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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 행복한 모습을 보아라

신오덕 2014. 8. 8. 12:56

 

[매경춘추] 명절 생각
기사입력 2014.08.05 17:15:18 | 최종수정 2014.08.05 20:4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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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추석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필자는 며느리로서 명절을 지낸 지 23년째라 이래야 하나 저래야 하나 우왕좌왕하지 않을 정도는 되었지만 여전히 부족한 며느리이다.

몇 년 전 함께 근무했던 배석판사가 명절 며칠 전에 필자에게 전화를 했다. 그 배석판사는 결혼을 한 후 첫 명절을 맞아 지방의 시할머니 댁으로 내려가게 되었는데, 새댁으로서 한복을 ①서울에서부터 입고 가야 하는지 ②지방에 도착하여 공항에서 갈아입고 가면 되는지 ③시할머니 댁에 도착하여 갈아입고 인사를 드리면 되는지 필자에게 물었다.

덧붙여 시할머님께 이미 신행인사를 올렸으므로 처음 뵈러 가는 길은 아니라고 했다.

객관식 시험문제 풀듯 필자는 명절 당일이면 ①번, 명절 전날이면 도착하자마자 일손부터 거들어야 하니까 ③번이라는 말이 튀어 나올 뻔했지만, 그것이 정답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정답이 아닐 경우 그 불이익은 필자가 아니라 필자를 믿고 전화를 준 그 배석판사가 당할 것이라 곰곰이 생각하여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시어머님께 어떻게 해야 하는지 여쭈어 보고 그대로 해, 시어머님이 하라는 대로 했는데 시할머님이나 다른 시어른들이 꾸중을 하시면 시어머님이 감싸 주실 거야"라고. 그 배석판사가 그 명절에 어떻게 했는지 후일담은 듣지 못했지만 그 후 다른 결혼식장에서 그 배석판사 부부가 행복한 모습으로 인사하는 것으로 보아 그 명절을 잘 지냈으리라 짐작해 보았다. 그리고 그 배석판사는 그 대답을 들은 이후 명절이나 시댁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명절에 여성은 시가에서, 남성은 처가에서 서로 다른 가정문화를 접하면서 마냥 편할 수는 없다. 게다가 주부들은 명절맞이 청소, 음식 장만과 설거지 등으로 평소보다 늘어나는 가사부담으로 인한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로 속칭 `명절증후군`을 겪게 된다. 요즘은 남편들도 아내가 스트레스를 받는 만큼 본인들도 장시간 운전에, 아내 눈치 보느라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주장한다.

명절증후군 대처방법이라면서 시장은 온갖 상품들을 내어놓지만 돈으로 살 수 없는 배려가 최고의 처방이라고 한다. 명절맞이 준비와 뒷정리는 남녀노소 구분 없이 나누어서 하고, 혹 함께할 수 없었다면 감사와 치하의 마음을 표시한다면, 다가오는 추석은 명절증후군을 날려버리는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의 시작이 되지 않을까?

[이은애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