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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싸움을 하는 이유는 의견충돌에 있다

신오덕 2014. 11. 25. 16:24

 

생활정보

드레스 디자이너 황재복 '결혼의 철학'

우먼센스 | 입력 2014.11.21 13:39

 

결혼은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자, 가장 어려운 숙제이기도 하다.

 

25년간 '대한민국 상위 1%가 선택한 최고의 디자이너'로 인정받아 온 황재복. 수많은 커플의 웨딩드레스를 직접 디자인하면서 그녀가 깨달은 행복한 결혼의 조건은 뭘까.

디자이너로서 황재복이 지난 25년간 그려온 궤적은 화려함 그 자체다.

 

데뷔하자마자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으며 스타 디자이너 반열에 올라섰고, 당시에는 생소했던 '드레스 디자이너'라는 명칭도 그녀로 인해 처음 등장했다.

 

이후로도 소위 '대한민국 상위 1%가 선택한 디자이너'라는 수식어가 줄곧 그녀를 따라다녔다. 정·재계 유명 인사는 물론, 셀럽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황재복 드레스를 찾았다.

 

 

그런 그녀가 '작가'라는 새로운 영역에 도전했다. 황재복의 첫 저서 <너의 결혼을 디자인하라>는 딸을 가진 엄마로서, 25년간 웨딩드레스를 만들어온 패션 디자이너로서, 30년이 넘는 결혼 생활을 여전히 잘 해내고 있는 인생 선배로서 그녀가 들려주는 결혼에 대한 이야기다.

 

인터뷰 내내 그녀는 자신의 삶에 대한 태도와 인식, 가치관 등을 진솔하게 털어놓았다. 모두 치열하게 고민하고, 선택하고, 경험한 뒤 얻은 값진 인생의 보물들이다.

처음 책을 출간한 소감은?

사실 책을 출간하고 싶다는 생각은 10년 전부터 했어요. '결혼'은 여러 인간관계나 사회적 관념, 감정이 복합적으로 집약된 주제예요. 나 스스로 결혼 생활을 경험했고, 드레스 디자이너로서 수많은 커플의 결혼을 가까이서 지켜보면서 자연스럽게 결혼이라는 주제에 관심을 갖게 됐고,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하게 됐죠. 결혼이 뭐다, 인생은 이렇게 살아야 한다, 감히 이렇게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그 세월이 제법 되다 보니 지금쯤이면 내가 살면서 터득한 지혜나 노하우, 생각을 조심스럽게 나눠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본격적으로 책을 쓰게 됐어요.

 

무엇보다 올해 스물일곱 살인 딸이 막연하게나마 결혼을 고민할 나이가 되었는데, 엄마로서 해주고 싶은 얘기도 많았고요. 만약 제가 젊었을 때 이런 조언을 해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보니, 그 부분이 가장 아쉽더라고요. 책을 읽는 분들에게 작게나마 그런 역할을 해주고 싶었어요.

'상위 1%의 디자이너'가 전하는 결혼 이야기가 자칫 대중들에게는 이질감이 느껴질 것 같은데.

책을 쓰기로 하고 가장 고민한 부분이에요. 소위 상류층이라 불리는 고객들을 주로 만났고, 그것이 일반적인 얘기가 아닐 수도 있고요. 하지만 분명한 건 제 책의 내용이 그들의 결혼 문화를 들여다보는 식은 아니라는 거예요.

 

그것을 통해 제가 느끼고 깨닫게 된 것, 공부하고 고민해서 얻은 나름의 결론을 나누는 것이죠. 케이스나 상황은 각기 다르지만 그 경험을 통해 느낄 수 있는 보편적인 감정이나 관계, 문제점 등은 비슷한 것 같아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수없이 고민하고 다듬었어요. 물론 제 얘기도 많이 포함됐죠. 그러면서 느낀 것은 그거예요. '사람 사는 것은 거기서 거기'라는 것.(웃음)

결혼, 꼭 해야 하는 걸까?

결과적으로, '결혼은 힘들다. 하지만 할 수 있다면 꼭 한 번 해야 하는 것'이라고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결혼은 단순히 서로 사랑하는가, 조건이 맞는가 정도로 정리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에요. 요즘은 결혼이 필수가 아닌 선택의 시대잖아요. '도대체 그 번잡하고 복잡한 걸 왜 해야 할까' 묻는 사람들도 많고요.

 

저는 사람은 본능적으로 누군가와 함께 살고 싶다는 마음이 있다고 생각해요. 부모의 품을 떠나 나만의 가정을 꾸리는 것은 굉장히 중요해요. 부모형제로부터 독립한 싱글도 있지만, 결혼 생활을 경험하지 않으면 성인으로서 완벽히 성숙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해요. 물론 개인적인 견해이지만, 그만큼 결혼 생활을 통해 경험할 수 있는 인간적 성숙은 혼자 사는 사람은 결코 알 수 없는 차원인 것 같아요.

