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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울의 무게보다 인생의 무게를 찾아라

신오덕 2013. 12. 20. 14:46

 

  • [한희철 목사] 한 사람의 무게
  • 13.12.18 09:3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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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일입니다만 낯선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가까이 지내던 선배 내외가 외국으로 떠난 일이 있었습니다. 더 넓은 곳에서 공부와 일을 하기 위해서였지요. 마음을 주고받으며 가까이 지내왔던 사이였기에 보내는 마음이 무척이나 아쉬웠습니다. 선배 가족이 떠난 뒤 서울에 올라와도 굳이 따로 만날 사람이 없다 여겨졌습니다. 예전 같으면 얼마든지 선배 집에서 자고 다음날 내려가도 될 일정인데도 서둘러 일을 보곤 이내 돌아서곤 했지요. 그러면서 ‘이상하다. 한 사람이 떠났을 뿐인데 한 도시가 텅 빈 것 같다니!’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입니다.
이번에 우리 곁을 떠난 이 중에 넬슨 만델라가 있습니다. 지구 반대쪽에서 살았던 사람, 우리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여겨질 수도 있지만 많은 이들이 그의 위대한 삶을 기억하며 그의 죽음을 애도했습니다. 남아공에서는 그의 장례식이 있는 15일까지를 ‘기도의 날’로 선포하고 만델라를 추모하고 있는데, 서울에 있는 정동제일교회에서도 만델라를 추모하며 예배를 드렸다고 합니다.

 

 

그를 조문하기 위한 행렬을 뉴스를 통해 보았습니다. 줄은 끝없이 이어졌고, 그들은 진심으로 만델라의 삶을 존경하고 있었고, 진심으로 그의 죽음을 슬퍼했습니다. 장례식에서 춤을 추는 모습 속엔 떠난 이에 대한 진심어린 사랑과 존경의 마음이 담겨 있었습니다. 조문하기를 원하는 사람이 너무도 많아 긴 시간을 기다리고도 조문을 못한 채 발길을 돌린 이들이 조문을 한 사람보다도 더 많았다고 하니 그를 보내는 남아공 사람들의 마음이 어떠한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세계 정상의 지도자들도 만델라를 조문하기 위해 남아공을 찾았습니다. 세계를 아우르던 큰 별이 졌기 때문이지요. 70개국 이상의 정상들이 찾았다고 하는데, 이는 지난 2005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장례식 당시에 참석한 70여 개국 정상을 웃도는 역대 최대 규모라고 합니다. 어디 숫자가 중요하겠습니까만, 그를 추모하는 마음이 얼마나 크고 넓고 지극한 것인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뉴스를 통해 조문을 하는 세계 각국 지도자들의 낯익은 얼굴들을 볼 수가 있었는데, 그 중 마음이 찡해지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남아공을 찾은 각국의 정상 중에는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도 있었고, 쿠바의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도 있었습니다. 50여 년간 적대적이고 불편한 관계를 이어온 두 나라의 정상이 만델라를 보내는 자리에서 서로의 손을 맞잡았던 것이었습니다. 바로 그 모습이야말로 만델라가 이 땅에 남긴 삶의 유산을 그림처럼 보여주는 것 아닐까 싶었습니다. 도무지 용서하기 힘든 이들을 관용으로 품었던 만델라였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입니다.
한 사람의 무게는 얼마나 될까요? 목욕탕에서 재는 저울 눈금으로가 아니라 그가 남기는 삶을 통해 가늠하게 되는 무게 말이지요. 때로는 깃털 하나보다 가벼울 수도 있고, 때로는 대지만큼 무거울 수도 있는 것임을 이 땅을 떠나는 한 사람을 보며 생각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