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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트 장사에 집중하고 배워라

신오덕 2015. 3. 25. 11:26

인문대卒 90%가 논다는 '인·구·론' 시대.. 6㎡ 토스트집 차린 인문대 首席졸업생

조선일보|성유진 기자|입력2015.03.25 03:03|수정2015.03.25 09:59

 

서울 A대학교 후문 앞 거리에는 6㎡(약 2평) 넓이의 조그만 토스트 가게가 있다.

23일 오후 이 가게를 찾은 손님들은 토스트를 주문하면서 가게 주인에게 "진짜 인문대 수석(首席) 졸업자가 맞아요?" 하고 한마디씩 덧붙였다. 그러자 주인은 "그럼요, 이것 보세요" 하며 '수석 졸업'이란 글씨가 적힌 상패를 보여줬다. 이 가게 주인은 A대 인문대를 수석 졸업한 27세의 이준형씨. 그의 가게 이름도 'A대 인문대 수석 졸업자의 집'이다.

이씨는 A대 국어국문학과에 2007년 입학해 작년 2월 수석으로 졸업했다. 모교 근처에 토스트 집을 낸 건 지난 2월 초. 가게를 내기 전까진 4학년 1학기를 마치고 입사한 한 청소년 진로 컨설팅 회사에 1년 반 정도 다녔다. 회사원 시절 월급은 300만원 정도로, 이씨에겐 적지 않은 돈이었지만 작년 말 회사를 관뒀다. 회사에 충성해야만 인정받는 현실이 싫어 사표를 냈다는 그는 '이왕 장사할 거 모교 앞에서 떳떳하게 해보자'는 생각에 이곳을 선택했다고 한다.

이씨는 장사를 결심한 이유에 대해 "인문학이란 게 원래 사람을 깊이 이해하고 연구하는 학문 아니냐. 사람을 이해하는 데 장사만 한 게 없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또 인문학을 전공하면 '백수'가 된다거나, 기껏 토스트 장사나 한다는 사회적 편견을 깨고 싶어 상호도 대놓고 '인문대 수석 졸업자의 집'이라 지었다고 한다.

이씨 의도처럼 최근 몇몇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씨 가게 사진과 함께 '인문대 수석 졸업생의 최후'란 제목의 글이 올라와 논쟁이 벌어졌다. '토스트 가게든 뭐든 자립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는 반응도 일부 있었지만 "'인구론(인문대 졸업자 90%가 논다)'의 대표적인 예"라는 식의 반응도 적지 않았다. 서울의 한 대학에서 서양사학을 전공하는 박모(20)씨는 "이씨 가게 간판을 보니 외면하고 싶던 진실을 마주한 거 같아 기분이 나빴다"고 말했다. 한 A대 재학생은 "명색이 수석 졸업자가 자기 전공도 못 살리고 학교 망신만 시키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이씨도 "이런 반응을 이해한다"면서 "하지만 인문대 수석 졸업자도 이런 가게를 할 수 있고, 이런 삶도 그 나름대로 좋은 삶일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그는 "인문대 졸업생은 취업할 수 없다거나, 반대로 고상하게 책만 붙잡고 있는 교수가 되거나 대기업에 취직해야 성공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편견"이라며 "개업한 지 한 달 됐지만 직장 다닐 때보다 보람도 있고 수입도 더 괜찮은 편"이라고 했다.