요즘은 결혼하는 커플 중 3분의 1이 이혼한다고 한다.

흔히 "결혼에 실패했다"고 말하는 경우인데, 저는 이 표현부터 맞지 않다고 생각해요. 불행한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정리하는 것이 더 나아요. 중요한 것은, 이혼한 후에 자신이 전보다 더 행복해야 한다는 거예요. 실패라는 말 자체도 사실 내가 아닌 타인의 잣대에 의해 규정된 거예요.

 

결과적으로 본인이 꿈꾸는 결혼 생활을 하지는 못했지만 그 과정을 통해 그 사람이 한 단계 더 성숙하고, 행복해졌다면 그건 쉽게 '실패'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 해답을 찾는 기준은 어디에 둬야 할까?

결혼 생활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한다면, 이 물음을 생각해보세요. '내가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위해 과연 최선을 다해 노력했는가'. 선택과 판단을 하려면 고민하고, 실천해서 직접 답을 얻어야 하죠.

 

단, 나의 방식이 아닌 상대방의 방식에 맞춰야 해요. 보통 나의 방식대로 행동하고 판단한 다음에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해요. 그건 최선을 다한 것이 아니에요. 상대방이 말하는 방식이나 생각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거기에 맞추려고 하는 것이 진짜 노력인 것이죠.

웨딩드레스 디자이너로서 경험한 '결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어느 순간 옷을 디자인하는 것과 결혼이 참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디자인을 하기 전에는 어떤 옷을 만들고 싶다는 구상을 해요. 이건 곧 각자가 꿈꾸는 결혼 생활이겠죠. 그리고 그 구상에 따라 내가 디자인하고 싶은 옷의 실루엣과 분위기를 잘 구현해낼 수 있는 원단을 골라야 해요. 원단은 곧 배우자를 의미하죠.

 

내가 그리는 결혼 생활을 하려면 상대의 성품, 가치관, 외모, 조건 등을 따지니까요. 그리고 원단을 바탕으로 패턴을 뜨고 바느질을 해서 최종 옷을 만드는데, 이건 결혼 생활과 비슷해요.

 

이제 혼자가 아닌 두 사람이 원하는 결혼을 조율하고 합의해서 그에 맞춰 시간과 경험을 쌓아가는 것이죠. 아내와 남편의 역할을 잘 분담해서 엮어가는 거예요. 안 맞으면 잠깐 실을 풀렀다 다시 재봉하고, 상황에 따라 패턴을 다시 수정하기도 하면서요.

결혼을 할 때 가장 신중하게 고민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결혼을 디자인과 비교했는데, 제 생각에 가장 핵심은 '원단을 고르는 것' 같아요.(웃음) 저는 보시다시피 굉장히 진취적이고 개척정신이 투철해서 인생에서 대부분의 것들은 개인의 노력을 통해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하지만 아주 결정적인 몇 가지 부분에서는 운명론을 믿는데, 그중에 하나가 배우자를 만나는 일이에요. 아무리 노력해도 나에게 딱 맞는, 나와 이상이 일치하는 사람을 만나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거든요.

 

그런 사람인 줄 알고 결혼했는데, 전혀 다른 사람인 경우도 많아요.(웃음) 배우자를 고를 때 가장 중요한 원칙이 있어요. 바로 '선한 사람'을 찾는 거예요. 감정, 조건 다 나름의 이유로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착한 사람이어야 해요. 정말 꼴도 보기 싫다가도 '그래도 사람은 착한데' 이런 생각이 들어야 끝까지 살 수 있는 것 같아요.

 

측은지심이 안 들면, 결혼 생활을 유지하기 힘들거든요. 제 책을 보면 이 남자가 나한테 잘 맞는지 살짝 가늠해볼 수 있는 팁도 적어 놓았어요.(웃음)

행복한 결혼 생활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자기중심적인 사고방식이에요. 이기주의와는 개념이 달라요. 결혼이든, 이혼이든 결국 '내가 행복하기 위해서 선택하는 것'이라는 대전제가 필요하다는 의미에요. 결혼을 하게 되면 아내, 엄마, 며느리 등 사회적 역할이 주어지면서 '희생'을 강요당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요.

 

희생이라는 개념도 좋고 훌륭하지만, 뭔가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마치 내가 피해자이고 손해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죠. 반면에 이 모든 선택과 역할을 내가 나를 사랑하고, 나를 위한 선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하면 어떨까요.

