앞서 나갔다. 페널티지역 왼쪽 외곽서 얻은 프리킥 상황서 라키티치가 올린 크로스를 만주키치가 골문 앞에서 헤딩 슈팅으로 마무리하며 한국 골문을 갈랐다.
한국은 후반 38분 이청용의 크로스에 이은 지동원의 오른발 슈팅이 상대 골키퍼 플레티코사의 선방에 막혀 동점골에 실패했다.
크로아티아는 전반 40분 스르나가 추가골을 성공시켜 점수차를 벌렸다. 스르나가 페널티지역 왼쪽서 오른발로 감아찬 슈팅이 골문 안으로 그대로 빨려들어가 득점으로 이어졌다.
전반전을 뒤진채 마친 한국은 후반 시작과 함께 지동원 손흥민 신형민 이정수 대신 이동국 박주영 김보경 정인환을 투입해 변화를 노렸다.
크로아티아는 후반 11분 옐라비치가 팀의 3번째 골을 터뜨려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옐라비치는 모드리치의 침투패스에 이어 페널티지역서 정확한 왼발 대각선 슈팅으로 한국 골문 왼쪽 구석을 갈랐다.
크로아티아는 후반 18분 옐라비치의 슈팅으로 또한번 득점을 노렸다. 한국은 2분 후 이동국의 왼발 중거리 슈팅이 골문을 살짝 벗어났다. 한국은 후반 26분 구자철이 페널티지역 정면서 때린 오른발 슈팅마저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다.
한국은 후반 28분 이승기와 최철순을 교체 투입해 다양한 선수들의 경기력을 점검했다.
크로아티아는 후반 39분 페트리치까지 득점에 성공하며 골잔치를 펼쳤다. 페트리치는 옐라비치의 패스에 이어 페널티지역 한복판을 돌파한 후 감각적인 로빙 슈팅으로 한국 골망을 흔들었고 크로아티아의 대승으로 경기가 마무리 됐다.
[한국전서 골을 터뜨린 크로아티아의 만주키치와 옐라비치. 사진 = gettyimagekorea/멀티비츠]
[풋볼리즘] "겁을 먹은 것 같았다"
기사입력 2013-02-07 05:59
크로아티아전 0 : 4로 패배한 대한민국 |
"겁을 먹은 것 같다."
런던 크레이븐 코티지의 옆 자리에 앉아 있던 크로아티아 기자가 던진 말이다. 한국선수들이 긴장했는지 제대로 뛰지 못하는 것 같다고 했다. 순간 울컥 올라와 한바탕 쏘아대고 싶었지만 뭐라 반박하기 어려운 우리 대표팀의 경기 내용이었다. 맞서 쏘아붙이기엔 4골 차의 패배가 너무 컸다.
긴장한 빛이 역력한 얼굴로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최강희 감독은 “완패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전반과 후반을 나눠 준비했는데 어느 것 하나 뜻대로 풀리질 않았다고 했다. 특히 수비라인의 운영과 세트피스 대비의 집중력이 부족했다고 인정했다. 완패의 책임이 1차적으로 감독 자신에게 있다면서 크로아티아전에 나타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모든 힘을 집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강희 감독이 말한 ‘수비문제’를 구체화하면 상대의 전진 압박에서 벗어나거나 공격 전개를 시작할 때 침착하게 패스 연결을 하지 못한 수비수들 발밑의 둔탁함이 하나고, 공격과 수비 전반에 걸쳐 흔들린 측면 수비수들의 불안함이 또 하나다. 역삼각형 형태의 미드필드라인으로 짜인 4-1-4-1 포메이션에서 ‘1’의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선 신형민에게 수비 하중이 모아지면서 포백 보호막이 엷어진 것도 문제였다. 크로아티아 기자가 우리 선수들이 당황한 것 같다고 말한 것과 겹쳐지는 대목이다.
