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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사회에서 몰아치는 것을 찾아라

신오덕 2014. 7. 14. 16:03

 

[매경시평] 저무는 관료시대
기사입력 2014.07.13 17:56:07 | 최종수정 2014.07.13 18:5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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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관료들 사기가 말이 아닌 것 같다. 세월호 참사의 멍에를 짊어지고 개혁 제1 대상이 되었다.

소위 관피아들은 공공의 적이 되었고 관련 공무원들이 퇴직 후 취임하는 관행은 철퇴를 맞았다. 공직윤리법 강화로 공무원들은 민간 기업 취업도 쉽지 않게 되었으니 퇴직 후 딱히 갈 데가 마땅치 않다. 그렇다고 정년까지 근무하자니 부처 내 인사 적체가 불 보듯 뻔하다. 2010년 법개정으로 대폭 줄어든 연금은 또다시 손본다고 한다. 세칭 김영란법도 여간 기분 나쁜 것이 아니다. 여기에 세종시 근무로 몸도 마음도 피곤하고 개개인 삶의 질도 팍팍해졌다. 전체적으로 공직사회에 삼각 파도가 몰아치고 있다.

과거에도 관료사회 개혁이 종종 있었다. 끊임없는 사정과 재산등록제 도입으로 부패 척결에 나선 대통령이 있었는가 하면, 아예 관료조직을 불신하여 외부 위원회 중심으로 국정을 운영한 대통령도 있었다. 성과 평가, 공직 개방 등 경쟁원리도 도입되었다. 당시 개혁이 추진될 때마다 공직사회는 엎드려서 움직이지 않는 모습을 보여왔는데 처음 복지부동에서 출발하여 복지안동, 젖은 낙엽 그리고 신토불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신조어가 만들어졌다.

최근 거론되는 개혁은 과거와는 차원이 다르게 강력하다. 과거 개혁은 관료들에게 경각심을 주되 그래도 국가정책은 관료들이 주도했다. 지금은 관료들이 일할 수 있는 여건이 악화되고 있다.

현재와 같이 국회 권력이 강해지는 시점에 관료들이 무너지면 정책무대는 국회 독주가 예상된다. 실제 주요 정책들은 이미 국회 동의 없이는 추진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는 곧 국가 운영 시스템이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가 정책 수립에 주도적 역할을 하는 것을 나무랄 수는 없다. 오히려 바람직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국회가 정상적이고 제대로 작동할 때 이야기다. 국회가 분열되어 서로 발목을 잡고, 국회선진화법으로 정책 하나 제대로 추진하기 어려울 때 국정은 심각한 위기에 빠질 수 있다.

관료가 제 몫을 못하고 혼탁한 정치가 국정을 선도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 사례를 일본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일본은 1993년 호소카와 내각이 들어서면서 40년 장기 집권한 자민당 독주시대가 막을 내렸다. 이후 정치는 자민당과 비자민당들이 다투면서 계속 출렁거렸다. 1993년 이후 19년간 일본 총리는 13명이나 바뀌었다. 평균 재임기간이 1년 반에 불과하다. 이명박 대통령 5년 동안 일본 총리는 6명이 바뀌었고 재무대신은 9명이 바뀔 정도였다. 나라가 제대로 운영될 수 없다. 정치가 우위를 차지하면서 일본주식회사로 불릴 만큼 탄탄했던 관료조직도 무기력해져 갔다. 1990년대 일본은 엔고와 저금리 부작용으로 거품이 붕괴되면서 잃어버린 10년이라 불릴 정도로 어려운 시절이었다. 당시 정치권은 뼈를 깎는 구조조정보다는 복지와 SOC에 재정을 퍼부으며 대응했다. 그 결과 경제가 나아지기는커녕 국가부채만 천문학적으로 늘어났다. 1990년 GDP 대비 68%로 양호했던 부채가 10년 만인 2000년에는 2배 수준인 142%로 늘어났다. 또 10년 뒤인 2010년에는 230%로 늘어나면서 오늘날 아베노믹스의 발목을 단단히 잡고 있다. 그나마 일본이니까 버티지 다른 나라 같았으면 벌써 파산이다.

지금 우리가 일본 전철을 밟고 있지 않은지 냉철히 돌아볼 필요가 있다. 고령화로 늙어가는 모습은 20년 전 일본과 같고, 정쟁을 일삼는 정치권 행태도 그렇고, 여야가 서로 복지나 지역구 도로사업 등에 돈을 못 써서 안달인 것도 비슷하다. 관료 시대가 저물면서 정책 주도권이 국회로 넘어간다고 생각하니 왠지 찜찜한 기분을 버릴 수 없다.

[김대기 KDI정책대학원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