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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을 찾는 이유를 점검하라

신오덕 2014. 9. 13. 09:09

 

관세청 통계로 본 '짝퉁' 시장 판도

루이비통, 밀수출입액 압도적 1위
프라다, 해외직구 많아 짝퉁 확 줄어
중앙일보 | 박진석 | 입력 2014.09.13 01:47 | 수정 2014.09.13 04:39

 

"단 하나, 유일한 것.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전달하는 것."

 지난달 31일 별세한 루이 카셀 루이비통 최고경영자 겸 회장이 2011년 본지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밝힌 명품(名品)의 정의다. 그는 "지갑이든 서류가방이든 기능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만지고 사용할 때 거기에서 감정이 느껴져야 한다"고 부연 설명을 했다. 생전의 그가 눈앞에 있다면 꼭 한 번 물어보고 싶은 게 있다. 진품과 똑같이 생긴 '짝퉁' 루이비통에서도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을까?

 12일 관세청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명재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불법 밀수출입 도중 적발된 위조품 중 액수 기준으로 가장 많은 브랜드는 바로 루이비통이었다. 관세청 통계 자체는 밀수출입 적발액이지만 사실상 적발액의 대부분이 밀수입액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올 상반기 불법 밀수출입액 3151억원 중 3022억원, 2009년부터 올 상반기까지의 밀수출입 적발 총액 4조8018억원 중 4조1286억원이 밀수입 적발액이다. 국내에서 짝퉁을 만들어 해외로 내보낸 물량보다는 해외에서 국내로 들여오는 물량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얘기다.

 루이비통은 올해 1~6월 166억원이 적발돼 1위에 올랐다. 올해에만 한정된 얘기가 아니다.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밀수출입 적발 액수 기준으로 살펴봐도 루이비통은 4937억원으로 압도적 1위다. 2위인 까르띠에는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2200억원에 불과하다. 전체 밀수출입 적발액의 10%를 루이비통 한 브랜드가 차지하고 있다면 이해가 더 쉬울 것이다. 두 브랜드의 뒤를 프라다(2069억원), 샤넬(1938억), 롤렉스(1845억), 구찌(1616억), 버버리(1580억), 나이키(1172억), 에르메스(952억), 불가리(329억)가 따르고 있다.

루이비통은 해외 명품 브랜드 중 우리나라에서 유난히 사랑 받고 있다. 1991년 일찌감치 국내에 진출해 20년 이상의 역사를 갖고 있고 매출액도 차원이 다르다. 구찌·프라다·버버리 등 다른 명품 브랜드의 지난해 국내 매출액이 2000억~3000억원대인 데 반해 루이비통은 2011년에 이미 5000억원을 기록했다. 2012년부터 루이비통코리아가 매출액을 공개하지 않는 바람에 이후 상황은 알 수 없지만 대폭적인 매출액 증가가 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업계에서는 가짜 루이비통의 높은 인기가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다고 보고 있다. 비싼 가격 때문에 루이비통을 구매하지 못하는 예비 소비자들 중 상당수가 위조품을 구매하고 있다는 얘기다. 루이비통 위조품의 또 다른 특징은 인기에 기복이 없다는 점이다. 2009~2013년까지 5년 동안 루이비통은 위조품 적발액 기준으로 두 번의 1위와 세 번의 2위를 차지했다. 2012년과 지난해 2년 연속으로 2위에 머물러 '짝퉁 루이비통' 전성기가 지나나 싶었지만 올해 상반기에 다시 왕좌를 회복했다.

 반면 프라다의 경우는 대표적인 '몰락 짝퉁' 브랜드다. 2009년 프라다는 국내 짝퉁 업계에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다. 그해 적발액 1923억원으로 1500억원대의 루이비통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2010년부터는 거짓말처럼 추락했다. 그해 24억원으로 급락하더니 지난해까지 계속 매년 적발액이 수십억원대를 넘지 않고 있다. 올 상반기도 18억원에 불과하다. 나이키의 몰락은 더 극적이다. 2009년 700억원대였던 나이키 위조품 적발액은 올 상반기에 단 1억원에 불과하다. 올 상반기 적발액 5억원의 불가리, 10억원의 에르메스, 20억원의 버버리도 짝퉁 업계에서 위상이 추락한 대표적 브랜드들이다.