분데스리가 득점 선두 만주키치와 세계적 클럽 레알 마드리드의 모드리치를 앞세운 크로아티아의 전방 압박은 거셌고 강력했다. 상대가 이렇게 앞 선에서부터 압박을 가할 때는 드리블을 줄이고 패스를 간결하고 정확하게 연결하면서 측면에서 활로를 찾아야 하는데 수비라인의 패스 정확도와 측면 수비수들의 공격과 수비의 밸런스가 마땅치 못했다. 실수가 이어졌고 연속해 실점을 내줬다. 수비가 불안한 상태에서 공격에 힘을 가하는 건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포백라인은 수비의 마지막 라인인 동시에 공격의 시작 라인이다. 크로아티아처럼 상대가 밀고 올라와 강한 압박을 가할 때는 포백라인에서 긴장해 공을 내지르거나 볼을 끌다 뺏기는 것이 치명적인데 수비수들이 당황했는지 볼 간수와 패스에 있어 자신감을 잃고 흔들렸다. 센터백 이정수가 이토록 흔들린 대표팀 경기를 본 적이 있나 싶었다. 볼 간수와 패스 능력은 미드필더들에게만 필요한 게 아니다. 현대축구의 특징이 그렇지만, 최강희 감독처럼 패싱 게임과 공격 축구를 강조하는 축구에선 특히 수비라인의 볼 간수와 패스 능력이 중요하다. 공격 시작점으로서의 포백라인이다. 상대가 전방에서부터 강하게 밀고 올라올수록 앞 선의 동료 공격수들에게 살아나가는 패스가 나와야 했지만 그러지 못하고 하이볼이 이어지거나 공이 끊겨 역습을 당하는 위기가 거듭됐다. 우리대표팀이 크로아티아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아킬레스건 중 하나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측면 수비 고민은 더 깊다. 이번 크로아티아전 좌우 풀백 선발은 최재수와 신광훈이었다. 결과적으로 또 한 번의 측면 풀백 새 조합의 실험은 성공적이지 못했다. 오버래핑을 통한 공격의 지원도, 센터백 혹은 미드필더와의 효과적 협력 방어를 통한 수비라인의 무게감도 끌어올리지 못했다. 좌우 풀백 조합은 현 대표팀의 최대 고민이기도 하다. 앞선 최종예선 4경기 동안 단 한 번도 똑같은 조합으로 경기에 나선 적이 없을 만큼 변화가 심했다. 최종예선 1차전 카타르 박주호-최효진, 2차전 레바논 박주호-오범석, 3차전 우즈베키스탄 박주호-고요한, 4차전 이란 윤석영-오범석 등 매 경기 달라진 라인업이 구성됐다. 최적의 조합을 찾지 못한 것인데 어느 포지션보다 협업이 중요한 수비라인이란 점을 감안하면 분명한 불안 요소다. 이번 크로아티아전에 나선 최재수-신광훈(후반 최철순) 조합은 또 하나의 실험이었는데 또다시 기대 결과를 얻지 못했다.
고민이 거듭된 좌우 수비라인엔 최적의 선수와 조합을 찾는 게 중요한 일이지만 현실적으로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게 고민을 키운다. 다음달 26일 카타르전을 치르고 난 뒤 6월 한 달 동안 집중적으로 3경기를 더 치르면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본선행의 여부가 판가름 난다. 한국은 현재 조2위로 본선 직행 티켓이 주어지는 2위 마지노선 위에 서 있다. 이제는 후보군을 압축할 때다. 최적의 조합을 구성해 조직력을 극대화하는 흐름으로 가야 한다. 남은 최종예선 4경기 동안 더 이상의 실험은 곤란하고 위험하다. 그간 실험이 잦아 수비 조직력의 담보는 자꾸만 뒤로 밀렸다. 최재수와 신광훈 라인만 하더라도 이번 경기 전까지 둘이 합쳐 A매치 3경기가 전부일 만큼 손발을 맞출 시간이 없다시피 했다.
최강희 감독도 이번 크로아티아전을 포함해 수비라인 특히 측면 풀백들의 후보군을 좁혀 고민한 뒤 카타르전까지 최종예선 4경기에 밀고 나갈 어느 정도 굳어진 포백라인을 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강희 감독은 막판 한 두 명의 후보가 포함될 순 있겠지만 앞선 최종예선 경기와 평가전을 통해 소집했던 후보군에서 제1 풀백 조합을 선택할 것이라고 했다.
최강희 감독의 구상대로 라면 측면 풀백의 후보군은 크로아티아전에 나선 최재수(수원) 신광훈(포항) 최철순(상무)을 비롯해 최효진(서울) 고요한(서울) 오범석(경찰청) 김창수(가시와 레이솔) 박주호(바젤) 윤석영(QPR) 등이다. 이 범위 안에서 짧게는 최종예선, 길게는 월드컵 본선에서의 좌우 풀백 주전 윤곽이 드러날 것이다. 후보들은 많지만 월드컵 본선까지 고민할 때의 국제무대 경쟁력과 다른 포지션과의 조화를 고려한 최적의 조합을 찾는 일이 결코 녹록한 작업은 아니다. 복잡한 함수 관계 속에서 최강희 감독은 과연 어떠한 선택을 내릴까?
여러분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