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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방향을 잡는 것이 우선이다

신오덕 2014. 7. 14. 15:52

 

[매경데스크] 한쪽 날개만으론 날 수 없다
기사입력 2014.07.13 17:56:31 | 최종수정 2014.07.13 21: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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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증시가 2000선을 겨우 넘었다가 주저앉곤 하는 것을 두고 `코리아 디스카운트(고질적 한국 증시 저평가)`라고 하는 이가 많다. 7월에도 어김없이 연중 최고치에 근접했던 코스피가 포르투갈 쇼크로 다시 발목을 잡혔다. 올해 들어 2000선 위로 잠시 뛰었다가 주저앉은 게 벌써 10번이다. 금융위기 때부터 7년째 제자리다. 기업 펀더멘털(기초체력)만 따지면 벌써 2500은 넘었어야 정상이지만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는 볼멘소리가 터져나온다.

투자자들은 아직도 3000선을 향해 순항할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코스피가 2000선 언저리로 가면 적잖은 이들이 주식을 내던지는 이유다. 사실 코스피가 흔들리는 이유로 첫손가락에 꼽히는 건 지정학적 리스크지만 이젠 외국인들도 그게 그다지 위협적이라고 생각지 않는 듯하다. 올해만도 어제를 포함해 북한이 미사일을 날린 게 수차례지만 증시는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개인투자자들이 한국 경제ㆍ기업 성장에 지나치게 비관적"이라거나 대외의존도가 높아 외풍에 민감한 것도 맞지만 한국에 국한된 건 아니다.

투자자 시각에서 더 뿌리 깊은 요인은 쥐꼬리 배당과 상장사 변칙 경영이다. 요즘 국내 기업들은 현금을 쌓아둘 뿐 미래를 겨냥한 투자를 외면하고 있다. 지난해 말 10대 그룹 계열 상장사 유보율은 1400%를 웃돌았다. 자본금보다 14배나 많은 돈을 곳간에 쌓아두고도 투자는 물론이고 배당도 뒷전으로 미룬 느낌이다. 한국 배당률은 인도보다 낮아 바닥권을 맴돈다.

이런 한국 기업을 외국계 증권사 일각에선 한쪽 날개가 없는 새라고 꼬집는다. 이자만 노리는 채권투자자와 달리 주식투자자들은 기업 성장에 따른 시세 차익과 기업이 번 돈을 주주에게 돌려주는 배당이란 두 날개에 의지하는데, 국내 기업엔 배당이란 한쪽 날개가 빠졌다는 얘기다.

주주에겐 인색하면서 총수 일가나 경영진이 `뒷돈`을 챙기는 행태도 심심찮게 도마에 오른다. 국내 기업 가운데 일부는 내부자금을 제멋대로 썼다. 이른바 `터널링(tunneling)` 기법이다. 터널링은 구멍을 뚫어 돈을 빼내간다는 뜻. 그룹 오너 일가가 지분 대부분을 소유한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줘 기업 규모를 키우고 거기에만 많은 배당금을 뿌려주는 식이다. 감시가 세져 터널링이 많이 줄긴 했지만 아직도 주주와 감독당국 눈을 피해 편법을 쓰는 곳이 없지 않다.

이런 행태 근저엔 투자자를 무시하는 태도가 깔려 있다는 지적을 기업 오너들은 곱씹어봐야 한다. 투자자로선 의사결정 핵심인 오너를 만나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알고 싶어하는 게 당연한데 이런 욕구가 철저히 외면받는 실정이다. 유통업계 강자인 S사 주식을 5% 넘게 보유한 한 외국 투자자는 "오너 3세를 잠깐이라도 만났으면 싶은데 전혀 응하지 않아 추가 투자 결정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삼성전자 같은 대표 상장사도 보통주 투자가 의미없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한 연기금 운용자는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어려운 마당에 프리미엄을 주고 삼성전자 보통주를 살 이유가 없다"며 "배당 이점이 좀 더 크고 싼 우선주면 충분하다"고 꼬집었다. 국내 대표주 인식이 이 정도니 뼈아프다. 코스닥 시가총액 1위 업체인 셀트리온도 지분 국외 매각을 추진한다더니 1년여 만에 별안간 계획을 취소해 논란에 휩싸였다. 속사정이야 있겠지만 투자자를 안중에 두지 않는 듯 오락가락하는 행태는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국내 기업들이 지금 당장 지배구조를 바꾸긴 현실적으로 힘든 게 분명하다. 그렇다면 기업 오너들이 투자자를 대하는 태도만이라도 바꿨으면 싶다. 지배권을 행사하는 오너가 투자자를 만나만 줘도 쌓인 오해가 얼마간 풀린다면 그처럼 쉬운 게 또 있을까. 기업은 한쪽 날개만으로 날 수 없다는 사실을 상장사 오너들이 깊이 새겨서 투자자 목소리에 귀 기울이길 바란다. 그것이 당장 한국 기업ㆍ증시 디스카운트를 풀 열쇠일지도 모른다.

[장종회 증권2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