물론 이 중에는 국내에서 과거보다 인기가 떨어졌거나 더 이상 명품이라고 부르기가 민망할 정도로 대중화한 브랜드도 있다. 하지만 짝퉁의 판도 변화를 단순히 국내 인기만으로 설명할 순 없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프라다만 해도 국내에서 인기가 오히려 높아지고 있는 브랜드다. 프라다코리아는 매출액이 2011년 2512억8447만원, 2012년 3193억7237만원, 지난해 3510억3837만원으로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브랜드 차원의 위조품 단속 의지와 위조 난이도 등을 짝퉁 판도 변화의 근거로 드는 전문가들도 있다. 한 백화점 명품 담당자는 "원화 강세와 이로 인한 해외직구(직접 구매) 열풍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직구 열풍으로 과거보다 진품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게 되면서 짝퉁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었다는 분석이다.

실제 한국소비자원이 최근 2년 이내 해외 직구 이용 경험자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가장 많이 구매한 해외 유명 브랜드가 바로 프라다(18.7%)였다. 구찌(15.8%), 샤넬(13.3%)이 뒤를 이었고 루이비통은 8.9% 정도였다. 샤넬의 경우에도 지난해에는 위조품 적발액 389억원으로 1위에 올랐던 브랜드지만 올 상반기에는 58억원으로 급락한 브랜드다. 직구 수요가 높을수록 짝퉁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방증해주는 조사 결과인 셈이다.

관세청 위조품 적발액에서 찾아볼 수 있는 또 다른 특징은 시계류의 강세다. 시계류는 이미 오래 전부터 가방류와 함께 '짝퉁 업계'를 양분해 왔지만 최근 들어 국내 고가시계 수요의 증가로 인해 위상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올 상반기 세관에서 적발된 시계류 위조품은 768억원어치로 적발액 기준 1위였다. 2위인 가방류는 463억원에 그쳤다. 롤렉스와 까르띠에 등 시계 브랜드도 위조품 적발액이 각각 154억원과 119억원으로 올 상반기 2, 4위였다. 두 브랜드는 5년간 총액에서도 1845억원과 2200억원으로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짝퉁 원산지'는 역시 중국이다. 올 상반기 중국발 위조품 적발액은 1565억원으로 전체 밀수입액(1909억원)의 81%에 달했다. 2위인 홍콩(312억원)까지 더하면 1877억원(98%) 으로 치솟는다. 국내로 들여오는 위조품의 거의 전부를 범중국권에서 만든다는 얘기다.

박진석 기자

[S BOX] '알박기' 등 밀반입 수법 갈수록 진화

지난 6월 명품 넥타이 위조품이 대량 반입됐다는 첩보를 입수한 관세청 서울본부세관 요원들. 현장을 급습했다가 잠시 당황했다. 중국산 넥타이가 지천으로 깔려 있었지만 모두 저가 브랜드의 합법 제품이었을 뿐 어디에도 위조품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의문은 밀반입 일당을 추궁한 뒤에야 해소됐다. 요원들이 중국산 넥타이의 박음질 부분을 뜯어보니 그 내부에 에르메스·버버리·루이비통·페라가모 등의 브랜드를 부착한 짝퉁 넥타이들이 숨겨져 있었다. 일반 넥타이 안쪽에 짝퉁 넥타이를 넣고 박음질한 후 정상적인 중국산 넥타이로 위장해 수입한 것이다.

 세관의 단속이 강화되면서 짝퉁 밀반입 수법도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컨테이너 자체를 바꿔치기 하는 방법은 고전에 속한다. 위조품을 진품 사이사이에 숨겨 정식 수입품인 것처럼 꾸민 뒤 들여오는 '알박기' 수법, 통 내부를 X레이가 투시하지 못하도록 납으로 두른 뒤 그 안에 명품 시계를 넣어 들여오는 방법 등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최근에는 브라질 월드컵 공인구인 브라주카 위조품이 대량 적발되는 등 짝퉁의 종류도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관세청 관계자는 "단속이 강화되면서 밀반입되는 위조품의 수량은 줄어들었지만 수법은 더욱 진화하고 있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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