 

내가 행복하기 위해 남편을 내조하고, 나의 행복을 위해 자식과 부모, 배우자의 부모에게 정성을 쏟는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어떻게 보면 관점의 차이인데, 둘의 차이는 굉장히 큰 것 같아요.

결국 자존감을 높이는 것이 행복한 결혼 생활에도 결정적 영향을 끼치는 것인가?

그렇게 볼 수 있죠. 사실 저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나는 행복해야 한다"는 철학이 있었어요. 이런 태도를 습득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감사히도 타고난 것 같아요.

 

저라고 살면서 힘든 적이 없었을까요. 위기나 좌절도 당연히 겪었죠. 하지만 제 생각을 하면서 항상 스스로를 다독이고 응원해준 것 같아요. 남들이 아무도 나를 위해주지 않으면 나라도 위해줘야지, 안그래요?

 

가끔 어린아이들한테 "세상에서 누가 제일 좋아?"라고 물으면 보통 "엄마"라고 하잖아요. 저는 딸이 어릴 때 그렇게 말하면 "엄마가 아니라 네가 가장 좋다고 해" 하고 가르쳤어요. 물론 제 방식이 정답은 아니죠. 작위적으로 보이지만, 적어도 제 경험상으로는 세상을 살아가는 데 가장 기본적으로 필요한 마인드라고 생각했고 그렇게 가르친 것을 후회하지 않아요.

성인이 된 후에도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의외로 많다.

충분히 그럴 수 있죠. 적당한 자기 반성은 성숙한 인간으로서 분명 필요한 태도예요. 저도 끊임없이 저를 지지하고 인정하고 싶지만 마음에 안 들 때도 더러 있죠.(웃음) 자존감은 스스로 훈련을 통해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억지로라도 자기를 응원하고 행복할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제가 요즘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피아노를 잘 치고 싶다는 건 저의 정말 오래된 꿈 중에 하나예요. 아직 시작 단계이고, 나이가 들어서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주 열정적으로 하고 있어요.(웃음) 이런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그게 사소한 것이더라도 어떤 시도를 한다는 것이요.

 

자존감은 큰 성공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작은 성취에서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해요. 부부관계도 마찬가지죠. 혹시 지금 배우자와의 사이가 안 좋다면, 관계나 감정의 형태가 굳어졌다고 생각하지 말고 둘 사이에 대해서, 그동안 했던 말이나 행동에 대해 다시 천천히 최대한 객관적인 입장에서 리뷰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렇게 정리가 되면, 지금껏 생각하지 못했던 방법이 떠오를 수도 있고 그걸 시도해 보는 거죠.

실제 부부의 모습이 궁금하다.

하하. 마치 결혼에 대해 모든 것을 꿰뚫어 보고 있다는 듯 말했지만 저희도 당연히 부부싸움도 하고 우여곡절이 많았어요.(웃음) 남편은 저와 성격이 정반대예요.

 

극과 극이 만났죠. 제가 감성적이고, 직설적이고 외향적이라면 남편은 남에게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굉장히 조심하는 성격이에요. 말수도 매우 적고 표현에 인색하죠.

 

이제는 굳이 남편이 말하지 않더라도 눈짓, 표정만으로도 생각을 읽을 수 있을 정도가 됐지만 처음에는 정말 답답했어요. 제가 잡지나 TV에 나오는 것도 민망하다며 안 보는 사람인데요, 뭘. 그런 남편이 불편할 때도 있지만, 좋기도 해요. 가끔 제게 어떤 남자가 좋냐고 물으면 저는 성격이 다른 사람이 매력적인 것 같다고 말해요.

 

다른 면이 있기 때문에 색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거든요. 또 각자의 장점에 따라 역할을 분담할 수도 있고요.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인정하는 결혼이 돼야겠죠.

그녀는 박사과정을 통해 철학을 공부했다. 시간에 쫓겨 논문을 쓰지 못한 탓에 아직 '수료' 단계이지만, 철학을 공부한 내공은 인터뷰 곳곳에서 묻어났다.

 

호방한 말투로 던지는 유쾌한 농담이나 비유에도 메시지는 분명했다. "아름다운 여성은 자신만의 철학이 있는 여자예요. 어떤 경우에든 자기만의 색이 분명한 사람은 반짝반짝 빛이 나거든요.

 

자기애를 바탕으로 한 자신만의 인생 철학이 있으면 어떤 장식이나 포장 없이도 자신을 표현할 수 있어요. 그것도 아주 매력적으로요. 저는 저 스스로의 디자인과 예술에 대해서는 철학자였어요."살면서, 그녀가 말하는 행복의 철학이 문득문득 생각이 날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