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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물 반찬을 먹고 건강하라

신오덕 2013. 12. 20. 14:55

 

지친 내 몸에 자연을 한가득 담는 '곤드레밥'

[맛난 집 맛난 얘기]
인천 서구 마전동 <미미소락>

‘곤드레 만드레~’ 어느 대중가요 가수가 사랑에 취해 정신이 혼미해진 상태를 이렇게 표현했다. 곤드레에는 무기질, 섬유질, 탄수화물, 비타민과 생리활성 물질이 들어있다. 곤드레 나물을 많이 먹으면 혈압이 떨어져 마치 술에 취한 사람처럼 무기력해지기 때문에 곤드레 나물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얘기가 있다. 그런가 하면 바람에 흔들리는 잎사귀가 마치 술 취한 사람과 같다 해서 붙은 이름이라고도 한다. 민들레와 비슷한 ‘곤들레’에서 왔다는 말도 있다. 그러나 모두 민간어원설일 뿐 정확한 곤드레의 어원은 아닌 듯 하다. 곤드레의 공식 이름은 고려엉겅퀴다.

곤드레, 보릿고개 조연에서 건강식 주연으로

곤드레는 최근 부상하는 다른 건강식 식재료들과 마찬가지로 옛날 구황작물 출신(?)이다. 궁핍했던 시절 보릿고개를 함께 넘었던 서민들의 정다운 동무였다. 특히 쌀이나 곡식이 귀했던 강원도에서 쌀이나 곡물보다 몇 갑절 더 많이 넣고 죽을 쑤어서 양을 불려먹었던 바로 그 나물이다.

	곤드레가마솥밥
곤드레가마솥밥

사람이건 나물이건 시절을 잘 만나야 제 대접을 받는 법. 간편식과 서양식이 일상화 되면서 각종성인병과 비만이라는 부작용이 툭툭 불거졌다. 그러자 사람들은 그 대안으로 이른바 건강식을 찾게 되었고 예전 입에 풀칠할 때 동원되었던 하찮은(?) 땟거리들이 재조명을 받게 되었다. 곤드레가 특히 그렇다. 곤드레는 봄철 한창 잎이 억세지 않고 부드러울 때 한꺼번에 채취해두었다가 1년 내내 두고 쓴다. 몇 년 전부터 곤드레 산지인 강원도는 물론이고 서울과 대도시에서도 곤드레 밥집이 차츰 늘고 있다. 찾는 사람이 점점 불어나는데다 곤드레가 오래 보관해도 연중 변치 않고 질감과 향을 간직하기 때문일 것이다.

 

영월 곤드레에 찹쌀 섞어 밥짓고 들기름 살짝

인천 <미미소락>은 강원도 정선과 영월산 곤드레로 밥을 짓는다. 우선 쌀을 씻어 미리 물에 불려놓았다가 주문이 들어오면 곤드레를 넣고 솥에 앉혀 밥을 짓는다. 쌀과 찹쌀을 7:3의 비율로 섞어서 쓴다. 밥이 다 되면 모락모락 올라오는 김과 함께 구수한 냄새가 피어난다. 다 익어 밥솥 뚜껑을 열면, 희미한 녹색의 추억을 차마 다 떨쳐내지 못한 담묵빛 곤드레 색깔이 밥솥을 압도한다. 이리 저리 주걱으로 곤드레와 밥을 헤쳐놓으면 얼핏 수묵화를 보는 것 같다. 하얀 안개 드리워진 겨울 숲이 거기 있다.

밥이 다 되면 뜨거운 밥 위에 들기름을 살짝 뿌려준다. 고소하고 향긋한 들기름 내음이 은은하게 퍼진다. 곤드레밥을 뚝배기에 옮겨 담고 양념장을 넣어 비벼서 먹는다. 이 양념장이 곤드레밥의 맛을 좌우한다. 양념장은 정성을 듬뿍 담아 만들었다. 북어 대가리와 무, 양파, 파뿌리를 넣고 끓인 물로 간장을 희석했다. 여기에 가는 파를 썰어 넣고 깨소금을 뿌려 맛을 냈다.

	곤드레밥
곤드레밥

이 집은 곤드레밥으로 차린 밥상이 두 가지다. 곤드레가마솥정식(9000원)과 곤드레밥(6000원)이다. ‘곤드레가마솥정식’은 가마솥에 밥을 안쳐야 하므로 양이 많아 2인 이상 주문해야 한다. ‘곤드레밥’은 정식의 축소판이다. 가마솥이 아닌 그냥 밥그릇에 밥을 담아주며, 부침개와 조기 제육볶음을 제외한 7가지 반찬만 나온다는 점이 다르다. 1인 주문도 가능하므로 혼자 들렀을 경우 맛볼 수 있다.

 

다양한 나물 반찬에 남도풍 맛도

주인장 부부의 고향이 전남 목포다. 그래서 그런지 이 집 반찬에서 남도 냄새가 풍긴다. 꼬막무침과 조기, 가끔씩 나오는 파김치가 그렇다. 팔팔 끓여 바로 내온 된장찌개며 취나물에 싸먹는 제육볶음도 예사롭지 않다. 특히 제육볶음은 맛도 좋지만 가격에 비해 양이 푸짐하다.

조미료를 최소량만 쓰고 간도 세지 않아 반찬이 대체로 슴슴한 편이다. 시래기나물, 무생채, 콩나물, 고구마순, 도토리묵, 느타리버섯무침, 참나물 고사리와 도라지나물이 번갈아 올라간다. 대체로 먹음직스런 나물 반찬이 많다. 곤드레밥에 나물반찬은 이 집 밥상이 지향하는 방향이 어디인지를 명확하게 말해준다. 나물 반찬과 함께 먹는 곤드레밥은 씹을수록 특유의 은은한 향이 난다. 담백하며 억세지 않고 부드러워 씹는 느낌도 좋다. 곤드레밥을 양념장에 비벼먹기도 하지만 전남 완도산 김에 다른 반찬이나 나물을 얹은 뒤 쌈을 싸서 먹어도 맛있다. 밥이 되려면 15분 정도 기다려야 하므로 미리 전화로 예약을 하면 기다리지 않고 바로 먹을 수 있다.

	미미소락 반찬들
미미소락 반찬들

대한항공은 이미 2011년부터 일반석 승객을 대상으로 곤드레밥을 서비스했다고 한다. 강원도 깊은 산골 화전민의 가난한 춘궁기 소반에나 올라갔던 곤드레밥이 날개를 단 것이다. 높은 뜻이 있다면 그 뜻이 올곧다면 지금 힘들고 비천해도 언젠가 날아오를 날은 반드시 찾아온다. 날아오를 희망을 간직한 것들에게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